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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점수는 우리가 올려줄테니 그시간에 다른 일해라"

조회수 2020. 9. 25. 22: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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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시간만 투자하면 토익 점수 100점 올려주는 앱 만든 이 남자

취업 준비생은 취업에 필수인 공인 영어성적을 위해, 직장인은 이직이나 승진을 위해 토익(TOEIC)에 매달린다. 대학은 토익 점수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외국어 특별전형을 운영하고, 특목고 입시에도 토익 점수가 필요해 중·고등학생도 토익을 준비한다.


사실상 '국민 시험'이 돼 버렸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200만명가량이 토익을 본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자 수(59만 3527명)의 3배가 넘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토익을 준비하지만, 토익 점수를 잘 받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최근 토익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앱이 있다. 정식 서비스 시작 넉 달 만에 20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몰린 ‘산타토익’이라는 앱이다. 2000명 이상 베타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산타토익으로 20시간 공부하면, 토익 점수가 평균 107.6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뤼이드 제공
장영준 뤼이드 대표

산타토익을 서비스하는 뤼이드(Riiid)의 장영준(32) 대표는 “수많은 사람이 영어 실력이 아닌 토익 점수를 위해 토익을 공부한다”면서 “토익 점수는 우리가 올려줄 테니, 그 시간에 다른 가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웹툰 1위 플랫폼 창업자가 한국에 돌아온 이유


장 대표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 UC버클리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2011년 한국의 첫 우주인 후보였던 고산씨가 운영하는 창업가 모임인 ‘글로벌 스타트업 스프링보드’에 참여한 게 계기가 돼 창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미국의 경영대학 출신은 투자은행(IB), 컨설팅 회사 같은 곳을 선호하죠. 저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대학 재학 시절 글로벌 IB인 메릴린치에서 인턴생활을 하며 ‘폼 나는’ 월급쟁이가 되려고 했었죠. 하지만 메릴린치에서 일해보니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기보다는 ‘보스’ 한 사람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창업가 모임에서 만난 ‘형님’들에게 반해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2012년 장 대표는 김창원씨와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타파스 미디어’(Tapas Media)를 창업했다. CCO(최고콘텐츠책임자)를 맡아 샌프란시스코에서 ‘만화 좀 그린다’는 사람들은 모두 만나고 다니며 작가를 끌어모았다. 영웅이 등장하는 북미의 만화 시장에서 한국식 웹툰 서비스를 표방한 타파스 미디어는 현재 월평균 페이지뷰가 1억 5000만건에 달하는 글로벌 1위 웹툰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2013년 6월 꾸준히 성장하던 타파스 미디어를 김창원 대표에게 맡기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비자 문제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에선 매년 취업비자를 발급해주는 숫자가 정해져 있는데,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취업비자를 신청하기 때문에 추첨으로 인터뷰 대상자를 선발합니다. 전 추첨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취업 비자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사교육 시장에선 인공지능이 더 따뜻할 수 있죠”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바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었다.


“학비를 벌기 위해 방학 때면 한국으로 들어와 영어 과외를 했었습니다. 꽤 비싼 과외비를 받았지만, 학생들에게 그에 합당한 가치를 돌려주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들었죠.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는 사교육 시장에선 돈 있는 소수만이 비싼 돈을 주고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인터넷 강의’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양질의 교육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혁신’을 이뤘지만, 강사가 짜놓은 커리큘럼을 일방적으로 수강생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공지능을 접목시키면 학생 개개인의 성향에 맞는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생이 잘 알아듣지 못할 때 ‘사람 선생님’은 여러 번 시도하다 지치기도 하지만, 인공지능은 지치지 않고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죠. 효율적이기도 하고요. 사교육 시장에서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따뜻할 수 있다는 거죠.”


자신의 구상을 실현시켜 줄 개발자를 찾기 위해 장 대표는 1년간 200명가량의 개발자를 만났다, 좋은 개발자를 영입하기 위해 술도 사고 밥도 사다 보니 타파스 미디어에서 받은 월급을 다 쓸 정도였다. “한 번은 카페에서 개발자를 만나 면접을 보는데, 카드 한도 초과로 그분이 커피값을 대신 내준 적도 있었습니다.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200만원만 빌려달라’고 했죠. 유일하게 창업하면서 부모님께 도움을 받은 때였습니다.”

출처: 뤼이드 제공
사진 왼쪽부터 허재위 CTO, 노민성 CDO, 장영준 대표

수많은 개발자를 만난 끝에 현재 뤼이드의 CTO(최고기술책임자)인 허재위씨를 만났고, 여기에 타파스 미디어에서 함께 일했던 노민성씨를 CDO(최고디자인책임자)로 영입하면서 초기 멤버를 꾸렸다. 이들은 2014년 5월 뤼이드를 설립했다. ‘제거하다’ ‘자유롭게 하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rid에서 착안한 회사 이름이다.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로 세상의 불편함을 제거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토익 성적 걱정으로부터 해방됐으면”


뤼이드는 카이스트 연구팀과 공동으로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전체 33명의 직원 중 15명이 연구직이고, 이 중 6명이 인공지능에 특화된 사람이다. 연구·개발에 집중하다보니 뤼이드의 알고리즘은 머신 러닝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IPS)의 논문에 등재돼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뤼이드는 SK플래닛, 대성창업투자 등으로부터 총 55억원가량 투자 받았다.

출처: 뤼이드 제공
NIPS에 등재된 뤼이드의 논문(좌)뤼이드 개발팀과 카이스트 서창호 박사(사진 가운데 맨 아래)

뤼이드는 이 알고리즘을 가장 먼저 토익에 적용했다. 토익에 수많은 사람들이 매달려 있어 사회적 낭비가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산타토익 사용자가 앱을 내려받고, 30문항짜리 진단 테스트를 풀면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실력을 파악한 뒤 취약한 유형을 분석한다. 단순히 어떤 문제에 어떤 답을 골랐는지 뿐만 아니라 문제풀이 시간, 정답을 골랐는지, 오답을 골랐다면 어떤 오답을 골랐는지까지 종합해 커리큘럼을 짜준다.


“45만명의 문제 풀이 데이터 3000만건을 토대로 기계가 스스로 학습해(머신 러닝) 토익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법을 알려주는 식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용자의 데이터가 쌓이면서 알고리즘이 더욱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출처: 뤼이드 제공
산타토익은 진단테스트를 통해 파트별 수준을 알려주고, 문제 풀이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짚어내 강의로 보완해준다

산타토익은 부분 유료로 운영되지만, 많은 사람이 토익 걱정으로부터 해방되길 바라는 마음에 비용을 최소화했다. 무료 사용자는 토익 7개 파트 중 파트2와 파트5에서 각각 매일 10문제를 풀 수 있고, 문제 풀이 도중에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강의도 들을 수 있다. 유료 사용자는 기간에 따라 사용료를 내는데, 가장 비싼 12개월 사용료가 9만9900원에 불과하다. 전 영역에 걸쳐 문제를 풀 수 있고, 강의 역시 골라 들을 수 있다. 보통 학원에서 토익 수업을 들으려면 수십만원씩 내야 한다.


뤼이드는 머신 러닝 알고리즘은 기계가 학습할 데이터만 있으면 다른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뤼이드는 토플(TOEFL)이나 국가직무능력표준(NCS)시험 등에도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한 앱을 준비하고 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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