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취업..아나운서·걸그룹 옆 이 남성의 직업은?

조회수 2020. 9. 23. 15: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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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대나무숲' 댓글로 잡지사 에디터까지

“북한이 우리한테 수소폭탄 날리면 어떡해요?” 2016년 성균관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질문이다. 대나무숲은 특정 단체 사람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는 사이트나 SNS 페이지를 말한다. 성균관대학교 재학생이었던 강지융(29)씨가 댓글을 달았다. “큰일이네요. 암소폭탄으로 유혹합시다.” 강씨의 댓글에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강씨는 2014년부터 성균관대학교 대나무숲 곳곳에 우스꽝스러운 댓글을 달아왔다. 그리고 면접날 자신이 쓴 댓글과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반응을 캡처해 면접날 포트폴리오로 냈다. 강씨는 돌잔치 사회자 경력과 ‘댓글 포트폴리오’로 113:1의 경쟁률을 뚫고 2016년 남성지 맥심의 에디터로 취업했다.


돌잔치 사회자, 우스꽝스러운 댓글로 취업해


-에디터는 어떤 일을 하나

“쉽게 말하면 잡지 기자입니다. 기사 작성뿐만 아니라 화보 촬영과 배열까지 맡아 기자보다는 에디터라고 불러요. 어릴 때부터 콘텐츠를 만들고 기획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출처: 강지융씨 제공
공서영 아나운서와 강지융씨

-사람들을 웃기는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는


“중학생 때부터 힙합을 좋아해 2007년에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힙합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입사 전까지 클럽과 학교에서 거의 매주 공연했습니다. 래퍼를 꿈꾼 적도 있지만 제게 특별한 재능은 없는 것 같아 취미로 남겨뒀어요. 대신 관객들의 호응을 끌기 위해 재밌는 멘트를 준비하면서 사람들이 가볍게 즐기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관객들은 제 멘트에 유독 많이 웃었어요. 이쪽으로는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돌잔치 사회자 일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돌잔치 사회자를 시작한 계기가 힙합 공연이라는데


“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돌잔치 사회자로 일했어요. 이벤트 회사에 들어가 2주정도 교육받은 뒤 사회 볼 행사를 배정받아요. 손님들의 반응을 예상해 재밌는 레퍼토리를 기획하는 일이 적성에 잘 맞았어요. 돌잔치가 끝난 뒤에 손님들이 자신들의 블로그에 재밌었다는 후기를 남기실 때마다 뿌듯했고요.”

출처: 강지융씨 제공
돌잔치 사회자로 일했던 강지융씨

-재밌는 레파토리가 있다면 하나만 들려달라


““저는 어떤 연예인과 닮았나요?”라고 하면 객석이 조용해져요. 간간히 윤종신과 닮았다는 답변이 나와요. 그 때 제가 선물을 높이 들면서 “여러분, 저는 누구와 닮았습니까!”라고 외치면 곳곳에서 “원빈”, “강동원”같은 답이 쏟아져요. 답해주신 분 중 한 손님께 선물을 드려요. 그 손님께서 선물을 받으러 앞으로 나오실 때 칭찬을 주고받듯이 “여기 한예슬씨께 박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죠. 그럼 손님들이 좋아하세요.”


-대나무숲에는 언제부터 댓글을 달기 시작했나


“사회자 일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나자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들을 웃기는 연습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2014년부터 성균관대학교 대나무숲에 재밌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어요. 언젠가 포트폴리오로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댓글을 달았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죠. 대나무숲 이용자들께서 제 댓글에 적게는 50개, 많게는 500개씩 ‘좋아요’를 눌러주셨어요.”

출처: 성균관대학교 대나무숲 캡처
강지융씨가 성균관대학교 대나무숲에 쓴 댓글 중 일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재능 찾고 이력 쌓는 것도 좋은 취업 방법


-맥심 에디터를 지원할 생각으로 이력을 준비했나


“처음부터 맥심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건 아니에요. 제 독특한 이력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을 고민하던 중 주위 사람들에게 맥심에 지원해보는 게 어떻냐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가볍고 장난스러운 글을 쓰는 맥심이라면 제가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습니다. 다른 회사보다 제 이력을 더 반길 것 같기도 했고요.”


“예능 PD나 마케터를 지원하지 않은 건 말과 글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익숙했기 때문이에요. 돌잔치 사회자로 일하고 대나무숲에서 댓글을 쓰며 나름대로 남들에게 잘한다고 평가받은 분야니까요. 졸업도 안 한 상태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맥심에만 이력서를 써본 건데 붙은 바람에 다른 회사를 지원할 필요가 없기도 했고요.”


-면접관들은 독특한 이력에 어떻게 반응했나


“맥심은 가볍고 재밌는 글을 쓰는 잡지에요. 그런데 지원자 중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자격증 등 직무와 관련 없는 이력을 쓴 분이 많았어요. 제 이력은 평소에 보잘것없다는 소리를 들었을만한 것들이었지만,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야 하는 직장에선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제가 짧은 시간에 참신하고 재밌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니까요. 거창한 경력이 아닌 남들이 지나치기 쉬운 시덥잖은 것으로도 자신이 지닌 감각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출처: 성균관대학교 대나무숲 캡처
강지융씨가 성균관대학교 대나무숲에 쓴 댓글 중 일부

-보통 가고 싶은 직장을 먼저 정하지 않나


“취업설명회에선 하고 싶은 일을 정한 뒤에 이력을 쌓으라고 말해요. 하지만 꿈꾸는 직업을 꼭 갖는다는 보장도 없고,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적성에 맞는지 알기도 힘들어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이력을 쌓은 뒤에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하면 재밌고 열정 있는 지원자로 보일 수도 있어요. 높은 학점과 토익 점수를 받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데, 주위엔 이런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많아요. 힘들게 준비한 스펙이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주목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는 거죠.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독특하고 일관성 있는 이력을 쌓을 수 있어요.”

출처: 강지융씨 제공
걸그룹 해시태그의 다정씨와 강지융씨

-구체적인 직업을 꿈꾸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는 이들에게 해줄 말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이 뭘 잘하는지 알아내세요. 취업을 하려면 업계에서 뭘 해낼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하니까요. 다만 자신을 판단할 때는 냉정해지세요.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주관이 뚜렷하다’, ‘멋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허영심에 빠지기 쉬워요. 그리고 남들이 쌓는 경력을 무작정 따라하지 말고 자신에게 필요한 경험을 쌓으세요.”


“잘하고 좋아하는 이력을 쌓았으면 남들에게 성과를 어떻게 알릴 수 있는지 고민해보세요. 제가 대나무숲 댓글을 인쇄해 포트폴리오로 낸 것처럼요. 업계와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야 해요. 아무리 능력 있고 성실해도 보여주지 못하면 취업할 때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쌓은 이력을 객관적이고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잘 정리하시면 좋겠어요.”


글 jobsN 주동일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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