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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m 높이에서도 스마트폰 '지켜낸' 국내 강소기업

조회수 2020. 9. 25. 22: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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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도 인정, 한해 1000만개 이상 팔리는 스마트폰 케이스 만드는 사람들
모바일 액세서리 제조기업 슈피겐코리아
까다로운 제작 과정으로 디자인·기능 인정받아
자율적이고 책임감 있는 기업 문화

새 스마트폰을 장만하고 나면, 또 다른 고민이 떠오른다. ‘스마트폰 케이스’다. 과거엔 값비싼 스마트폰이 행여 작은 흠집이라도 날까 케이스를 씌웠다. 요샌 소재·색깔·모양을 꼼꼼히 따져 사고, T.P.O(시간·장소·상황)에 따라 케이스를 바꿔 끼운다. 케이스뿐만 아니라 차량용 거치대·이어폰 등 ‘모바일 액세서리’는 사람들의 개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통한다.


‘모바일 액세서리’하면 떠오르는 회사 ‘슈피겐코리아’가 있다. 이름을 듣고 외국계 기업으로 오해받지만 엄연히 토종 한국 기업이다. 2009년 ‘액정보호필름’으로 시작해 연매출 1793억원(2016년 기준), 직원 수 200여명인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60여개국에 수출한다. 한해 1000만개 이상 판다. 독일에서 하루 평균 5000개, 미국에서는 1만5000개가 팔린다. 2017년 9월 필립 실러 애플 수석부사장이 아이폰X와 아이폰8 시리즈를 발표하며 주요 파트너사로 슈피겐코리아를 언급하기도 했다.

출처: jobsN
(왼쪽부터) 정수하 파트장, 안덕현 매니저.

이곳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정수하(31) 파트장, 안덕현(30) 매니저를 만났다. 케이스·차량 거치대·이어폰 등을 기획하고 디자인한다. 어떻게 일하며, 모바일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봤다.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은 비결


모바일 액세서리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온라인 쇼핑몰에 ‘휴대폰 케이스’를 검색하면 수만개 제품이 뜬다. 애플, 삼성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에서도 모바일 액세서리를 만든다. 무수한 경쟁 상대들 사이에서 슈피겐코리아의 ‘터프 아머’, ‘러기드 아머’ 같은 대표 제품들은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슈피겐코리아 케이스의 가격은 2만~3만원대 중저가다. 온라인쇼핑몰에서 파는 저가 제품을 주로 쓰는 사람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애플, 삼성전자에서 만든 제품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가격이다. 몇년 동안 슈피겐코리아 제품만 쓰는 마니아도 많다.


-슈피겐코리아가 만드는 제품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안) ‘스마트폰 모양에 맞춰 만들면 되지 않나’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올 때마다 케이스도 모양과 디자인이 바뀌어야 해요. 카메라 렌즈를 보호하면서 사진 찍을 때 걸리지 않아야 하고, 볼륨 버튼도 부드럽게 눌러야 합니다. 시장조사, 아이디어 기획부터 제품 생산까지 통상 6개월 정도 걸립니다. 회사에 있는 3D프린터로 시제품을 만들어 보면서 수없이 회의를 합니다. 도면 0.1mm에 따라 느낌이 달라져요. 색감이나 마감 처리도 사소해 보이지만 비교해보면 다릅니다.


슈피겐코리아에서는 5~6번의 제품 테스트를 해 적합 판정이 나야만 출시한다. 스마트폰과 맞닿는 제품 안쪽에는 거미줄 모양의 홈이 있다. ‘스파이더웹 패턴’이라 부른다. 기기가 떨어지거나 부딪혔을 때 충격을 흡수한다. 스마트폰 모서리 4곳에는 에어쿠션을 넣었다. 스마트폰이 주로 모서리로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한 기술이다.


미군에 납품하는 제품을 시험하는 ‘밀리터리 그레이드 드롭 테스트’를 통과했을 만큼 튼튼하다. 밀리터리 그레이드 드롭 테스트에서는 1.2m 높이에서 물건을 26번 떨어뜨린다. 이때 이상이 없어야 적합 판정을 받는다. 슈피겐코리아에서는 2m 높이에서 테스트한다. 바닷물 부식 테스트, 극한 온도 테스트, 스크래치 테스트 등을 거친다. 

-국가별로 선호하는 디자인도 다른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가요?

(정)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자체가 부각되는 얇은 디자인이 인기입니다. 북미에서는 튼튼해 보이는 제품을 선호합니다. 아무래도 서양인 손이 더 크니까 케이스를 끼웠을 때 그립감이 안정적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유럽에서는 디자인이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제품을 좋아합니다. '러기드 아머'같은 저희 기본 제품이 대표적이에요.


