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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노트북 하나 놓고 ‘100억을 벌었다’…어떻게?

책 한 권으로 혼자 100억원 매출…'1인 출판'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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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하나로 충분한 출판 창업
낮은 진입장벽 대신 높은 성공장벽
시장분석·콘텐츠 전문성이 생존비결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2017년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윤홍균 정신과 의사의 ‘자존감 수업’(2017년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3위)


올해 서점을 강타한 두 권의 책이다. 두 책에는 공통점이 많다. 평범한 일상에 건네는 위로와 격려가 책의 주요 메시지라는 것, 이 책의 저자들은 원래 작가가 본업이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1인출판사가 만들었다는 것.


두 책의 또 다른 공통점은 출판사가 큰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출판업계에선 "언어의 온도를 만든 출판사 대표이자 저자인 이기주 작가가 100억원을 벌었다"라는 풍문이 돈다. 말하자면 혼자 웬만한 중견기업과 맞먹는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다.

소규모 출판사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출처인터넷 교보문고 유튜브 캡처

2017 최다 판매 도서는 '언어의 온도'


이기주 작가가 혼자 직접 기획, 원고집필, 제작, 디자인, 마케팅을 해 출판한 책 ‘언어의 온도’는 2017년 교보문고·예스24에서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그는 기자 출신이다. 서울경제와 헤럴드경제에서 8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 2010년 청와대 비서관실에서 연설문 작성가로 일했다. 신춘문예나 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작가는 아니지만 10년 넘게 글로 대중과 소통해왔다.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한 일상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1인출판사라 해도 실제 일하는 인원이 꼭 1명인 것은 아니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은 1인출판사를 '대표를 제외한 고용보험 가입자 2인 이하인 작은 출판사'라고 밝혔다. ‘자존감 수업’의 출판사 '심플라이프'가 그런 경우다.


‘자존감 수업’을 쓴 윤홍균 작가의 본업은 정신과 의사다. 2017 교보문고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3위에 오른 이 책의 시작은 블로그였다. 정신의학과를 운영하던 중 2013년부터 ‘윤답장 선생님’이라는 아이디로 사연을 받아 상담글을 올렸다. 정신적으로 상처 입은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그의 글을 눈여겨보던 이가 있었다. '자존감 수업'을 기획·출판한 1인출판사 '심플라이프' 박경란 대표다. 그는 대형 출판사에서 근무한 경력자다. 2013년 회사를 나와 본인 포함 전체 직원 2인인 소규모 출판사를 창업했다. 그때 계약한 첫 책이 ‘자존감 수업’이다.


1인 출판사, 1권 팔면 얼마 벌까


올해 출판 시장을 휩쓴 1인 출판사의 순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정확한 액수는 출판사 대표가 아니면 알기 힘들다. 서점에서 판매 부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고 대형서점 외에도 온라인, E북 등 다양한 판로로 도서를 구매하는 독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정은 가능하다.


책 가격은 일반적으로 출판사가 결정한다. 보통 1만1000원~1만6000원 사이다. 출판사는 서점에 책을 넘기고 정가의 60%~65%를 받는다. 예를 들어 정가 1만5000원인 책 한 권을 팔았을 때 출판사가 받는 돈은 약 9000원에서 9500원 사이다. 여기서 저자 인세, 도서 제작비, 홍보비 등이 나간다. 인세는 계약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정가의 10% 수준이다. 원고지 800~1000매 분량의 책 한 권에 드는 인쇄비와 종이값은 약 2600원이다. 이 외에 디자인 원고 교정 비용 사무실 임대료, 광고비와 인건비 등이 또 든다.  

