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에 1억 넘게 쏟아붓는다..이 남자가 벌이는 사업은?

조회수 2020. 9. 23. 15: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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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져가는 제주도 '폐가', 여행객 위한 힐링공간으로 만듭니다
나이 40, 고향 제주가 그리워 귀향
방치된 폐가 리모델링, 호텔처럼 꾸며
단순 숙박업은 NO, 지역 문화와 공존

“아들은 시내에서 공무원 댕겸꼬, 손주는 육지서 좋은 대학교 댕겸수다.”


제주도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2만 5000여 채에 달한다고 한다. 제주에서 평생 살다 떠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터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떠나고 덩그러니 남은 집의 상당수는 폐가나 다름없다. 아들은 제주 시내에서 생활하고, 손주들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해 돌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남성준(44) 다자요 대표는 “제주도 폐가를 무상으로 빌려서 새로운 공간으로 만든다”고 했다. 무너져가는 시골집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민박집으로 개조한다. 모든 비용은 다자요에서 낸다. 대신 약 10년 동안 이 집을 숙박시설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집주인에게 권리를 양도받는다. 숙박시설로 등록한 뒤 여행객에게 빌려준다.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어 시골이라고 외면받던 집들은 관광객의 힐링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높은 건물이나 화려한 호텔을 보려고 제주도에 여행 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관광객들에게 제주도만의 전통, 시골의 정취를 보여줄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출처: 다자요 제공
남성준 다자요 대표(왼쪽), 그가 리모델링 중인 제주도 폐가(오른쪽).

나이 40, 고향 제주가 그리워 귀향


-이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

“서울에서 10년 넘게 생활하면서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을 때였다. 고향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알게 됐는데, 노부모님들이 돌아가시고 남겨진 폐가가 많다고 했다. 버려지는 집을 이용해 사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제주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졸업했다. 뭍으로 건너와 서울에서 은행원이 됐다. 2년만에 그만둔건 공부를 더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금융 지식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퇴근 후 밤에 공부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았다. 은행을 관두고 밤에는 일본식 선술집 운영하며 낮에 공부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독야경(晝讀夜耕)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먹고살기 위해 공부보다 밥벌이에 힘을 쏟았다. 오후 4시에 가게 문을 열고 아침 9시에 닫은 날도 많았다. 덕분에 10여 년 장사하는 동안 경제적 어려움은 없이 지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평범한 삶이 부러웠다. 40세쯤 되니 고향이 그리웠다. 친구들과 술잔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떠올린 사업 아이디어 중 하나가 빈집 프로젝트였다.


-새 사업을 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했을 텐데

“가게부터 정리했다. 회사는 사표를 내면 끝나지만 장사는 가게가 팔려야 끝나는 일이다. 가게를 내놓고 3개월 동안 사업을 고민했다. 처음 생각한 건 에어비앤비 같은 한국형 공유 숙박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었다. 제주지역 민박이나 전통 가옥을 관리해주는 사업 모델이었다.”


에어비앤비(Airbnb)는 2008년 문을 연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서비스이다. 일반 가정집이나 집안의 방, 별장 등 사람이 지낼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임대하는 사람과 이런 공간을 빌리려는 사람을 연결해준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사업을 하려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일, 집주인과 수익을 나누는 일, 각종 신고와 세금을 내야 하는 일 등 등 복잡한 문제가 많다.


-지금 사업모델과는 차이가 있어보인다

“당시엔 숙박 공유사업과 관련해 규제가 많았다. 그런데 정부에서 각종 규제를 푼다고 발표했다. 한국판 민박 에어비앤비를 꿈꿨다. 사업을 시작하기만 하면 일사천리로 풀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규제가 풀릴 기미가 안 보였다. 법규가 바뀌는 것을 기다리다간 죽도밥도 안 될 것 같았다. 차라리 직접 숙박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출처: 다자요 제공
다자요 민박집 내·외부 모습.

