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소주' 1달에 500만병 파는 1등 신입의 비밀

조회수 2020. 9. 23. 15: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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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처음처럼 500만병 파는 '영업 1등' 신입사원의 비결
[영업의 기술②] 롯데주류 영업사원 하종수씨
한 달에 처음처럼 500만병 가까이 팔아
매달 롯데주류 소주 영업사원 '톱5'에 들어
"웃는 낯으로 '예스맨' 되려고 노력하죠"

①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

② “뱉을 수 있다.”


치열한 영업 현장에서 무엇이 정답이냐 물으신다면…. 둘 다 정답이다. 하지만 ②번을 ①번으로 바꾸는 것은 온전히 영업사원의 몫이다. 특히나 영업 중의 영업이라고 꼽히는 주류 영업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지금은 국내에서 소주 ‘처음처럼’을 가장 많이 파는 5명 안에 늘 이름을 올리는 하종수(27)씨 역시 첫 영업현장에선 ‘문전박대’를 당했다. 2014년 10월의 일이었다. 서울 상암동 뒷골목에 있는 동네 삼겹살집에서였다. 손님을 응대하고 있던 업주는 맥주 몇 병을 들고 쭈뼛쭈뼛 식당에 들어오는 하씨에게 ”시간 없다“면서 당장 나가라고 했다.


방송사들이 앞다퉈 입주하고 또 사세를 확장하면서, 상암동 방송가 상권이 커지고 있는 시기였다. 초짜 영업맨 하종수는 물러설 수 없었다. 결국 몇 차례 더 웃는 모습과 함께 사은품 전달, 프로모션 기획안 제안 등 열과 성을 다해 결국 업주와 친해졌다고 한다.


jobsN은 최근 롯데주류 서울서부FM팀 하종수 사원과 만났다. 그는 국내에서 처음처럼 소주를 가장 많이 파는 5인 안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인물이다. 서울 자운고와 상지대 경영학과(10학번)를 졸업한 하씨는 2014년 9월 롯데주류 영업직으로 입사했다.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해 영업을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2년 계약직 기간을 거쳐 2016년 7월부터 정규직으로 일했다.

출처: jobsN
롯데주류 하종수 사원.

다같이 거래처에서 점심먹고 하루 영업 일과 시작


주류 영업맨들은 ‘박스’로 사람의 실적을 평가한다. 소주 한 박스에는 30병이 들어있다. 하씨는 ‘1만3000박스의 사나이’로 불린다. 한 달에 40만병, 연간 480만병 꼴이다. 소주 기준 롯데주류 전체 톱5 이내에 늘 들지만, 인센티브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팀원(20여명)들에게 간식을 한 턱 낼 정도"라고만 했다. 자동차 등 타 업종과는 인센티브 제도가 사뭇 다르다. 전원 롯데주류 본사 소속인데다, 수당보다는 본봉 위주로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의 대표적인 젊은 상권으로 꼽히는 홍대를 맡고 있다. 홍대에는 약 800개 식당·호프·클럽 등 업장이 있다. 이를 롯데주류 서울서부FM팀 영업사원 3명이 나눠서 맡고 있다. 서울서부FM팀은 쉽게 말해 서울 서부지역 소주 판매팀이다.


