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단독]이 이 시간에? 기사 '새벽 3시'에 숨겨진 비밀

조회수 2020. 9. 23. 15:35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상식ssul]얘네는 왜 새벽 3시에 기사를 내는 거지
신문 배송과 '싱크로' 맞추기 위한 시스템
'엠바고' 때문에 기사 몰리는 시간대도 있어

각 언론사나 포털 사이트에 뜨는 기사 중엔 송고 시간이 ‘오전 3시’인게 많다. 국민 대부분은 깊이 잠들어 있을 시간대다보니, 이따금 여론을 조작하려 일부러 새벽에 기사를 던진다는 의혹이 나온다. 인적이 드물 때 낸 기사는 클릭 몇 번만 해도 인기순위가 쭉쭉 오른다. 그러니 댓글 알바를 조금만 돌려도 관심을 많이 받는 것처럼 포장하기 쉽다는 논리다.  

출처: 네이버 뉴스
지난 1월 23일 탈북자 오청성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일부.

신문의 사정


사실 그렇진 않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신문’ 때문이다.


오전 3시에 기사를 올리는 언론사는, 자세히 보면 대부분이 조간신문사다. 새벽에 배달해 아침에 보는 신문을 만드는 회사란 의미다. 또한 이 시간에 나오는 기사는 99%가 그날 신문 지면에 실린 내용 그대로다. 즉, 새벽 3시에 뜨는 기사는, 당일 아침 신문 기사를 인터넷에 옮겨 내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3일 조간신문에 실릴 기사는, 미리 인터넷 기사로도 만들어 3일 오전 3시 예약전송을 걸어 준다.


굳이 오전 3시인건 신문 발송 시스템 때문이다. 조간신문사는 대개 신문을 새벽 3~4시부터 뿌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신문과 내용이 같은 인터넷 기사가 그보다 앞서 나와버리면, 독자 입장에선 굳이 종이신문을 볼 필요가 없어진다. 한 신문사 경영팀 관계자는 이를 가리켜 “신문 배포와 인터넷 출고 사이 ‘싱크로(synchronize)’를 맞추는 셈”이라고 했다.


지면에 실리는 특종기사 또한 새벽 3시면 인터넷에 ‘[단독]’ 타이틀을 달고 뜬다. 이 때문에 새벽 3시엔 유독 특종이 많이 터지는듯한 착시효과가 난다. 이런 시스템은 언론 쪽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 딱히 알기 어려우니, “여론을 조작하려 새벽에 특종을 쏟아낸다”는 의혹이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결론은, 국민을 속일 목적으로 그 시간을 골라 기사를 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엠바고의 사정


참고로 오전 3시 외에도 유달리 기사가 많이 나오는 시간이 있다. 바로 ‘오전 6시’와 ‘오후 12시’다.


이는 보도 시점 유예, 즉 엠바고(embargo)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엠바고란 언론과 취재원이 합의해 보도 시점을 조절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 정부가 특정 시간에 이를 발표해 달라고 언론사에 요청하고 언론사들이 이를 받아들여 그 시간부터 기사나 영상을 내보내는 식이다. 시점은 어느 시간대에나 정할 수 있지만, 가장 흔히 쓰는 때는 인터넷 기사 기준 ‘오전 6시’(석간 엠바고)와 ‘오후 12시’(조간 엠바고)다.


신문사는 조간 엠바고가 걸린 자료를 지정한 날짜 ‘조간신문’을 만들 때부터 쓸 수 있다. 다만 같은 조간 엠바고 자료라도, 방송·인터넷 기사엔 전날 오후 12시부터 노출 가능하다. 인터넷 매체뿐 아니라 ‘신문사’가 쏘는 ‘인터넷 기사’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3일 조간 엠바고 보도자료라 하면, 2일 석간신문엔 실을 수 없지만 3일 조간신문엔 배치 가능하다. 물론 조간을 발행하지 않는 석간신문사는, 이 기사를 정 지면에 쓰고싶다면 3일 석간에 얹는 수밖에 없다. 대신 방송이나 인터넷 기사로는 2일 오후 12시부터 내보낼 수 있다.


석간 엠바고 자료는 엠바고 풀리는 날 ‘석간신문’을 만들 때부터 사용 가능하며, 방송·인터넷에선 좀 더 빠른 시간대인 ‘당일 오전 6시’부터 쓸 수 있다. 3일 석간 엠바고 보도자료가 있다 하면 신문엔 3일 석간부터, 방송·인터넷엔 3일 오전 6시부터 기사로 만들어 송고 가능한 것이다.


아무튼 기자들은 사전에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를 써뒀다가 엠바고 풀리는 시간에 맞춰 예약전송하는게 보통이다. 이 때문에 오전 6시나 오후 12시엔 온갖 언론사에서 기사가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다.


이 시스템을 모르면 신문·방송·인터넷 매체가 비슷한 때 같은 주제로 기사를 퍼붓는 모습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니 “뭔가 다른 걸 덮기 위해 일부러 기사를 터트리는 음모”라는 오해가 솟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오전 3시 기사와 마찬가지로, 실제로는 이 또한 언론계 나름의 시스템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일 뿐이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