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직원 40배 늘어난 이 회사에 누가 다니나 봤더니

조회수 2020. 9. 23. 15: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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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직원 수 40배 늘어난 빗썸

지난해 초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직원 수는 20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1년 만에 이 회사의 직원 수는 750명까지 늘었다. 2014년 4000여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액도 지난해 3000억원(추정치)을 훌쩍 넘어섰다. 조그만 스타트업이 몇 년 새 웬만한 중견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렇게 급격히 성장했지만, 비티씨코리아닷컴이라는 회사 이름은 낯설다. 하지만 비티씨코리아닷컴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회사라는 사실을 알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빗썸은 지난해 중반 한때 거래량 기준 전세계 암호화폐 거래소 중 1위를 차지했고, 현재도 꾸준히 5~6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말 정부 일각에서 거래소 폐쇄 방안까지 거론하며 곧 ‘망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 1월 초 2600만원까지 갔던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600만원대까지 급락했다. 지금은 당국이 암호화폐 거래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비트코인 가격도 1100만~1200만원 선까지 올랐다. 물론 거래소 입장에선 암호화폐 거래량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완전히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다. 

출처: jobsN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합류한 사람들. 앞에서부터 홍보실 박수진 과장, 기획팀 신현섭 대리, 금융사업부 전효연 과장, 운영팀 서경식 사원

하지만 빗썸은 직원 수를 850명까지 늘린다는 기존의 방침을 유지하며 현재도 직원을 계속 채용하고 있다. 여기에 기간제·파견·용역직으로 구성된 콜센터 상담원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한다. 암호화폐에 대한 전망이 갈리는 상황에서 빗썸엔 어떤 사람들이 합류했는지 궁금했다. 더불어 불안하진 않은지도 묻고 싶었다.


3년 쉰 ‘경단녀’, 일식당 직원도 빗썸에 합류


빗썸 홍보실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박수진 과장은 과거 한 증권 방송에서 시황을 중계하는 ‘캐스터’로 일했다. 하지만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뒀고, 3년간 주부로 살았다. “처음엔 마냥 좋았는데, 좀 지나니 ‘나는 뭐 하는 사람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울한 생각을 지우기 위해 예쁜 옷이나 신발, 가방을 사기도 했지만, 입고 나갈 때가 없다는 생각에 더 우울해졌어요. 이러다간 안 되겠다 싶어 재취업을 준비했죠.”


그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욕구로 빗썸을 선택했다고 한다. “경력이 단절된 제가 새로운 도전에 나서듯, 암호화폐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리고 증권 방송사에서 근무한 이력을 바탕으로 홍보 방안을 제시했고, 결국 빗썸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jobsN
박수진 과장(왼쪽), 서경식 사원

운영팀에서 암호화폐 거래 및 입출금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서경식 사원은 입사 전 일식당에서 일했다. “요리에 관심이 있어 1년 정도 일식당에서 요리를 배우며 홀 서빙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요식업이라는 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더라고요. 요리에 대한 열정은 취미로 접어두자고 결심하고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섰습니다. 평소 경제 관련 기사나 책을 유심히 읽고 있었고, 암호화폐에 관해서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침 빗썸의 채용공고를 봤고, 관심사를 ‘업’으로 바꿔보고자 빗썸에 지원했습니다.”


빗썸 관계자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현재 하는 일이나 경력에 상관없이 빗썸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핀테크 스타트업서도 이직


아예 다른 업종에서 빗썸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었지만, 기존 금융권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빗썸을 선택한 사람도 있었다. 금융사업부에서 금융서비스를 기획하고 신사업을 추진하는 전효연 과장이 그런 부류다. 그는 빗썸 합류 전 중견 증권사에서 만10년을 일했다. 하지만 이미 ‘판’이 꽉 짜인 기존 금융권에선 그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2~3년 전부터 핀테크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핀테크 회사 사람들과 일할 기회가 많이 생겼습니다. 기존에 있던 것에 어떤 가치를 더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보고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이 와중에 블록체인을 접하게 됐고, 현재 이뤄지는 비즈니스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줄 수 있는 기술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회사를 옮겼습니다.”

출처: jobsN
전효연 과장(왼쪽), 신현섭 대리

전효연 과장은 “기대 이상으로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모였다는 게 빗썸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금융뿐 아니라 제조업, 광고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합류한 동료가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얘기하고,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회사가 성장하리란 확신을 얻었습니다.”


미국 최고의 미술대학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대학(RISD)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기획팀 신현섭 대리도 빗썸에 합류하기 전 4년간 P2P 금융 스타트업 등에서 일했다. “업종 특성상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이 시장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암호화폐에 대한 경험을 쌓는 건 꼭 필요하겠단 생각에 이직했습니다.” 그는 아이큐(IQ) 158의 멘사 회원으로 빗썸 직원들 사이에서 ‘천재’로 불린다.


빗썸이 거래소로만 먹고 살 것이란 건 오해


저마다 이유로 빗썸을 택했다는 것은 충분히 들었다. 핵심으로 돌아가 빗썸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전효연 과장은 “증권사에 있을 때 2008년 금융위기를 겪어봐서 그런진 몰라도 이번 급락 때도 ‘멘탈’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면서 “시장이 성숙해지는 단계에서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수진 과장은 “피트니스 센터 이용권, 한방 및 마사지 서비스 이용권 등 다양한 복지 중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하루 세끼를 회사에서 책임져 준다는 것”이라면서 “이 회사에 다니면 밥은 굶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어 안심”이라고 했다.


신현섭 대리는 “빗썸이 거래소 사업만으로 먹고살 것이란 건 오해”라고 했다. “거래소 사업뿐만 아니라 핀테크, 간편 결제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 외부에 알릴 단계는 아니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신사업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들리기 때문에 전혀 불안하지 않습니다. 되려 이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의 여명(黎明)을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뜁니다.”


몇년 후 이들의 선택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알 수 없다. 금융업계 나아가 세계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에도 이들이 아무도 모르는 미래에 도전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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