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7일이 아니다? 끝나지 않은 전쟁

조회수 2020. 9. 23. 14: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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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노동법⑤]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흙수저노동법⑤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근로기준법 개정안 ‘일주일은 7일’ 인정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중복 인정은 안해

‘끝나지 않은 수당 전쟁, 휴일근무 시간당 150% VS 200%’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월 27일 ‘근로시간 단축’을 핵심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기존 최장 68시간이었던 주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었습니다. 앞으로 법정근로시간(1일 8시간·1주 40시간) 이외 연장근로시간은 토·일요일을 포함해 12시간을 넘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습니다. 국회가 유지하기로 한 ‘휴일근로수당’ 때문입니다.  

출처: /픽사베이

1주일은 5일? 7일?


근로기준법에서는 1일 8시간씩 1주에 40시간까지만 근로시간으로 규정합니다. 법정근로시간을 넘는 휴일근로와 연장근로,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를 하면 임금의 50%를 가산해 줘야 합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에서는 ‘일주일이 며칠인지’ 명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일주일은 7일’이라 생각하는데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서는 일주일은 7일이 아닌 5일(월~금)로 잡습니다. 행정해석이란 행정기관이 독자적으로 법을 해석하는 걸 말합니다. 대부분 회사는 이를 토대로 근로시간과 임금을 계산했는데요. 기존 1주일 법정근로시간 1주(5일)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 휴일 근무인 토요일 8시간·일요일 8시간을 더해 최장 68시간 근로를 가능하도록 짜 놓았습니다.


각종 수당 역시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근거로 줬습니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일요일에 8시간 일했다면 회사는 휴일수당을 더해 150%의 임금을 줘야 합니다. 근로자가 10시간 일했다면 8시간 만큼은 휴일수당을 받고, 나머지 2시간은 연장근로이므로 수당 50%를 추가해 총 200%를 받아야 합니다. 휴일에는 8시간을 넘어야만 수당을 ‘중복할증’ 받는 겁니다.


2008년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논란의 불씨가 피어올랐습니다.


환경미화원들은 하루에 8시간씩 5일간 40시간, 토·일요일에 각각 4시간씩 일주일에 총 48시간을 일했습니다. 문제는 토요일과 일요일 근무시간입니다. 성남시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대로 휴일근로수당만 주고, 연장근로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들은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이기 때문에 휴일에 일한 모든 시간을 연장근로에 포함해야 한다 봤습니다. 이 경우 일요일에 8시간 일해도 임금 100%, 휴일근로수당 50%, 연장근로수당 50%를 합해 200%를 받아야 합니다. 1·2심에서는 환경미화원들의 손을 들어줘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성남시는 이에 반발해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 최종 판결은 3~4월에 나올 예정입니다.  

출처: 그래픽 jobsN 육선정 디자이너

정부 “1주를 7일로 보지만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은 안돼” 


2월 27일 국회가 의결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서는 ‘1주’를 5일이 아닌 7일로 보기로 했습니다. 토·일요일까지 법정근로시간 계산에 포함해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만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휴일근로’를 없앤 셈입니다.


하지만 국회는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은 인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업의 비용 부담 때문입니다. 중복할증을 인정하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휴일에 일했을 때 임금의 150%가 아닌 200%를 줘야 합니다. 홍영표 환노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2월 27일 합의 직후 SNS에서 "중소기업의 경영상 부담을 줄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기업이 ‘임금체불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인정하면 여태 사업주는 휴일에 일했던 근로자에게 수당 50% 만큼을 체불해왔던 셈이니, 몽땅 소급해 줘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임금체불에 관한 소송은 임금이 밀린 시점부터 3년 안에만 가능하니, 근로자들은 서둘러 체불 수당을 받기 위해 소송을 낼 겁니다.


이제 대법원 판결만 남았는데, 예측은 어렵습니다. 하급심 법원 판결에서는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을 인정했으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서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정치적인 부담을 덜었다고 봅니다. 노무법인 대륜 강경모 노무사는 “바뀐 법 내용과 판결이 유사하다면 부담을 덜 수는 있다”면서도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안을 예측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출처: 조선DB
2018년 2월 27일 오전 국회 환노위 홍영표 위원장(왼쪽 두번째)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자유한국당 임이자, 바른미래당 김삼화 간사가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3당 간사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새벽까지 논의를 거듭한 끝에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포괄임금제가 있는 이상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논란은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포괄임금제’란 연장·야간·휴일수당 금액을 미리 정해 기본임금에 포함하는 것을 말합니다. 업무가 간헐적이거나 날씨의 영향을 받는 경우에는 근로시간을 계산하기 힘듭니다. 이때 포괄임금제를 택하면 임금 계산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업장에서 무분별하게 악용돼 ‘무제한 근로 주범’으로 꼽힙니다.


강 노무사는 “근로시간을 칼같이 자르기 힘든 IT·건설업계는 대부분 포괄임금제를 택해 휴일근로, 연장근로 논쟁까지 가기는 힘들다”고 했습니다. 이어 “고용노동부에서 포괄임금제에 대해 논의하는 이유”라 했습니다.


10년간의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요. 일단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그래픽 jobsN 육선정 디자이너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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