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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치킨집이 맥도날드보다 많아, 그래서 이런 생각했죠”

마드리드에서 치맥 파는 청년 구슬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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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치킨집이 전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아요. 작은 땅에서 이렇게 경쟁하느니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는 생각이었어요.
한국인 소울푸드 '치맥' 유럽에 알려
덴마크 호떡장수 김희욱씨에게 해외창업 배워

최근 막을 내린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2’보다 먼저 스페인 현지인에게 한국의 치킨 맛을 소개한 한국인이 있다. 주인공은 스페인에서 한국 치킨 전도사로 통하는 구슬희(30)씨다. 그는 어릴 적부터 남다른 치킨 덕후였다. 대학 졸업 후 치킨 회사에 입사했고, 나라별 치킨 맛을 보기 위해 세계 치킨 여행을 다녀왔다. 이젠 유럽에 치맥을 알리기 위해 치킨 사업을 시작했다. 구씨는 2017년 4월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한 식당에서 한국식 치맥을 팔고 있다.

치킨 여행을 할 때 만화가 지인이 그린 '치극기(치킨+태극기)'를 들고 파리 에펠탑 앞에서 찍은 모습.

출처구슬희씨 제공

레스토랑이 구씨 소유는 아니다. 구씨가 제안해 현지 레스토랑이 치맥을 정식 메뉴로 팔고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구씨가 직접 만든다. 그가 없을 땐 다른 직원들이 구씨만의 조리법으로 치킨을 만든다. 구씨는 치킨이 팔릴 때마다 일정 금액을 로열티로 받는다. 가격은 500g에 10유로(약 1만3000원)이고 1kg에는 15유로다.


현지 교민과 유학생은 물론 현지인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일주일에 80~100마리를 판다. 레스토랑에서 파는 단일 메뉴치곤 매출이 좋은 편이다. 국내 블로그에서도 구씨의 치킨을 먹어 본 사람들의 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그 덕분에 중국·동남아에 이어 유럽에도 치맥 열풍이 일어날 조짐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그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치맥 사업을 시작한 사연을 들었다. 

직장 생활할 때 모습.

출처구슬희씨 제공

치킨은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음식


치킨은 맛도 맛이지만 구씨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온 가족이 모여 밥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족이 함께 모일 때가 있었는데, 치킨을 시켜 먹을 때였어요. 치킨을 먹을 때면 꼭 가족과 친구가 있었어요. 치킨은 제게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음식’입니다.”


취미는 치킨 맛집 찾아다니기. 블로그에는 치킨 관련 게시물이 대부분이었다. 구씨는 남다른 치킨 사랑으로 2013년 대학 졸업 후 치킨 프랜차이즈 비비큐에 입사했다. 본사에서 국내 마케팅과 해외 영업을 담당했다. 1년 넘게 다니다 퇴사했다. “우리나라 치킨집이 전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아요. 작은 땅에서 이렇게 경쟁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고,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구씨는 1년 동안 모은 돈과 퇴직금을 들고 치킨 여행을 떠났다. 2015년 3월부터 33일 동안 영국·이탈리아·체코 등 8개국을 여행했다. 각국에서 치맥을 먹으며 메뉴와 매장을 분석했다.


“프랑스에 300년 된 식당이 있는데 그곳 ‘꼬꼬뱅’이 유명해요. 꼬꼬뱅은 와인에 닭을 절여 먹는 프랑스 가정식을 말합니다. 또 독일이나 체코는 맥주가 유명하니까 치킨보다는 맥주 맛에 집중했어요. 영국에는 ‘난도스(NANDO's)’라는 치킨 브랜드가 있는데, 아프리카식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치킨을 젤라또에 찍어 먹어봤는데 의외로 맛있더라구요. 포르투갈은 튀긴 것보다 구운 닭요리가 인기예요. 스페인에서는 제가 만든 양념·간장 치킨을 현지인에게 맛보게 하고 치맥 문화를 가르쳐줬어요.”   

구슬희씨가 파는 치킨.

출처구슬희씨 제공

덴마크에서 1년 간 해외창업 특훈


‘세계 치킨 여행’하고 난 후 창업에 대한 열망은 커졌다. 하지만 퇴사 후 있던 돈을 탈탈 털어 여행을 했던 터라 자본금이 없었다. 무턱대고 해외 창업을 하기에도 무리였다. 개인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해외 창업 지원 사업 등을 알아봤다.


구체적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구씨는 우연히 한 다큐 방송을 봤다. 덴마크 호떡장수 김희욱씨의 이야기였다. 김씨는 ‘해외 창업 성공사례’하면 떠오르는 인물이다. 7년 전 덴마크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자전거 노점에서 호떡을 팔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7년 코펜하겐에 한국 음식 전문점 '코판 라이스'를 열었다.


