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치과의사보다, 청와대보다, 애플보다 좋다는 이 회사

조회수 2020. 9. 23. 15:3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핀테크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
핀테크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
간편 송금 'TOSS' 누적 다운로드수 1300만
신뢰에 기반한 '자율과 책임' 문화

서울 강남구 ‘비바리퍼블리카’ 사무실. 여기저기 붙은 ‘WE'RE HERE TO MAKE HISTORY’, ‘무이자 1억원 대출, 복지 실화임?’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파랑 후드티를 입은 사람들이 곳곳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화이트보드에는 막 토론한 흔적이 남아있다.


이 회사는 보안카드나 공인인증서 없이 클릭 한번만으로 돈을 보낼 수 있는 간편 송금 애플리케이션 ‘토스(TOSS)’를 운영한다. 2015년 2월 시작해 누적 다운로드수 1300만건을 넘었고, 거래 금액도 13조원을 돌파했다. 지금은 부동산 소액 투자·P2P투자·신용등급 조회 등, ‘간편 송금’을 넘어 ‘간편 금융 서비스’로 성장하고 있다. 

출처: 비바리퍼블리카 제공
이승건 대표. ‘비바리퍼블리카’는 라틴어다. 프랑스 혁명 당시 구호로 ‘공화국 만세’를 뜻한다.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자는 포부다.

대표 이승건(36)씨는 스펙이 독특하다. 그는 치과의사로, 2007년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의료원, 푸르메치과재단에서 일했다.대표만 과거가 화려한건 아니다. 직원 중에도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청와대나 애플 등 큰 무대에서 놀던 사람이 많다. 출신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토스가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꼭 지켜내야만 한다”고 입을 모은다.


8전 9기 끝에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해서 토스를 차렸다는데, 치과의사도 그런 직업 아닌가.

“하지만 내가 원하던 방식이 아니었다. 아버지 사업이 망해 집안에 도움을 주려 치대를 택했다. 하지만 빚을 갚으면서 원래 내 꿈을 찾기 시작했다. 아이폰이 등장하는 등 모바일 혁명이 일어날 때였다. 기술 혁신으로 세상을 뒤집어 보고 싶었다.”


주변 만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2011년 회사를 차렸다. 첫 사업 아이템은 청와대에 청원을 넣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일이 잘 풀리진 않았다. 치과의사로 일하며 모은 1억원이 1년 만에 동났다. 토스 ‘간편 송금’은 8번 실패 끝에 나온 9번째 아이템이다.

-여태까지 아이템과는 무엇이 달랐나.

“이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했다. ‘이걸 만들면 남들도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이었다. 반면 ‘토스’는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다. 모두 금융 서비스를 불편해했다. 방책을 딱히 찾지 못하다, 길에서 우연히 본 ‘기부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정확히는 ‘자동이체(CMS)’ 기술이 해결책이었다. 자동이체를 해놓으면 별도 보안카드나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매달 통장에서 돈이 나간다. 기부금이나 통신요금, 보험료가 그렇다.”


예를 들어 통신사 A는 은행과 계약을 맺고 고객의 계좌에서 출금해간다. 토스도 은행과 계약해 고객이 토스로 송금을 요청하면, 고객의 계좌에서 출금해 고객이 입력한 계좌로 돈을 보내도록 했다.


이처럼 실시간 이체를 하려면 은행망에 접근해야 했다. 사업 제휴를 맺고자 전국 은행을 돌았다. ‘핀테크’ 단어조차 생소한 시절이었다. ‘공인인증서’ 등 각종 규제도 문제였다. 금감원이 CMS 기술을 송금 서비스에 적용한 것을 불법으로 보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적도 있다. 청와대·금융감독원·중소기업벤처부 등을 돌아다니며 법적 규제를 푸는 데 2년 넘게 걸렸다.


-인터넷 전문은행 출현이 위협적이진 않나.

“우리는 이용자가 어떤 은행 계좌를 쓰 건 상관없이 쓸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다. 은행과 경쟁하지 않는다. 우리 앱은 모바일 뱅킹을 대체하지 않고 더치페이 등 보이지 않는 현금 거래를 흡수했다.”


한국에서 본 적 없는 기업문화 '신뢰에 기반을 둔 자율과 책임'


토스의 요즘 최대 고민은 ‘인재 채용’이다. 최근 적극적으로 회사를 홍보하는 이유다. 토스는 상시로 채용 홈페이지(career.toss.im)에서 사람을 뽑는다. 신입과 경력 모두 3개월 수습기간을 거친다. 토스 기업문화와 맞는지 살피는 기간이다. 10명 중 2~3명은 수습기간 중 퇴사한다.


토스는 ‘자율과 책임’을 강조한다. 휴가는 별도 승인 없이 무제한이고, 원하는 장소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 점심·저녁 식대는 100% 지원하고,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도 공짜로 언제든 마실 수 있다. 무이자 1억원 대출도 해준다. 그게 가능할까. 그리고 왜 그렇게까지 할까.


-대부분 스타트업이 아니, 요즘 웬만한 회사는 ‘자율과 책임’ 부르짖는다. 다른 점이 있는가.

“실제론 대부분 사장은 직원을, 동료는 서로를 못 믿는다. ‘너 게으르잖아’, ‘내가 압박을 해야 네가 맞추잖아’하는 불신이 팽배하다. 우리는 사람을 감시와 교육이 필요한 미숙한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일에서 재미를 찾는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가능한가?

“최고 수준 역량을 지닌 사람을 뽑아 자율적으로 하게 둔다. 자신의 일에 미친듯이 몰입하는 사람에겐 바보 같은 규칙이 필요 없다. 불신할 이유도 없다. 이런 사람들은 도덕심이 높고 꿈이 커서 엄청난 성과를 가져온다. 그럼 회사는 최고 수준의 보상을 한다.”


-철저한 성과주의란 말인가.

“개인 성과는 따지지 않는다. 토스에 합류하는 사람은 애초에 역량이 최고 수준 허들을 넘었다고 본다. 동기가 서로에게 피드백하는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가 강하다. 금전적 보상은 자신 있다. 연봉이 6개월에 10%씩 올라간다. 토스에서 경제적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출처: jobsN
(왼쪽부터) 신용석 최고보안책임자와 김유리 프로덕트 오너. 이들은 "동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일을 더 하기 위해 운동을 한다"는 범상치 않은 말을 했다.

대표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은 아닐까. 다른 직장에서 일하다 온 토스 팀원들은 '토스 가디언'을 자처한다. 기업문화와 핵심가치를 지킨다는 의미다. 청와대·마이크로소프트·넥슨을 거쳐 합류한 신용석 최고보안책임자는 “목표와 자아를 실현하고자 모든 걸 던져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토스에서 마음껏 일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애플·SKT·쿠팡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김유리 프로덕트 오너는 “애플보다 여러모로 낫다“고 했다. 그 이유로 “대부분 회사에서는 몇몇 임원만 아는 정보가 있다”며 “애플에서조차 옆 동료가 무슨 일하는지를 몰랐는데, 토스에서는 연봉 빼고 모두 공개한다”고 말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