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솔직히 말하면.."전직 대기업 인사담당자가 던진 한마디

조회수 2020. 9. 23. 11:21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포스코 인사팀 출신 조민혁 취업 컨설턴트
포스코 인사팀 출신 조민혁 취업 컨설턴트
“스펙 쌓는다고 시간 쏟지 마라”
라이브방송으로 취준생 궁금증 해결

LG·현대 등 주요 기업들이 3월 5일 신입사원 서류접수 시작했다. 본격 공채시즌이다. 조민혁(41) 취업 컨설턴트는 취업·수험서 베스트셀러 ‘합격을 부르는 자소서’의 저자로, 자소서 첨삭, 특강, 상반기 취업전략에 관한 생방송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포스코 인사팀 출신인 조 컨설턴트는 “채용에 대해 솔직히 말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아 포스코에서 퇴사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솔직한 채용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jobsN
현대자동차그룹 2018년 상반기 공채전략에 관한 한국직업방송 생방송 후 인터뷰를 가진 조민혁 취업 컨설턴트.

자신만의 '대나무숲' 찾아 포스코 퇴사


학생들에게 ‘조민혁’ 선생님으로 통하지만 본명은 ‘고경욱’이다. 가명을 쓴 이유는 이중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 연세대 글로벌 경영대학원을 거쳐 2005년 포스코에 입사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직장에 조직의 핵심이라는 ‘인사팀’이었다. 면접 질문들을 개발했고 30회 이상 채용을 진행하면서 입사 지원자들을 평가했다.


- 어떻게 포스코에 입사했나.

“취업이 또래보다 늦은 만큼 대학원 1학년 때부터 준비했다. 학교 추천전형으로 지원하려고 성적으로 과 1등을 놓치지 않았고 대학원 논문도 포스코 철강에 대해서 썼다. 2학년 때 추천서를 받으려고 했더니 연대 학부 출신이 아니라서 못 써준다고 하더라. 채용부스가 열린 날 억울한 마음에 안 될 줄 알면서도 나머지 지원서류만 써서 냈다. 그랬더니 별도로 이메일이 왔다. 사연을 봤으니 면접 기회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면접을 보고 입사했다.”


- 채용 업무에서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나.

“당시 서류전형에서는 지원자들을 대부분 스펙으로 걸렀다. 대학별로 채용인원이 정해져 있었다. 근데 사실대로 얘기할 수 없었다. 지방 국립대 채용설명회에 가서 ‘너네는 채용인원이 적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


“면접전형에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당락을 결정하는 건 대단한 이유가 아니었다. 첫인상, 적당한 목소리와 솔직한 말투, 사람들과 어울리는 태도를 보고 판단했다. 그걸 모른 채 떨어지는 지원자들이 안타까웠다. 면접 볼 때면 ‘넥타이가 그게 뭐냐’, ‘그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때문에 안 뽑히는 거다’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다.”

출처: 조 컨설턴트 제공
2006년 포스코 채용 담당자 시절 실린 조선일보 기사.

참다못해 2008년 한국외대 SNS 게시판 ‘훕스라이프’에 익명으로 글을 올렸다. ‘대기업 채용팀에 다니는 선배인데 취업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줄 테니 모여라’라는 내용이었다. 후배들이 6~7명 모였다. 모임이 열댓 번으로 늘어나고 합격했다는 반가운 소리도 들려왔다. 이런 얘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강의를 준비하고 자소서를 봐주기 위해 퇴근 후와 주말 시간을 다 써야 했지만 재밌고 성취감이 있었다. 끈질긴 부서 이동 신청 끝에 해외 영업부로 발령을 받았지만 이미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6개월 후 모교를 벗어나 더 체계적으로 강의를 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네이버·다음의 취업카페 운영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연락이 온 건 딱 한 곳. 카페 '윈스펙', 현재 조 컨설턴트가 몸담고 있는 취업아카데미 '위포트'다. 그렇게 3년간 주중엔 직장인으로, 주말엔 취업 컨설턴트로 지내다 2011년 4월 퇴사했다.


- 퇴사를 결정한 계기는.

“어느 순간 출근해서 일을 안 하고 있더라. 취업카페에 들어가서 학생들 질문에 댓글 달고 있다가 내 학생이 합격했다 그럼 계약을 따냈을 때보다 훨씬 기뻤다. 강사로 잘 나가서 그만둔 건 아니었다. 돈은 회사 다닐 때랑 비슷하게 벌었다.”


"스펙만 보는 시대는 끝났다"


그는 “채용이 너무 한 시기에 몰려있다. 이번 상반기만 봐도 3월 5일에서 20일 사이에 80%의 기업들이 지원을 마감한다. 이 기간에만 취준생들이 자소서를 몇십 개를 써야 하는 거다. 상시채용으로 많이 바꿔야 한다”며 취업 시장의 구조를 비판했다.

