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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맨몸으로 오세요..저희가 다 책임집니다"

조회수 2020. 9. 25. 22: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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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용품 다 빌려주는 스타트업 '오쉐어'
여행용품 다 빌려주는 스타트업 '오쉐어'
맨몸으로 제주도행, 모텔방 전전하며 시장조사
게스트하우스 직접 돌며 대여 서비스 홍보
주 7일 출근, 최저임금 받아도 만족

‘오쉐어’는 여행자들이 빈손으로 제주도를 찾을 수 있도록 각종 물품을 빌려주는 스타트업이다. 물놀이 인기 아이템 튜브부터, 등반에 필요한 등산화와 아이젠, 전문가용 카메라 렌즈까지 갖추고 있다.


“여행은 최대한 가볍게 떠날 수 있어야 좋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오재용, 임현규, 석용우, 씨는 카이스트에서 ‘창업 입문’ 수업을 듣던 중 창업 결심을 했다. 석용우(26)씨는 “공유경제가 한창 이슈가 됐을 무렵 여행에 필요한 물품 대여 서비스는 없어서 블루오션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행과 대여서비스를 연계한 아디디어를 실행하기엔 제주도가 가장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빼면 제주도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밀고나갔다. 제주도가 국내 최대 관광지라는 점. 관광객 대부분이 비행기로 이동하는데 많은 짐을 들고 가기엔 불편할 수 있다는 점. 한두 번 사용할 물건들을 현지에서 구매하려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들기로 했다. 

출처: 오쉐어 제공
임현규, 석용우, 오재용 오쉐어 공동창업자들 모습.(왼쪽부터)

맨몸으로 떠난 제주도, 모텔방 전전하며 시장조사


-전공과 무관한 사업으로 보입니다

"저희 모두 전공이 '산업, 시스템공학과'입니다. 물류와 관련한 사업이라고 하면 아주 무관하다고 볼수는 없지만, 서비스업을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맨땅에 헤딩하기'였습니다. 주변에서 말리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래도 꼭 사업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제주도로 이사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얼마나 준비했습니까

“한 학기 동안 이 사업에 관한 아이템을 토론하고 교수님께 ‘해볼만하겠다’는 평가를 들은 게 전부였습니다. 이걸 빼면 아무것도 없이 내려갔어요. 모텔방을 전전하면서 공항에서 관광객들을 만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여행용품을 빌려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이용하시겠습니까’, ‘어떤 물건을 빌려줬으면 좋겠습니까’ 같은 질문을 했죠.”


한 달 동안 제주도에 머물면서 사람들을 만난 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이 사업, 해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 겸 사무실부터 구해야 했다. 돈을 아끼려 무조건 싼 곳을 찾았다. 보증금 500만원에 연간700만원을 내는 옥탑방을 구했다. “월세를 찾지 못해 일 년 치를 한꺼번에 내는 ‘연세’ 방을 구했습니다.” 관광지 방세는 저렴하지 않았다. 나중에 대여 물품을 쌓아둘 공간까지 고려했기 때문에 넓은 집을 고르다 보니 더 싼 곳은 찾기 어려웠다.


2015년 12월, 제주도는 그래도 따뜻할 것이란 생각은 빗나갔다. 서울보다는 덜했지만 바닷바람은 매서웠다. 돈을 아끼려고 난방을 포기했기 때문에 한 방에서 세명이 웅크리고 잠을 잤다. “긴팔, 긴 바지, 패딩까지 끼어 입고 잤어요.”

출처: 오쉐어 제공
오쉐어 창업자들이 창고에서 재고 물품을 정리하는 모습

게스트하우스 직접 돌며 대여 서비스 홍보


-마케팅은 어떻게 했습니까

“게스트하우스를 돌아다녔습니다. 물품 대여 서비스를 한다고 알려드리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죠. 카카오톡으로 주문을 받았어요. 첫 주문은 3000원짜리 셀카봉이었습니다.”


-가지고 있던 제품이었나요

“한 개도 없었습니다. 여행자들이 어떤 물건을 빌려달라고 할지 모르니 미리 사둘 수 없었죠. 셀카봉 대여 주문을 받고 그날 바로 사서 가져다 드렸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제품군을 확정하고 많이 빌려기는 물건을 중심으로 재고를 확보해두고 있습니다.”


대여료는 하루 기준 3000원부터, 3만원까지 다양하다. “등산용품 같은 경우엔 등산화, 가방, 스틱, 장갑, 아이젠, 발 토시까지 패키지로 빌려 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한라산 등반하시는 분이 많은데 이런 장비들을 모두 챙겨서 제주도에 오기는 쉽지 않거든요.”


일주일 평균 약 200팀이 물건을 빌린다. ‘팀’으로 계산하는 건 한 사람이 여러 사람(한 팀) 물건을 한꺼번에 빌리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2017년 매출은 약 1억 5000만원. 2018년 예상 매출액은 3억원 수준이라고 했다. 사업성을 평가한 롯데액셀러레이터와 이영일 전 컴투스 CTO가 투자했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사무실을 제공했다. 다만 오쉐어는 정확한 투자금액을 밝히진 않았다.

출처: 오쉐어 홈페이지
오쉐어에서 빌려주는 각종 장비들

주 7일 출근, 최저임금 받아도 만족


-어려운 일은 없었습니까

“배송을 하려면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했는데, 셋 다 장롱면허만 있는 초보운전자였어요. 배송 나간다며 사방으로 흩어질 때는 농담으로 서로 ‘살아서 보자’는 인사도 했습니다. 2년쯤 하고나니 이제 익숙해져서 떨지 않고 운전하고 있어요.”


당일 대여보다는 하루 전 예약 서비스를 주로 받는다. 정해진 시간에 손님 숙소로 물건을 보내주고, 다시 정해진 시간에 숙소에서 물건을 찾아가는 시스템. “초기엔 손님이 계신 곳까지 찾아가서 직접 드렸는데 서로 찾기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불편했습니다. 아예 숙소로 보내드리는 게 편리할 것 같다고 생각했죠.”


이들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출근한다고 했다. 반납한 물건에 흠이나, 수리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새것처럼 닦는 것도 일이다. 진흙이 잔뜩 붙은 등산화를 닦는덴 이골이 났다고 했다. 바다가 옆에 있지만 남들처럼 놀러 가본 기억은 없다. “정 쉬고 싶을 땐 퇴근 후 게임하거나 삼겹살 파티를 합니다.” 고기를 집이 아니라 가까운 식당을 찾아가 먹는 게 '작은 사치'다. 창업 후 10개월 동안은 월급 한 푼 받지 못했다. 약 150만원의 월급(최저임금)을 받기 시작한 지 몇 달 안됐다"고 했다.


“저희 사업을 키워가는 일이잖아요, 월급 조금 더 받기보다 회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 뿌듯합니다. 제주도에 오는 관광객이 짐가방 없이 빈손으로 오셔도 될 수 있을 때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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