하씨의 일과는 매일 오전 11시 신길동 사무실로 출근해 시작한다. 밤에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출근 시간이 늦다. 2시간 정도 거래처 명세 정리 등을 한 뒤 1시쯤 홍대 앞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사실은 이때부터 외근 시작이다. 식사는 대개 팀 동료 서너명이 모여서 한다. 점심시간은 주요 고객층인 식당 업주들에게는 가장 바쁜 시간이다. 따라서 영업을 할 수 없다. 그 대신 거래처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거래처 매상을 올려주기도 하고, 또 거래처가 실제로 영업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도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후에는 하루에 약 40곳의 업장을 다닌다. 골목을 누비고 다녀야 해서 운전실력은 필수다. 퇴근은 대개 밤 9시지만, 저녁 식사는 정해진 때에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집에 와서 늦게 먹는 경우가 많다. 주5일 근무는 잘 지키지만, 평일 ‘저녁이 없는 삶’은 필수라는 이유로 연애에도 다소 애로사항이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사내에서 이름을 알린 것은 의외로 맥주 때문이다. 소주를 주로 판매하고 있지만, 그의 팀에서는 맥주 영업도 부업처럼 한다. 때는 바야흐로 2017년 6월. 롯데주류가 클라우드의 자매 맥주격인 라거 ‘피츠’를 출시하면서다. 전 영업사원에게 “피츠 판매처를 확보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하씨의 눈에 들어온 곳은 보급형 호프집을 콘셉트로 하고 있는 A식당이었다. 5개 점포 합해 매월 맥주 300박스를 소비하는 곳이다. 그것도 타 국산맥주만 주로 파는 곳이었고, 2개 점포에서만 클라우드를 병행판매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평소 소주를 납품하면서 친분관계를 쌓아온 하씨는 꾸준히 업주를 설득했다. “부드럽고 젊은 감성에 어필하니 팔아보시라”는 설득에서부터 “저를 한 번 믿어주십시오”라는 다짐까지 계속했다. 결국 A식당 5개 매장 모두 맥주를 피츠로 바꿨다. 그 공로를 인정해 롯데주류는 2017년 10월 하씨를 판촉왕으로 선정했다. A식당 5개 지점은 현재 월 300박스의 피츠를 소비하고 있다.


현재 하씨가 맡고 있는 홍대 업장 200여곳 주류 시장 점유율은 소주 기준 처음처럼이 45%(참이슬 55%)다. 맥주의 경우 클라우드+피츠 합해 롯데주류 점유율이 15%(카스 65%, 하이트 25%)로 회사는 추산하고 있다.


소주에서는 ‘OO처럼’ 라벨이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는 영업을 나갈 때 휴대용 프린터기를 함께 들고 나간다. 매장 손님들이 원하는 문구에 맞춰 ‘철수처럼’ ‘영희처럼’ 등을 스티커로 만들어 준다. 인터뷰 중에도 ‘잡스엔처럼’을 프린트 해서 보여줬다.  

출처: jobsN
인터뷰 도중 하종수씨가 '잡스엔처럼' 라벨을 만들어 보여줬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홍대 클럽 접수 목표”


영업의 비결을 묻자 하씨는 “특별한 것이 없다”는 말부터 꺼냈다. 하지만 곧이어 “제 별명이 예스맨이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씨는 대표적인 에피소드 한 가지를 말해줬다. “거래처 점주님에게서 긴급 연락이 왔죠. 애견이 동물병원에서 퇴원을 해야 하는데, 장사가 너무 바빠서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회사 차를 끌고 ‘출동’했죠. 하핫.” 사비 3만원을 들여 세차를 했지만, 점주에게 카드지갑을 선물로 받았다. 거래처로서의 관계가 좋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 외에도 하씨는 병따개나 유리잔, 앞치마, 물통 등 각종 판촉물이 부족하다는 점포가 있으면, 반드시 가져다 준다는 약속을 지킨다. 재고가 없으면 옆 팀에 가서 읍소를 하더라도 구해주는 성격이다. 항상 웃는 성격이라는 점 역시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업주랑 할 말이 없으면 어떡하나. 이에 대해 하씨는 “날씨나 스포츠,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할 말을 준비한다”고 했다. 특히 모바일게임이 중요하다고 했다. 업주들이 한가한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다.


축구를 좋아하는 것 역시 영업맨으로서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가 속한 롯데주류 영업사원팀은 우연찮게 축구를 하다가 마포구 상인회 회원팀과 축구 경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이 중 몇몇 사장을 고객으로 만들었다.


그가 눈여겨 보는 곳은 홍대 클럽 골목이다. 현재는 본인의 담당 지역이 아니지만, 언젠가 한 번은 공략해 보고 싶은 곳이라고 했다. “이곳은 젊은이들이 몰려있는 말 그대로 ‘대표 젊음의 거리’잖아요. 그런데 막상 맥주는 하이트가 잘 팔리거든요. 저희 것을 더 팔고 싶은 욕심이 있죠.”

인터뷰를 마치고 보니, 전국 5위 안에 든다는 이 사람의 ‘왕도’는 다름 아닌 ‘노력’ 같았다. 우리 스스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까.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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