'엄지척' 극찬..페루서 난리난 '90년생 백종원'의 한국 간식

조회수 2020. 9. 21. 17: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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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 한국의 눈꽃 빙수 파는 동갑내기 친구들
한국식 눈꽃빙수로 페루의 백종원을 꿈꿉니다
페루 리마에서 눈꽃빙수 파는 '미스터 빙수'
90년생 동갑내기 김주엽·표지도씨가 창업
페루의 이색 디저트 가게로 입소문

남미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한국식 눈꽃빙수를 파는 청년들이 있다. 90년생 동갑내기 절친 표지도씨와 김주엽씨다. 리마의 연중 기온은 13∼30℃. 날이 따뜻하고 연교차가 심하지 않다. 또 2016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뽑은 미식 관광지로 뽑힐 만큼 먹거리가 많은 도시다. 하지만 두 사람이 눈꽃빙수를 소개하기 전까지 페루에는 빙수가 없었다.


눈꽃빙수란 우유를 급속 냉각해 눈처럼 곱게 갈아 만든 빙수다. 어디서 처음 만들었는지 분명치 않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토핑이 올라간 눈꽃빙수는 한국이 원조라고 볼 수 있다. 

출처: jobsN
3월에 귀국해 한달 동안 머무르고 있는 표지도, 김주엽씨.

두 사람은 2017년 4월 ‘미스터 빙수’라는 가게를 차렸다. 5종류의 눈꽃빙수(망고·초코·딸기·치즈·메론)와 빼빼로·초코파이 같은 한국 간식을 판다. 빙수 한그릇 가격은 15~17솔(약 5300~5900원). 리마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개업 2주 만에 페루 공영방송에서 미스터 빙수를 이색 디저트 가게로 소개했다.


요즘은 평일 하루 60그릇 정도를 판다. 2~4명이 앉는 테이블 10개뿐인 작은 가게인데다, 길거리에서 떨어진 건물에 있다는 점에서 적은 매출이 아니다. 현지 블로그, 페이스북에서도 미스터 빙수를 칭찬하는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태양의 나라 페루에서 눈꽃빙수를 전파하고 있는 두 청년을 만났다. 

한국에선 흔하지만 해외로 가면 경쟁력 있어


표지도씨는 2014년 리마에서 교환학생으로 1년 동안 머물렀다. 어릴 적부터 꿈이 ‘사장님’이었을 만큼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에서도 경영학을 전공했다. 리마에서 공부를 할 때도 사업 아이템을 고민했다.


“한국은 뭐든 경쟁이 치열합니다. 페루에 가져와 사업할 만한 아이템이 몇가지 눈에 들어왔는데, 그중에 현실적으로 디저트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산품 같은 건 수입 절차가 복잡한데, 디저트는 현지에서 직접 만들 수 있어요. 한국 디저트는 맛도 좋고 종류가 다양합니다. 페루에 디저트는 다양하지 않아요. 치아바타 같은 거친 빵은 맛있지만, 부드러운 케이크는 맛이 없습니다. 여러 고민을 하다 페루에 없는 ‘빙수’가 제격이라는 생각했어요.” (표)


페루는 한해 동안 축제와 퍼레이드가 끊이지 않는 나라다. 6월에 열리는 태양 축제는 남미의 3대 축제로 꼽힌다.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는 빙수는 축제의 나라에 어울리는 디저트였다. 빙수를 팔기에 기후뿐만 아니라 문화도 알맞았다.


표씨는 리마에서 홈스테이를 했던 식구들이 한국에 여행을 왔을 때 눈꽃빙수를 맛보게 했다. 페루 사람들이 눈꽃빙수를 먹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것을 보고 사업 가능성을 확신했다.


2015년 9월 한국에 돌아온 표씨는 절친인 김주엽씨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두 사람은 대전외고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한 고교 동창.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다. 김씨는 대학에서 조교로 일하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도가 리마에 있을 때 제가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지도가 ‘리마에서 사업해볼래?’라고 했는데,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 진짜가 될 줄은 몰랐죠. 취업도 좋지만 해외에서 창업을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또 워낙 믿는 친구인데다, 사업 아이템도 가능성이 있어 보여 같이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김)


김씨는 서울에서, 표씨는 대전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창업 자금을 모았다. 쉬는 날에는 눈꽃빙수를 만드는 제빙기를 알아보러 다니는 등 사업 준비를 했다. 무역학 전문 교수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코트라에 방문해 현지법, 관세법 등을 알아봤다. 2016년 9월, 두 사람은 2000만원을 들고 페루 리마로 떠났다. 