디자이너 역량 자유롭게 발휘하는 회사


상명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정수하 파트장은 디자인 전문 회사에서 3년간 일한 뒤 2013년 슈피겐코리아로 이직했다. 안덕현 매니저는 2016년에 입사했다. 삼성에서 만든 디자인 교육원인 사디(SADI) 제품디자인과를 졸업하고 UX디자이너, 가죽 케이스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이 있다.

출처: jobsN
정수하 파트장.

-슈피겐코리아에 합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 디자인 전문 회사에 있을 때는 제품 회사에서 의뢰를 받아 디자인을 했어요. 아무래도 고객사 의견에 따라 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었죠. 제가 디자인을 해도 실제 제품으로 나오지 않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디자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 이직을 결심했어요.


(안) 하루 종일 함께하는 스마트폰은 생활 필수품이에요. 자신의 생활 방식을 나타내는 수단입니다. 생활에 밀접하고, 사람들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정) ‘스텔스’라는 자동차 거치대가 있어요. 보통 자동차 거치대가 투박하고 예쁘지 않아요. 자동차 거치대도 예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각진 디자인도, 소재도 처음이었어요. 마치 큰 집게처럼 맞물리면서 스마트폰을 잡아줘서 사용하기에도 편리하고 대시보드에 자국도 남지 않게 했어요. 8개월 동안 시제품만 5~6번을 만들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만큼 좋은 제품이 나왔습니다.


(안) 입사 후 처음 참여한 제품이 ‘러기드 아머 엑스트라’입니다. 계속 기능과 디자인이 발전해서 최근에는 '아이폰X 프로가드'라는 새 버전으로 나왔어요. 1년 가까이 맡고 있다보니 애정이 갑니다. 보통 스마트폰 뒤에만 케이스를 끼는데, 이건 전면에 하나, 뒷면에 두개씩 결합하는 방식이에요. 그동안 나왔던 제품들 중 가장 복잡한 구조인데, 그만큼 보호력이 더 높습니다.

출처: 슈피겐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정수하 파트장이 디자인한 '스텔스', 안덕현 매니저가 디자인한 '아이폰X 프로가드'

-디자이너에 대한 창의성, 의견 존중이 잘 이뤄져야 합니다. 슈피겐코리아는 어떤가요?

(정) 디자이너가 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참여해요. 재량이 큰 만큼 책임감을 느낍니다. 보통 회사에서 임원을 어려워하는데 저희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표님은 저희 의견에 항상 긍정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어떻게 하면 더 좋게 할 수 있을까’ 스스로 고민하게 만드는 환경입니다. 또 휴대폰 지원금(최대 50만원)이 나와서 제가 만든 케이스를 써보면서 개선할 점을 찾을 수 있어요.


(안) ‘태스크월드(task world)’라는 내부 업무 소프트웨어가 있어요. 디자인 등을 올리면 댓글로 누구든지 편하게 의견을 냅니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동기와 의지가 확실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모바일 액세서리 디자이너가 되려면


슈피겐코리아는 월초마다 신입·경력 채용공고를 낸다. 디자이너는 서류전형(자소서·포트폴리오)-인적성 검사-1차 면접-2차 면접을 거친다. 면접 전 사전 과제를 준다. 면접에서 과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묻는다. 가령 ‘특정 콘셉트로 제품을 출시하려는데 디자인을 제안해봐라’, ‘당신이 독서토론 모임 장인데, 인원 수가 줄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문제다. 황선우 채용담당 매니저는 “지원자가 한정된 자원으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본다”고 했다.


채용 진행 기간은 신입의 경우 통상 40일, 경력직의 경우 2개월 정도다. 신입, 경력직 모두 3개월 수습기간을 거친다. 수습기간 동안 선배는 후배를 면담하며 피드백을 준다.


슈피겐코리아는 2016년 ‘티퀀스’라는 브랜드를 내놨다. 3단 자동우산, 랜턴, 보조배터리, 텀블러 등 생활용품을 만든다. 앞으로도 꾸준히 채용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대졸 초봉은 2000만원 중후반. 분기별 인센티브는 별도다.

출처: jobsN
안덕현 매니저.

-채용에 관심 있어 할 취준생, 직장인에게 조언한다면요?

(정) 간혹 남의 작품을 포트폴리오에 넣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에는 금방 들통납니다. 면접에서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지원자가 얼마나 참여했는지를 봐요.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뭔지, 어떤 생각으로 디자인을 했는지를 묻습니다. 또 ‘넓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디자이너라고 디자인만 하지 않고 설계팀, 영업팀과 함께 일하면서 의사소통할 때가 많으니까요.


(안) ‘넓게 보는 안목’에 덧붙이자면, 슈피겐코리아가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경험해볼 분야가 넓어질 거예요.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좋을 것 같아요. 또 디자이너는 경험을 많이 해볼수록 좋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여행했으면 합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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