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무관한데 제주 '땅'만 보고다니는 그녀 직업은?

조회수 2020. 9. 23. 15: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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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10바퀴는 돌았죠" 쏘카타고 땅만 보고 다니는 여성이 하는 일
카 셰어링 서비스 초기 입사 '잘 될까' 우려도
접근성 좋은 주차장 만드는 게 성공 열쇠
협업 잘할 수 있는 동료라면 함께 하고파

제주도에 사는 최미소(31)씨의 주 업무는 ‘땅’을 보고 다니는 일이다. 제주 구석구석을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값이 오를만한 개발 예정지나 주택 부지를 보는 건 아니다. 그의 관심사는 ‘주차장’이다.


최씨는 카 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 업체 쏘카의 제주사업팀장이다. 카 셰어링이란 한 대의 자동차를 시간 단위로 빌려주고 여러 사람이 나눠 쓸 수 있게 만든 서비스다. 하루 단위로 차를 빌려야 하는 렌터카와 달리 10분 단위로도 차를 빌릴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용자가 차를 쉽게 빌리고 반납할 수 있게 하려면 주차장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이런 곳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최씨가 주로 하는 일도 주차장으로 쓸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는 것이다. 그가 나고 자란 곳은 부산이다. 제주도에 내려온 건 약 10년 전. 제주대에 입학한 뒤부터 제주도를 고향처럼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도 제주도에서 찾았다. 쏘카에 입사한 해는 2012년이었다. 

출처: 쏘카 제공
최미소 제주쏘카 팀장.

카 셰어링 서비스 초기 입사 '잘 될까' 우려도


-카 셰어링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전이었을 텐데

“제주도에서 막 카셰어링 서비스가 시작할 무렵이었다. 대학 선배가 새로 생기는 서비스 분야가 있는데 일해볼 생각 없느냐고 제안했다. 이미 제주도에서는 렌터카 업체도 많았고 관련 사업도 활성화돼 있었다. ‘카 셰어링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을까’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새로 시작한다는 데 재밌을 것 같았다.”


-처음 한 일은 무엇인가

“직원 6명이 자동차 100대를 관리했다. 초기엔 이용자가 많지 않아서 주기적으로 100대를 돌아가며 몰고 다니면서 배터리가 방전을 막는 게 일이었다. 세차도 우리 몫이었다.”


배터리 방전으로 시동이 켜지지 않거나, 운전 중 차가 멈추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억지로라도 운전을 했다는 뜻이다. 

출처: 쏘카 제공
자동차 타이어를 점검하는 최미소 팀장.

접근성 좋은 주차장 만드는 게 성공 열쇠


-이제는 땅을 보러 다니는 게 일이라는데

“카 셰어링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주차장을 잘 고르는 일이다. 이용자가 쉽게 차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주차장을 찾아야 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아무 데나 주차장으로 만들 수 있나

“아파트 주차장, 시내 메인 상권 주변이라면 좋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주차장을 만드는 건 아니다. 어두운 지하 주차장이나, 차를 꺼내기 어려운 타워형 주차장은 시내 한가운데 있어도 피한다. 이용하는데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용자 관련 정보는 어디서 얻나

“우선 제주도청에서 제공하는 지역별 인구현황 자료를 기초로 본다. 거주자 수나 연령대를 살펴보는 게 큰 도움이 된다.”


본사에 있는 DI(Data Intelligence)팀의 도움도 받는다고 했다. DI 팀에선 쏘카 이용자의 정보를 분석하는 일을 한다. 이용자의 연령, 이동 거리, 운전 패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한다. 회원 340만명, 누적 예약건수 1000만여건의 정보에서 뽑아낸 데이터를 이용해 새로운 쏘카존을 찾는다.


-상대적으로 한적한 곳에는 주차장을 안 만드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우선순위에 놓는다는 뜻이다. 게스트하우스나 관광지, 호텔 주변에도 쏘카존을 만들고 있다.”


-어려운 일은 없었나

“초기엔 이런 서비스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주차장 소유주에게 카 셰어링을 설명하고 주차장을 빌려달라고 말하면 거절하는 분들도 있었다. 수시로 차가 들락날락할 수밖에 없어 주차장을 관리하는데 불편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이런 어려움은 크게 느끼지 못한다.”


카셰어링 업체들은 주차장 부지를 직접 사들여 관리하기보다 남의 주차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유료주차장에는 월 정기 이용료를 내고 차를 댄다. 호텔이나 아파트 같은 곳과는 협업을 맺어 무상으로 차를 대기도 한다. 일부는 가정집 주차장도 이용한다. 개인이 자기 집 주차장을 무상으로 내어주면 집 주인에게는 셰어링 카를 정가보다 50~70% 저렴하게 쓸 수 있는 혜택을 준다. 이런 서비스를 정착시키는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출처: 쏘카 제공
쏘카 사무실은 가상 도로처럼 꾸며져 있다(왼쪽), 최미소 팀장이 쏘카 제주 실적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오른쪽).

협업 잘할 수 있는 동료라면 함께 하고파


-제주도를 얼마나 돌아다녔다고 생각하나

“못해도 10바퀴는 구석구석 돌았던 것 같다. 시내뿐 아니라 한적한 관광지나 게스트 하우스 주변을 살펴보는 것도 일이었다. 괜찮은 부지를 발견하더라도 거기서 일이 끝나지 않았다. 24시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지, 주차장 면적이 너무 좁은 것은 아닌지, 사고가 일어날 만한 요소는 없는지도 살펴야 했다.”


-사고 가능성도 고려하나

“긁힘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상대적으로 운전이 미숙한 분들이 핸들을 잡으면 그럴 수 있다."


-계획이나 목표를 말해달라

“계속 더 좋은 부지를 찾아야 한다. 제주도는 관광객도 많고 셰어링 카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좋은 주차장을 15~20군데 정도 물색 중이다.”


-주차장이 아니라 새로운 동료를 찾는다면

“협업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차량관리와 주차장 개발이 주된 업무이긴 하지만, 혼자 하는 일은 아니다. 동료들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또 어떤 문제를 만났을 때 리더십을 가지고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함께하고 싶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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