구씨는 방송을 보자마자 덴마크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했다. 김씨에게는 페이스북으로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구씨는 그동안 자신이 어떻게 살았고, 해외 창업을 왜 하고 싶은지를 밝히고 김씨에게 일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구씨는 귀국 6개월만에 300만원을 들고 덴마크로 떠났다.  

(왼쪽) 덴마크에서 치킨 시식회를 열었을 때. (오른쪽) 스웨덴 한국대사관이 초청한 한국 문화 행사에서 구씨의 치킨을 먹기 위해 줄선 사람들.

출처구슬희씨 제공

덴마크는 장사하기 좋은 조건은 아니다. 가본적 없는 낯선 땅인데다 물가가 높다. 닭고기는 돼지·소고기보다 비싸다. 날씨는 궂어서 노점 장사를 하다 보면 물건이 날아가기 일쑤였다. “극복해야 할 게 많은 나라지만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성공하겠다’는 목표보다는, 낯선 환경에서 제가 어떻게 대처하고 성장하는지를 알고 싶었어요.”


좁은 노점에서 하루 8~12시간 동안 호떡을 만들어 팔았다. 매니저를 맡아 사업과 매장 운영에 필요한 역량을 배웠다. 하루는 치킨 시식회를 열었더니 사가겠다는 손님이 줄을 섰다. 좋은 반응에 용기를 얻고 일주일에 한번씩 치킨을 팔았다. 영업 준비 시간이나 휴일에는 레시피를 연구했다. 주방에만 있지 않고 덴마크 사람들이 치킨을 먹고 난 후 반응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한국의 치맥 문화를 알린다는 사명감


워홀 비자가 끝나 2016년 11월 잠시 귀국했다 2017년 2월 마드리드로 다시 떠났다. “2012년에 어학연수를 스페인으로 가서 친숙했습니다. 당시 스페인에서 한국 ‘치맥’의 가능성을 봤어요. 음주, 파티 문화가 발달해서 치킨이 맥주 안주로는 제격이었습니다. 마드리드에 한국인 교민, 유학생이 많습니다. 또 다른 지역보다 이주문화가 열려있습니다.”  

(왼쪽부터) 덴마크에서 일할 때와 구씨와 올린 유튜브 영상 캡처.

출처구슬희씨 제공

가게를 차리기엔 자본금이 없었고 위험 요소가 많았다. 구씨는 지인의 제안으로 자신이 만든 치맥 메뉴를 현지 레스토랑에서 팔기로 했다. 지인이 소개한 레스토랑 사장에게 ‘사업 발표’를 했다. 실제 사업 계획서를 쓰듯 PPT도 만들었다. 레스토랑 사장은 반신반의하며 ‘한달만 팔아보자’는 조건을 달았다. “치맥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어요.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맛이라는 극찬까지 들었습니다.” 구씨가 만든 치킨이 꾸준히 팔리면서 정식 메뉴로 자리 잡았다. 창업 자금이 거의 들지 않는 셈이다.


레시피를 만들기까지 걸린 시간은 2년. 구씨는 셀 수 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치킨을 만들었다. “스페인 음식이 빨갛지만 맵지 않고 짭니다. 현지인 입맛을 맞추자니 한국 유학생과 교민이 생각나는데, 한국인은 짠 음식을 싫어해요. 현지화도 중요하지만 ‘기본에 충실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또 한국에서 양념치킨은 건강한 음식이 아니예요. 이런 편견을 깨고 싶어서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습니다. 설탕조차 안써요.” 

'올리쿠'는 구슬희씨가 만든 자신의 치킨 브랜드명이다.

출처구슬희씨 제공

1인 창업가이지만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지인들이 없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김희욱씨도 그렇고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 준 분들이 많습니다. 2017년 10월에는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했는데, CJ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김부경 부장님 도움이 컸어요. 김희욱씨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운 분인데 제게도 조언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음료와 사이드 메뉴를 제안해주셨고 연차까지 내서 팝업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했어요. 또 ‘마드리드 치킨언니’라는 브랜드는 한국에서 마케터로 일하는 친구가 지어줬어요. 한국 음식이 생각날 때 동네 친한 언니가 만들어주는 치킨이라는 뜻이에요.”


구씨는 자신만의 가게를 낼 시기를 3년 후쯤으로 보고 있다. “아직은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 이름을 내건 가게를 내고 싶긴 하지만 급하게 준비하고 싶진 않습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을 알린다’는 사명감이 먼저예요.”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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