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으로 출근하지 않는 특별한 헬스 트레이너

조회수 2020. 9. 25. 20: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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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몸보다 체력에 관심을 두세요"
헬스장 밖의 트레이너
운동으로 슬럼프 이겨내
‘생존체력’ 콘텐츠 만들어

헬스 트레이너 이소영(35)씨는 다른 헬스 트레이너들과는 달리 헬스장으로 출근하지 않는다. 헬스장에 온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대중들을 찾아 다니며 운동을 가르친다.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접 팀을 꾸려 트레이닝을 한다. 피트니스 콘텐츠 회사 ‘피톨로지’도 4년째 운영중이다. 운동신경도 없고 움직이는 걸 싫어했던 그녀가 트레이너가 된 건 20대에 겪은 실패 때문이다.


중국에 조기유학을 갔다 프랑스 파리의 대학에 진학했지만 지독한 슬럼프가 찾아왔다. 제적처분을 받았다. ‘낙오자’란 생각에 한동안 폐인처럼 살았다. ‘죽지 못해 숨만 붙어 있던 시간’ 이었다고 한다.

출처: jobsN
'아주라 코치'라 불리는 이소영씨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안 사정도 안 좋아지고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과도 헤어졌습니다.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무너졌죠. 매일 울며 밤을 지새고 밥도 먹지 않고 지냈습니다. 죽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도 없던 시절이었어요. 그러던 중 ‘걷기’가 절망에 빠져 있던 저를 구해줬습니다. 천천히 걷다 조금씩 속력을 붙이면서 강도를 높여나갔어요. 정신없이 운동을 하니 괴로운 세상만사를 다 잊게 되더라고요. 잠이 잘 오고 규칙적인 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운동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 NSCA(미국 국가공인 퍼스널 트레이너), 필라테스, 크로스핏 자격증을 따면서 지난 실패를 잊고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해보자는 의지도 얻었습니다.”


크로스핏 코치로 활동하다 2013년 피톨로지를 열었다. 피톨로지는 피트니스(Fitness·건강)에 올로지(~ology·학문)의 합성어. ‘생각하는 피트니스’라는 구호 아래 무작정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바른 움직임을 통해 내 몸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의사, 물리치료사, 트레이너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프로젝트성으로 모인 팀이다.

출처: '피톨로지' 페이스북
물구나무 푸쉬업(왼쪽), 피톨로지의 콘텐츠

정보를 쉽게 볼 수 있도록 카드뉴스로 제작해 페이스북에 올린다. 대기업,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와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동아오츠카, 삼성금융개발원에서 ‘40대 직장인을 위한 최소한의 운동’, 주택관리협회에서 움직임 패턴 교정 강연을 했다.


피톨로지는 기초체력에서부터 식이관리까지 다양한 해결방법을 정리해 3권의 책을 냈다. 정보를 보기 쉽도록 카드뉴스를 제작해 SNS에 올린다. 따라하는 운동을 벗어나 스스로가 자신의 트레이너가 되어 관리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서울시와 재정기획부, 삼성, 현대 등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바른 움직임과 자세에 대한 강연도 했다. 이소영씨는 아디다스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브랜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2017년 8월 ‘트레이닝 스쿼드(300명의 참가자를 모아 체력을 검증하고 맞춤 트레이닝을 제공)’도 진행했다.


“프로그램을 만들 땐 사람들이 스스로 의지를 갖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오늘만 운동하는 게 아니라 십년 후에도 하도록 하는 거죠. 꾸준히 자기 몸을 돌보도록 하고 싶습니다. 몸의 기본적인 움직임을 설명합니다. 바르게 서고 걷는 방법만 몇 회에 걸쳐 하기도 해요. 기초 동작을 제대로 해야 자기 몸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운동은 거창한 게 아니라 일상적인 움직임에서 한 단계 나아가는 것입니다. 왜 특정 부위가 아픈지 알고 근육량과 운동 종목에 연연하지 않는 게 바른 운동입니다.”

출처: 본인 제공
이소영씨와 아디다스 운동 캠페인 참여자들

그녀는 '트레이너는 하소연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해결책을 찾아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건강한 몸을 위해선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먼저란 뜻이다. ‘운동으로 삶을 버틸 힘이 생겼다’는 사람들의 말이 그녀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다. 2시간 강연 한 회에 100만원을 받고 기업 제휴 프로젝트로 회사원 평균 연봉의 2배를 벌지만, 앞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공익 콘텐츠 제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진행하는 유방암 프로그램에 ‘암을 이기는 생존체력’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제 강연을 듣고 방사선 치료 때문에 삭발해 모자를 쓴 20대 초반 환자분이 달려나와 질문을 하시는데 잘못 알고 계신 부분이 많았어요. 마음이 아팠습니다. 소외되고 아픈 사람들일수록 체력관리가 더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의 몸과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려고 합니다.”


흔히 마음이 몸을 이끈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예요. 아무리 마음이 굳건해도 어디가 한 군데 아프면 예민해지고 모든 게 귀찮아지죠. 버틸 수 있는 체력만 있다면 아무리 마음이 무너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걸을 때 배에 힘을 주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완벽한 몸매의 연예인 사진을 보면서 자신과 비교하지 마세요. 작은 한 걸음을 내딛는다는 생각으로 내 안의 ‘생존체력’을 만들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김민정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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