방치된 폐가 리모델링, 호텔 스위트룸처럼 꾸며


-폐가에 주목한 이유가 있나

“제주도에 놀러오는 가족들이라면 어떤 집에 묵고 싶을지 생각해봤다. 유명 호텔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연을 보면서 힐링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몇걸음 걸어나가면 바다가 보이거나 돌담에 둘러쌓인 마당에 감귤나무가 있는 전통가옥이 훨씬 제주스럽지 않을까. 이런집들을 스위트룸처럼 꾸며놓는다면 호텔보다 경쟁력 있을거라 판단했다.”


-쓰러져가는 집이라면 저렴해서 아예 사들일수도 있었을텐데, 굳이 빌린이유가 있나

“폐가라고 해도 주인이 있는 집들이다. 이분들이 잘 안 판다. 언젠가는 돌아와 살수도 있는 집이라고 생각한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집과 땅을 파는걸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빌리는 게 어렵지 않았나

“친구 할아버지가 사시던 집부터 빌려 리모델링했다. 이곳이 고향이라 한집 건너면 대부분 아는 분들이다. 아마 내가 외지인이었다면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리모델링 공사지만 새로 짓는 것 보다 더 큰돈이 필요했다. 천장을 높이고, 벽을 올렸다. 돌담을 새로 보수하고 감귤나무를 심는 조경도 필요했다. 새 가구를 채워 집 내부를 호텔 부럽지 않게 꾸몄다. 집 한 채당 1억~1억5000만원 정도가 필요했다.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그동안 벌었던 것을 투자했고 채권형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2억원을 모았다. 일반인들이 십시일반으로 우리한테 자금을 빌려주면 연 이자 3%를 드리는 방식이다. 주변에서 이렇게 이자를 적게 주는데 빌려주는 사람이 있겠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기우였다. '내가 생각하던 민박 사업' 이라며 투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이분들께는 이자에 더해 1일 숙박권을 드리기로 했다."


-폐가만 빌려서 사업하나

“미분양된 타운하우스 주택을 빌려 여행객을 받기도 한다. 이런 곳은 새집이라 크게 고칠 필요도 없다. 집주인과는 6대 4정도로 수익을 나눈다. 스타트업에 사무실처럼 빌려주기도 한다.”


다자요가 관리하는집은 모두 16채. 3월 오픈을 예정한 공사중인 단독주택이 4채다.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 집이 있는데 관리해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단다. 10여채 정도 더 규모를 더 늘릴 계획이다. 네덜란드에서 유학한 건축 전공자, 광고회사에 다니는 제주 고향친구가 힘을 보탠다고 했다.

단순 숙박업은 NO, 지역 문화와 공존


-리모델링 할때 특별히 신경쓰는 게 있나

“부수고 새로 짓지 않는다. 최대한 마을이나 그 집의 스토리를 남겨놓으려고 한다. 한 번은 폐가를 정리하다가 집주인이 쓰시던 노트를 발견했다. 여기서 나온 필체를 그래픽으로 복원해 새로운 폰트로 만들고 그걸로 집 이름을 써서 간판으로 걸었다. 낮은 돌담은 허물기보다 유지 보수했다. 이용객의 사생활을 지켜주면서 제주만의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새로 짓는게 저렴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빈집 프로젝트 하는 의미가 사라진다. 재생건축이라는 말이 있다.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한다. 새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손때 묻은 흔적에서 찾을 수 있는 감동도 있다. 그걸 살리고 싶다.”


-매출 규모는 어느 수준인가

“2017년 매출이 3억원 정도 나왔다. 공사를 마무리 하고 본격적으로 여행객을 받으면 2018년에는 1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계획이 있다면

"제주도에 국한하지 않고 사업을 확대하고 싶다. 하지만 이런 사업을 하려면 1년 내내 관광객이 와야한다. 국내에선 제주도 이외에 그런 곳이 거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눈여겨 보지 않는 동남아 리조트를 주목하고 있다. 단순 숙박업에 머물지 않고 지역 주민과 어울어질 수 있는 사업을 하고싶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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