황소북스 출판사는 '언어의 온도'와 '말의 품격' 도서 판매량을 합치면 100만권 이상이라고 밝혔다

출처황소북스 인스타그램 캡처

2017년 12월 4일 기준 '언어의 온도'와 '말의 품격'을 합치면 누적 판매 부수는 총 100만권이다. '언어의 온도'는 73만권 판매했다. 이 책의 정가는 1만3800원이다. 서점에서 '언어의 온도'를 한 권 팔았을 때 받는 금액은 약 8300~9000원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언어의 온도'로 약 64억원의 매출을 낸 셈이다. 이기주 작가는 또 2017년 5월 '말의 품격'이라는 책을 출간해 23만권을 판매했다. 책값은 1만4500원다. 1권 판매시 약 8700~9500원의 매출이 생긴다. '말의 품격'은 약 20억 이상의 매출을 냈을 것으로 봐야 한다. 말하자면 이기주 작가는 올해 약 80억~90억원정도 매출을 냈을 것이다. 100억원을 벌었다는 말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개성 있는 컬러링북, 고전 시집도 인기


1인 출판사의 개성 있는 기획도서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도 있다. 2017 예술분야 베스트셀러 3위에 명단을 올린 컬러링 북 ‘비밀의 정원’도 당시에는 1인출판사였던 ‘클’의 책이다. '클'의 김경태 대표는 프랑스에서 색연필로 칠하는 단순한 색칠책이 유행하는 것을 보고 2014년 8월 국내에 색칠책 ‘비밀의 정원’을 출판한다. 이 책의 선인세는 200만원이었다.

책이 방송·영화 등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며 판매량이 증가한 경우가 많았다

출처KBS 드라마 '프로듀사' 캡처

컬러링북은 KBS 드라마 ‘프로듀사’에 나오면서 중국까지 알려졌다. 책은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으로 팔렸다. 2015년 4월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책의 누적 판매 부수는 140만권이었다. 책의 정가는 1만2000원이다. 국내 판매 도서에선 권당 7200~7800원 정도 매출이 나왔을 것이다. 140만권 이상 판매했다면 누적 매출이 최소 100억원 이상인 것이다. 단 해외 판매도서는 계약과 각국 출판 시장 상황에 따라 매출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해외 판매량이 많다면 정확한 추정이 힘들다. 소규모 출판사에서 시작한 '클'은 현재 직원 8명을 둔 출판사로 성장했다.


1인 출판사 소와다리가 출판한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도 1인 출판 성공 사례다. 소와다리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2016년 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 출판사가 낸 초판본 시집 김소월의 '진달래꽃', 백석의 '사슴' 등도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5년간 대형 출판사에서 근무하던 김동근 대표는 2012년 독립하며 개성 있는 고전시집을 기획했다. 이 책의 특징은 복각본이라는 것이다. 1955년 윤동주 시인 10주기에 출판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증보판을 그대로 복원했다.

소와다리가 출판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

출처조선DB

1인 출판 전성시대? 실상은 '글쎄'


출판시장에서 비주류로 외면받던 1인 출판사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홈런'을 쳤다. 출판사업은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면세사업이다. 이들은 투자 대비 높은 매출로 영세한 국내 출판시장에 돌파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이면은 꼭 밝지만은 않다. 국내 출판업계에서 5인 미만 출판사업체 종사자 비중은 전체 출판사업체의 71.3%다(한국출판산업문화진흥원이 발표한 2016 출판산업 실태조사). 혼자 혹은 1~2명이 일하는 1인 출판사가 워낙 많다 보니 그 가운데 극소수가 성공해도 많은 사람이 성공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또 1인출판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출판업계에 오래 종사한 전문가들이다. 출판 창업은 1000만원으로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지만 성공 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언어의 온도’, ‘비밀의 정원’ 등과 같은 '100억 매출' 책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문성과 기획력에 있다. 또한 방송·영화 등에 소개돼 홍보에 취약한 소규모 출판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1인출판으로 책을 냈다가 실패했다는 B씨는 "경험도 인맥도 없어 서점에 책을 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책을 출판하는 건 쉽지만 수익을 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글 jobsN 김지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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