출처: 미스터빙수 인스타그램
망고빙수와 딸기빙수.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하는 창업 준비 과정


한국에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하자 돌발 상황이 끊임없이 벌어졌다. 한여름인 12월에 가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이전에 가게를 쓰던 사람이 12월 계약기간 만료 후 나가지 않아 오픈 일을 늦춰야 했다. 페루는 계약 만료 후 2개월 동안 세입자가 집을 구할 수 있도록 보호기간을 둔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또 사업자 등록 절차도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두 사람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게 인테리어를 직접 했다. 페인트칠을 하고 벽지를 붙이고 가구를 들여놓느라 한달이 걸렸다. 수도·전기 공사를 할 때도 전문가 옆에서 지켜보며 일을 배웠다.


창업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표씨가 홈스테이를 했던 페루 가족이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표씨는 홈스테이를 했던 주인 부부를 파파와 마마라 부를 정도로 친하다. 부부의 아들 2명도 표씨 또래다.


“페루에 살면서 사귄 가족과 지인 덕분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가게가 있는 건물이 페루 가족 소유입니다. 페루에서 보증금은 월세 2~3개월 치인데, 보증금을 받지 않았어요. 오픈 준비를 할 때 하나하나 도와주셨습니다.” (표)


“인적 네트워크라고 해야 하나, 지인도 창업 자산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도가 주변 사람들에게 참 싹싹하고 친절합니다. 저런 친구라면 주변에서 도와줄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어요.” (김)

출처: 김주엽씨 제공
(왼쪽부터) 직접 인테리어 하는 모습과 미스터 빙수 가게 내부 모습.

눈꽃빙수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현지화했다. 10여개 넘는 눈꽃빙수를 써보며 메뉴를 연구했다. 페루 현지인에게는 식감이 낯선 팥과 떡은 빼고 과일 빙수 위주로 개발했다.


“사실 메뉴 구상은 사업 시작 전에 끝났습니다. 저렴하지만 달고 맛있는 페루 과일을 이용하기로 했어요. 한국은 냉동 망고를 졸여서 써서 실제 망고 맛이 아닌 시럽 맛입니다. 빙수 맛의 핵심인 연유나 초코 소스를 제외하고는 시럽, 소스류는 최소화하기로 했습니다.” (표)


2017년 4월 가게를 오픈했을 때만 해도 손님은 페루 가족과 지인들뿐이었다. 미스터 빙수가 있는 곳은 관광지인데다 축제가 열리는 중심지로 유동 인구가 많다.


하지만 미스터 빙수는 건물 안쪽에 있어 간판이 잘 보이지 않았다. 표씨와 김씨는 번갈아 가며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며 홍보했다. 좁은 공간에서 종일 빙수를 만들었다. 가게 문을 닫은 후 청소를 하다 보면 새벽 1~2시를 훌쩍 넘었다.


페루의 백종원을 꿈꾼다


한번 맛본 손님은 단골이 될 만큼 반응이 좋았다. 운도 따랐다. 우연히 미스터 빙수에서 눈꽃빙수를 맛본 손님이 지인이었던 방송 PD에게 미스터 빙수를 소개한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VJ 특공대나 생생 정보통인 현지 방송에 미스터 빙수 이야기가 7~8분 동안 나갔다.


“현지 방송을 잘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돈 주고도 나가기 힘든 방송이라 하더라구요. 방송 나간 다음날 4시간 동안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마침 축제 기간이라 손님이 더 많았어요. 너무 힘들었지만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표)


이후 다른 방송사 2곳에서도 찾아왔다. 유튜브에서는 현지인이 ‘페루 미스터 빙수를 먹어봤다’를 주제로 한 리뷰 영상도 있다. 현지 케이팝 열기에도 도움을 받았다.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 케이팝 아이돌 팬들이 한국 청년들이 하는 가게에 호기심을 갖고 찾는다. 손님은 대부분 현지인이다. 체인점 문의도 들어온다. 미스터 빙수가 식(食)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몰려드는 손님을 응대하기 위해 직원 3~4명을 뽑았다.


“먹어보고 맛이 없으면 반짝 인기로 그쳤을 거예요. 하나같이 엄지를 척 들면서 칭찬해주세요. 빙수를 맛본 딸이 가족 전부를 데려오기도 하고, 일주일에 2~3번씩 들르는 회사원들도 있습니다.” (김)

출처: 김주엽씨 제공
미스터빙수 가게 안팍에 서있는 손님들.

두 사람은 함께 살기 때문에 24시간을 붙어있다. 절친이어도 의견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저도 처음에는 걱정했어요. 아무리 친해도 생활방식이 다르니까 사소한 부분에서도 충돌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 오히려 서로를 배려하고, 싸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친해도 서로 다르다는 걸 아니까요. 싸우고 나서도 축구하고 맥주 한잔하면서 다 풀어요. 먼 타지에서 내 편이 있다는 생각에 든든해요.” (김)


올해 목표는 리마에 2호점을 내는 것이다. “저희가 지금 ‘대박’을 냈다고 볼 수는 없어요. 장기적으로는 중남미의 백종원이 되고 싶습니다.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꿈이 있으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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