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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봉 3위 기업 포기한 남자의 창업 아이템은?

조회수 2020. 9. 25. 20: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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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

EBS는 지난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세계테마기행 ‘꿈꾸던 겨울, 핀란드’편을 방송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핀란드에 대한 정보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촬영지 및 여행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여행정보를 보는 것은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정보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정확히 TV로 ‘꿈꾸던 겨울, 핀란드’편을 보는 사람에게만 이 정보가 뜨게 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다.


특정 TV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을 어떻게 구별할까. 여기에 스타트업 ‘사운들리’가 보유한 비가청음파(非可聽音波·들리지 않는 소리) 전송 기술을 썼다. 쉽게 말해 TV에서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나오면, 스마트폰이 이를 인식해 여행정보를 보여주는 식이다. EBS와 사운들리의 새로운 시도는 최근 ‘2017 스마트미디어대상’ 방송 콘텐츠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 혁신성과 창의성을 인정받았다. 김태현 사운들리 대표는 “강력하지만, 일방적이라는 한계를 가진 TV를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봉 3위 기업 뒤로하고 창업


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했다. 그가 밤새워 만든 게임이 컴퓨터 잡지 ‘마이컴’에 소개되기도 했다. 중학생 때는 직접 만든 프로그램을 팔기도 했다. 

출처: jobsN
김태편 사운들리 대표

“당시엔 컴퓨터를 끄기 전 ‘파킹’ 프로그램을 실행했습니다. 컴퓨터를 갑자기 끄게 되면 하드디스크가 손상될 수 있는데, 그걸 막기 위한 프로그램이죠. 그냥 텍스트만 덩그러니 뜨던 파킹프로그램에 이미지를 입힐 수 있도록 했어요. 낮은 화질은 무료고, 고화질의 그림으로 파킹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돈을 받고 팔았죠. PC통신을 이용해 팔았는데 꽤 짭짤한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종의 창업이었던 셈이죠.”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기술에 대한 공부로 이어졌다.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서울대 대학원을 거쳐 미국 일리노이대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박사과정을 마칠 무렵 김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가상화 소프트웨어 회사 ‘Vmware’에 합격했다. 미국의 구인·구직 웹사이트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Vmware는 2017년 기준 직원 인당 평균 연봉이 16만7050달러(약 1억 800만원)로 미국 내 평균 연봉 3위 회사다. 하지만 그의 운명은 입사를 앞둔 2011년 한국에 잠깐 들어오면서 ‘창업가’로 바뀌었다.


“잠시 들어왔다가 친구 집에 신세를 졌습니다. 그 친구가 사운들리 공동창업자 중 한명인 김현철 이사죠. 김 이사는 당시에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IT스러운게 보이지 않았어요. ‘요식업에도 IT서비스를 붙여야 성공한다’며 김 이사를 설득해서 함께 매달리다 보니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Vmware에 가면 1000명이 넘는 개발자 중 1명이지만, 제 사업은 제가 주인공이니까요.”


2012년 김 대표는 김현철 이사와 함께 ‘아이스플럽’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붐비는 시간대를 피해 예약하면 할인 가격으로 프리미엄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대별 할인 예약서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들리지 않는 소리’ 이용한 기술 스타트업으로 변신


2013년 서비스를 접은 김 대표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비가청음파’를 선택했다. 식당 예약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챙겨뒀던 기술을 다시 꺼내 다른 사업에 활용해보기로 한 것이다. “이 기술을 파고들수록 제 가슴이 뛰었어요. 수십 년 전에 나온 이론이지만, 이 기술을 현실에 쓸만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서 사장돼 있던 기술을 스마트폰이라는 도구로 되살릴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스마트폰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와 소리를 받을 수 있는 마이크가 있잖아요. 활용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2014년 회사이름을 사운들리로 바꾸고 비가청음파를 이용한 광고서비스를 기획했다. TV 광고에 사람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넣어두면, 스마트폰이 이를 인식한다. 예를 들어 맥주 광고를 보는 시청자에게 맥주 페스티벌 정보를 띄워 주는 식이다. 11월 기준 사운들리의 비가청음파를 기술이 들어간 앱을 설치한 사람은 약 240만명이다.


2015년 7월 터키 최대 은행 ‘아카뱅크’의 광고에 참여한 것을 시작해 홈쇼핑채널 ‘쇼핑엔T’, 롯데시네마의 극장 광고 등에도 참여했다. 올해엔 KT의 모바일 지갑앱 ‘클립’과 광고를 보면 적립금을 쌓아주는 앱 ‘캐시슬라이드’에도 사운들리의 솔루션이 탑재됐다. 사운들리는 지금까지 14억원가량을 투자받았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저희의 기술을 활용하면 효율적으로 광고를 집행할 수 있습니다. 지금 TV광고는 몇 명이 언제 봤는지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저희의 기술을 이용하면 광고가 몇 명에게 도달했는지, 어떤 시간이 도달률이 높은지 등을 알 수 있고, 이에 맞춰 광고를 만들고 광고 시간도 정할 수 있습니다. 광고 비용이 효율적으로 쓰이면, 그 혜택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광고에 사운들리의 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EBS와의 협업을 통해 보여줬다시피 다양한 형태로 발전 가능하다는 게 김 대표의 얘기다. 예를 들어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녀’에서 배우 전지현씨가 입고 나와 화제가 된 ‘천송이 코트’와 관련된 정보가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에 뜨는 등 CF를 넘어서 드라마 PPL 등과 연계할 수 있다. 또 제한된 방송 시간 때문에 다 전하지 못한 방송 콘텐츠를 이어서 제공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출처: jobsN
사운들리 구성원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콘텐츠를 혼자서 소비하는 행태가 늘었지만, 여전히 TV가 주는 힘은 강합니다. 거실에 큰 TV를 놓고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시청하면 재밌잖아요, 저희는 그 재미를 더욱 키워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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