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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입구역 난간에 형광색 옷 입고 서 있던 중년 남성의 정체

조회수 2020. 9. 25. 22: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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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하나로 홍대 길거리 변화시킨 두 남자
광고 스타트업 아이디엇
2017대한민국 광고대상 수상
"'생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다"

먹다 버린 페트병, 다 마신 테이크 아웃 컵.


쓰레기로 가득했던 홍대입구역 지하철 출입구 난간. 이제는 형광색 옷을 입은 중년 남성이 지키고 있다. 가까이 가니 이 남성의 정체는 크기 23cm의 환경미화원 스티커. '쓰레기통 30m→'문구와 함께 쓰레기통 위치를 알려주고 있다. '미니 환경미화원 스티커'가 쓰레기통 위치를 알려주는 이 캠페인. 광고 스타트업 ‘아이디엇’의 아이디어다.


아이디엇은 2017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제일기획, 대홍기획, 에드쿠아 등을 제치고 옥외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부산국제광고제에서도 상을 받았다. 창업한 지 2년 만에 다양한 성과를 낸 아이디엇은 이승재(27), 정빈(27) 동갑내기 두 친구가 시작했다. 지금까지 100여 건이 넘는 광고를 진행했고 연 3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아이디어로 모든 것을 해결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광고쟁이를 만났다.

출처: jobsN
왼쪽부터 이승재, 정빈 아이디엇 공동 대표

광고에 뜻을 품은 두 남자의 만남


-둘 다 광고를 하고 싶었나

"이승재: 어렸을 때부터 광고가 재밌었다. 가치관과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실현하는 것이 좋았다. 가령 학창시절에는 여행을 직접 기획했다. 그리고 앞에 나서기보단 뒤에서 바람 잡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그것들이 진짜 행동으로 옮겨졌을 때 뿌듯했다.


정빈: 처음엔 영화감독을 꿈꿨다. 1년 내내 영화만 봤지만 공부하기 싫은 내게 영화는 그냥 도피처였다. 6개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찾았다.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어필하기 위해 셀프 광고를 하기도 했던 내 모습과도 잘 맞았다."


-둘은 어떻게 만났나

"이승재: 한국예술방송진흥원 광고창작학과 동기였다. 광고 동아리에서 만나서 친해졌다. 광고에 대한 열정과 아이디어를 보고 서로 괜찮은 친구라는 걸 느꼈다."


-하지만 곧 학교를 나가지 않았다고 들었다

"이승재: 광고는 아이디어가 핵심이다. 아이디어는 주관이고 주관은 답이 없다. 그런데 한 명의 교수가 100명의 학생들에게 광고를 이론화해서 가르친다는 말엔 어폐가 있다고 생각했다. 1년만 다니고 학교를 나가지 않았다. 온라인 강의로 학점을 따고 학위를 받았다.


정빈: 처음엔 광고를 배우는 게 좋았다. 과제 할 때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재밌다고 생각하는 일에 몇 시간이나 집중한 것이 살면서 처음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승재가 느꼈던 것을 똑같이 느꼈다. 2학년 1학기까지 다니고 중퇴했다."


첫 번째 창업 실패 후 다시 만나 아이디엇 창업


-아이디엇 전에 같이 창업을 했다고 들었다

"이승재: 2011년 사업에 꿈이 있던 형과 시작했다. 나중에 정빈이도 합류했다. 친환경 제품을 모아 놓은 쇼핑몰이었다. 여기에 필요한 광고를 제작했다. 중간에는 광고 매체도 시작했다. 캐시 슬라이드처럼 광고하면 캐시 대신에 포인트를 모아서 로또처럼 응모할 수 있는 형식이었다. 2년 동안 했지만 망했다. 투자금 외에 수입은 단돈 500원. 결국 사업을 접고 각자 갈 길을 갔다."

출처: 아이디엇 캡처
아시아 태평양 스티비 어워드에서 수상한 CPR-stick

-창업 실패 후 각자 뭘했나

"이승재: 광고를 했다. 온라인 광고를 하다가 직접 광고를 제안하고 다녔다. 세계응급처치의 날을 맞아 적십자를 찾아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야구장 막대풍선에 한쪽엔 어린아이 그림 다른 한쪽엔 깍지 낀 손 그림을 넣었다. 공기 주입구를 아이의 입에 맞춰 프린트했고 바람을 불어 넣는 모습은 인공호흡을 연상케 했다. 응원하면서 막대 풍선을 두드리면 깍지 낀 손과 아이가 부딪히면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인정받아 KBO와 적십자가 함께 진행했다. 아시아 태평양 스티비 어워드에서 금상과 동상을 받았다.


