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렁쩌렁 고함 2번 지른 손님에게 속으로 내뱉은 '한마디'

조회수 2020. 9. 23. 15: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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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빙 아르바이트생이 '갑질손님'에게 전하는 사이다 발언은?

젊은이들이 가장 하고 싶은 ‘알바’는 무엇일까. 알바천국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7년 청소년 및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실태’ 자료를 보면, 15~19세, 20~24세가 가장 선호하는 아르바이트 업종은 음식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5월 알바천국에 이력서를 제출하면서 등록한 ‘선호 업종’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1년 넘게 일한 필자의 직·간접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음식점 알바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음식점 알바의 주된 업무가 음식을 나르는 일, 즉 ‘서빙’이기 때문이다.


음식을 나르는 과정에서 손님은 이런저런 요구를 한다. 정당한 요구도 있지만, 때론 ‘너무하다’ 싶을 때도 있었다.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온다. 꾹꾹 눌러담으며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때론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다.


‘갑질’하는 손님에게 속시원히 하지 못했던 말을 전한다.

네가 집에 가서 냄비 갖고 오든가

지난해 5월 쌀국수 가게에서 일하는 원모(22)씨는 마침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1년을 일하며 숱한 위기를 겪었지만, 눈물을 흘리면 지는 것 같아서 꾹 참았다. 하지만 그날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하루 중 가장 바쁜 점심때, 40대 남자 손님이 와서 원씨에게 한마디 툭 내뱉었다.


“쌀국수 포장해줘.” 반말에 기분이 나빴지만, 자주 오는 손님이라 웃으며 대답했다. “저흰 포장용 그릇이 없어서 포장 판매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손님은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해오라면 해오는 거지 말이 왜 그렇게 많아!” 같이 일하는 언니가 등장했다. “손님, 진짜 포장은 안돼요.” 단호한 언니의 말투에 기가 죽었는지 손님은 갑자기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알았어”라며 가게를 떠났다. 단골손님이라 더 친절하게 대했는데, 호의가 이렇게 짓밟히니 배신감에 눈물이 났다는 원씨. 그가 알바를 그만두고, 길에서 그 손님을 만나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네가 집에 가서 냄비 갖고 오든가.”

얼음 정도는 네 손으로 덜어 먹지그래?

직접 경험한 일이다. 지난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알바생’도 이런 날엔 일하기가 싫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법. 저녁때 초등학교 2~3학년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부모와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에 방문했다. “◇◇세트와 ㅇㅇ세트 주문할게요. 세트에 포함된 에이드는 오렌지주스로 바꿔주세요.” 매뉴얼대로 유리잔에 오렌지주스를 담아 내갔다.


아이 엄마가 소리를 질렀다. “아니, 애가 먹을 건데 유리잔이 웬 말이에요?” ‘애가 먹을 것인지 어른이 먹을 것인지 내가 어찌 아느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얼음 집게와 플라스틱 컵을 가지고 다시 테이블로 갔다.


아이 엄마는 온 가게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외쳤다. “네가 가서 해오라고!” 손님들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민망함에 눈물이 쏟아졌다.


“얼음 정도는 네 손으로 덜어 먹지그래?”

넌 나쁜 사람이야

지난해 12월31일. 양모씨(23)가 일하는 레스토랑은 당연히 붐볐다. 따로 예약을 하지 않고 온 30대 부부. 그들은 2시간쯤 기다려서 자리에 앉았다.


그들이 주문한 스테이크를 가져다준 뒤 소스를 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양씨는 급히 주방으로 달려가 소스가 든 그릇을 들고 테이블로 달려갔다.


스테이크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나서 소스 그릇을 가져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길어야 30초 남짓. 죄송한 마음에 연거푸 사과도 했다. 하지만 손님은 그런 열과 성을 다해 양씨를 혼내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많이 기다리게 한 거야? 소스는 또 왜 빠뜨렸어? 이 레스토랑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들어!” 사장님까지 나서서 머리를 조아리는지라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손님은 눈물을 흘리는 양씨에게 기어코 한마디를 더했다. “울기는 왜 울어? 우니까 내가 나쁜 사람 된 것 같잖아!” 양씨는 “오늘 같은 날 예약 안 하고 온 게 누구의 잘못인가”라며 외쳤다.


“넌 나쁜 사람이야!” 

네가 괜찮다고 했잖아!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일하는 홍모(22)씨, 얼마 전 그는 한 손님이 ‘웰던(Well-done)’으로 등심스테이크를 갖다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홍씨는 “웰던으로 구우면 고기가 질길 수도 있고, 시간도 좀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손님은 “괜찮다”며 홍씨의 설명을 받아들였다. 고기가 나왔다. 잠시 후 손님은 홍씨를 불렀다. “저기요, 고기가 너무 질긴 거 아녜요? 이거 먹을 수가 없네.” 손님은 매니저를 불러달라고 했다. 매니저는 ‘미디움(medium)’ 정도로 구운 스테이크를 다시 내오겠다고 했고, 손님은 새로 나온 스테이크를 접시째 싹 비우고 갔다. 돈도 내지 않고서. 그리고 홍씨에게 남은 건 “설명도 안 했느냐”는 매니저의 호통뿐.


“네가 괜찮다고 했잖아!” 

눈 나쁘면 안경이라도 끼든가.

음식점 알바가 머릿속에 넣고 있어야 할 것 중 하나가 ‘쿠폰’이다. 쿠폰마다 유효기간이 있고, 어떤 쿠폰은 카드 할인 등과 중복 할인이 되지 않거나 몇 개 이상의 메인메뉴를 주문해야 하는 등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일하는 위모(27)씨는 손님으로부터 ㅇㅇ세트를 주문받았다.


식사가 끝나고 계산할 무렵, 그 손님은 신용카드와 함께 한 장의 쿠폰을 내밀었다. 쿠폰을 받아든 위씨, “쿠폰 사용할 땐 주문 전에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그 손님은 “쿠폰만 믿고 왔다”며 막무가내로 쿠폰을 받아달라고 했다.


매니저에게 혼날 게 뻔했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욕 한번 먹고 말지’라는 생각에 쿠폰으로 결재하려는 찰나, ‘유효기간 : 2016.12.31’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손님. 유효기간이 지나 쿠폰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손님은 “유의사항은 읽지도 못했다”며 막무가내로 계산해 달라고 했다.


“눈 나쁘면 안경이라도 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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