출처: '든든한 친구들' 페이스북 캡처
조 컨설턴트의 자소서 첨삭 라이브방송.

- 문과생들은 취업이 어려워 ‘문송합니다’라는 말까지 있는데.

“수강생 중에도 문과는 30% 정도다. 포기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문과를 위한 일자리 자체가 없어졌다. 인사 직무도 이제 많은 부분을 인공지능(AI)이 대체하게 생겼다. 이번 상반기 롯데가 AI를 처음으로 도입한다지 않는가. 일 잘하는 신입사원들의 인재상·성향 등을 데이터화시켜서 그 데이터에 맞는 지원자들을 뽑는다는 얘기다.”


“문과는 학교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실제 회사에서 일해보는 게 중요하다. ‘한국전력공사에서 인턴을 했다’보다 ‘출판사에서 한 책을 기획하고 출간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고 동료들과 갈등이 있었지만 이렇게 해결했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더 가능성이 높다. 꼭 대단한 기업에서 인턴을 하고 높은 스펙을 쌓지 않아도 된다.”


- 취준생들이 스펙을 쌓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한다고.

“이제 스펙을 보는 기업은 정말 일부다.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삼성·LG·CJ·현대 등의 기업들은 서류전형에서 10~20배수를 뽑는다. 공기업처럼 블라인드 채용도 늘리는 추세다. 토익·식스시그마 같은 자격증에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다. 삼성·CJ·SK·롯데·두산 다 토익을 입력하는 란 자체가 없다. 하지 말아야 할 걸 안 해야 필요한 걸 할 수 있다. 면접, 즉 구술 능력이 중요하다. 온실 속 화초처럼 공부만 열심히 하고 갈등 안 겪어본 학생들을 안 뽑는다.”


- 구술능력을 개발하려면.

“현직자들을 많이 만나보길 권한다. 그 사람들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어떤 경험을 어떻게 기술해서 입사했는지 물어봐라. 취준생들이 스펙만 쌓느라고 바빠 대화를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면접을 잘 볼 수가 없다. 사회경험도 해보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봐라. 삼성 3번 자소서 항목도 '최근 사회 이슈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한 가지를 선택하고, 이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이지 않은가. 나중에 반도체 기사 검색해서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미투’ 운동에 대해 실제로 고민해봤는가가 관건이다.”


취준생에게 맞춤 답변해주는 라이브방송


2년전쯤 슬럼프를 겪었다. ‘자소서 작성법’같이 책에도 충분히 썼고 이미 수없이 얘기한 내용을 반복하는 강의에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2017년 1월부터 페이스북으로 라이브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을 한 횟수가 300회가 넘는다. 그는 “특히 취업 콘텐츠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 학생들이 보고 도움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출처: '든든한 친구들' 페이스북 캡처, 조 컨설턴트 제공
'든든한 친구들' 페이지에서 조 컨설턴트와 현직자의 'Q&A' 라이브방송을 볼 수 있다. 맨 오른쪽은 3월 11일자.

그의 수강생이었던 현직자들과 함께 ‘든든한 친구들’이라는 페이지를 개설했다. 요즘은 이곳에서 매주 화·목·토요일 오전 6시 30분에 방송을 하고 있다. 방문하는 사람은 누구나 볼 수 있다.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현직자들은 가면을 쓰고 방송한다. 누구보다 어렵게 준비해서 취업에 성공한 만큼 취준생들의 절실함을 알고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다.


- 오늘도 라이브방송을 하고 왔다고.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사람들이 댓글로 물어보는 질문에 답해주는 식이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와 달라야 한다. 취준생들이 궁금한 건 '내 경험이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다. 자신을 점검받고 싶어 한다. 쌍방향적인 소통이 가능하니 개개인에 맞는 조언을 해줄 수 있어 좋다. 요즘은 자소서가 급한 시기라서 학생들이 쓴 자소서를 띄워놓고 첨삭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출처: 조 컨설턴트 페이스북 캡처
상반기 구직자들에게 쓴 편지 일부.

- 취준생들에게 한 마디.

“난 해결사가 아니다. 내가 답답해서 떠드는 거고 더 잘 먹힐 방법이 있으니 시도하라고 얘기할 뿐이다. 결국 몸으로 부딪쳐야 하는 건 취준생들 자신이다. 편하게 혼자 숨어서 취업 준비하지 마라. 부모님에게 의존하면서 자소서 쓴다고 카페 가서 검색만 하고 있는 ‘쇼윈도 취준생’들도 많이 봤다.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지 보며 자극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들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취업에는 답이 없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성공사례를 만들면 된다."


글 jobsN 최하경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