정빈: 광고인으로서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닭발집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장님한테 프렌차이즈 매장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렇게 총 5곳을 더 오픈했고 그 매장을 총괄하는 슈퍼바이저까지 진급했다. 그때 월급 400만원~500만원 정도 받으면서 일을 했는데 즐겁지가 않았다. 2년 동안 어떤 일을 했을 때 재미있고 심장이 뛰는지 생각하던 시간이었다."


정빈 대표는 광고를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이승재 대표는 정빈 대표와 함께하면 시너지를 낼 것 같았다. 2015년 11월, 두 남자가 다시 만났다. 아이디엇을 시작했다.


광고주와 투쟁하는 회사


-어떤 광고를 하나

"이승재: '생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안경 브랜드 런칭 광고, 요식업 브랜딩 등 브랜드 광고는 물론 미니 환경미화원 스티커 캠페인이나 그림없는 전시회와 같은 캠페인도 한다. 캠페인 같은 경우는 평소에 느끼는 불편함 혹은 문제를 아이디어로 해결하고 싶어서 하고 있다. 적십자 막대 풍선 캠페인처럼 먼저 기관에 찾아가 제안하는 편이다."


-그런 영감은 어디서 얻나

"이승재: 나 자신한테 얻는다. 광고에 집중해 있으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거기서 영감을 얻는다.


정빈: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엮여 있는 경우에는 그 안에서 에피소드를 끌어내려고 노력한다. 가령 양주회사면 양주 제조과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듣고 광고로 풀어본다. 혹은 사전 조사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다 보면 해결방법이 나온다. 우리 아이디어와 광고주 요청을 최대한 맞춰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광고주와 투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최선의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너무 원하는 방향으로만 요구할 때는 광고를 접기도 하고 다른 회사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출처: 아이디엇 홈페이지 캡처
홍대 길거리 곳곳에 붙어있는 미니 환경미화원 스티커

한국 광고 대상 수상


-미니 환경미화원 스티커 캠페인은 어떻게 시작한 건가

"정빈: 홍대로 사무실을 옮겼는데, 거리가 너무 더러웠다. 쓰레기통이 어디 있는지 알려준다면 그쪽으로 가서 버리지 않을까 싶었다. 마포구청에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우여곡절 끝에 담당 부서의 허락을 받았다. 스티커 한 장당 1만~1만5000원 정도라 자비로 제작했다. 환경미화원 복장을 빌려 촬영 후 일회용 커피 컵 크기에 맞춤 23cm로 스티커를 출력했다."


-효과가 있었나

"정빈: SBS에서 몰래카메라를 진행했다. 실제 난간에 쓰레기를 버렸던 사람들도 스티커를 보고 다시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더라. 주변 상인들도 쓰레기가 줄었다고 좋아했다.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취재를 해갔다. 이후 마포구청에서 제작비를 지원할 테니 더 만들자고 제안했다. 서울시 양천구, 경기도 시흥시, 인천시 계양구 등에서도 문의가 들어와 제작했다."

출처: jobsN

-이런 캠페인은 돈이 안 되지 않나

"이승재: '생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은데 이런 캠페인이 그중 하나다. 돈은 벌 수 없더라도 우리가 재미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계속할 예정이다. 다른 브랜드 광고에서 번 수익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캠페인이 굳이 수익이 아니더라도 회사의 발판이 될 수 있는 결과를 내기도 한다. 환경미화원 캠페인 같은 경우엔 2017대한민국 광고대상 옥외부문 대상과 디자인 부문 은상, 부산 국제 광고제에서도 수상했다.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과 협업한 '그림 없는 전시회'는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시각장애인이 감상한 그림을 글로 표현해 비장애인들과의 소통을 끌어낸 전시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이승재: 못해본 영역의 광고나 기업과 연계된 캠페인을 해보고 싶다. 또, 아직 먼 얘기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싶다. 미각을 잃은 요리사처럼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그 점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다. 이런 것을 토대로 자체 브랜드를 런칭하고 싶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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