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출신'꼬리표가 싫지않은 그녀가 한국서 찾은 직업

조회수 2020. 9. 25. 20: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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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탈북한 그녀가 한국에 와서 선택한 직업은?
새터민 출신 배우 김아라씨
열아홉에 목숨 걸고 남한행
팔색조 배우 되고파

북한을 탈출한 이들의 사연은 대부분 구구절절하다. 새터민 출신 배우 김아라(26)씨도 그렇다. 북녘땅에서 모진 세월을 보냈다. 열두 살 때 아버지가 행방불명됐다. 중국 가서 돈 벌어온다던 어머니는 수년간 소식이 없었다. 입양된 집에서 그는 딸이 아니라 ‘하녀’였다. 배부르고 따뜻한 곳에서 자는 것이 유일한 꿈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열두살때 중국으로 도망쳐, 열아홉이 되던 해 한국에 왔다. 우연히 출연한 방송을 계기로 ‘배우’가 됐다. 김씨를 만나 북한에서의 삶과 꿈에 대해 들었다. 

출처: 알바천국 제공
새터민 출신 배우 김아라씨

-한국에 온 첫날, 기억 나나

“1960년대에서 현대로 타임머신 타고 온 느낌이었어요.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있었어요.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했지만, 한편으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북한을 떠나게 된 계기는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가족들과 살다 엄마가 돈을 벌어 오겠다며 중국에 가셨어요. 엄마가 중국으로 가신 뒤, 아빠와 새엄마랑 같이 살다가 아빠가 행방불명되면서 집에서 쫓겨났어요. 입양이 됐지만 하루 종일 장사하고, 밭일을 도맡아 했어요. 견디기 너무 힘들 때, 엄마와 가까스로 연락이 닿아 엄마가 보낸 브로커를 따라 열두살때 중국으로 갔어요. 알고 보니, 엄마가 팔아넘겨져서 연락이 안 된 거였어요. 처음 탈북을 결심했을 때는 팔려갈까 너무 두려웠지만, 팔려가도 괜찮을 정도로 힘들어서 목숨 걸고 따라가게 됐어요.”


-방송 출연은 어떻게 하게 됐나

“명지전문대학 뷰티 아트과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을 때였어요. 그때 저는 헤어 디자이너를 준비 중이었어요. 어느 날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 중이던 친구가 ‘한 번 나가보지 않겠냐’고 권유했어요. 처음엔 고향 사람들과 이야기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출연을 결심했어요. 배우 ‘고아라’씨를 좋아하니까 가명도 ‘김아라’라고 짓고 가볍게 출연했는데, 어쩌다 보니 6년째 출연 중이네요.” 

배우 김아라씨

-방송 출연 이후 변한 것이 있다면

“방송 일을 시작하면서 제 자신을 많이 찾았어요. 항상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두려웠어요. 그런데 방송 출연 후 주변에서 격려해주시고 잘 왔다고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방송 일 시작하기 전엔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이 없었어요. 제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서 하면서 스스로 치유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방송인에서 배우, 전향하게 된 계기는

“방송활동을 하면서 ‘무엇을 하면 잘할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웹드라마 감독님이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을 주셨어요. 드라마를 찍으며, ‘배우’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어요. 같이 출연했던 김호창 배우에게 ‘배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묻기도 하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됐어요.”


-배우로서 ‘탈북 미녀’라는 타이틀, 부담스럽진 않은지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오래 출연해서 오디션에 가면 감독님들이 바로 알아보세요.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싶어서 조금 슬프기도 해요. 하지만 ‘북한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제게 더 좋은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그 꼬리표로 데뷔했기에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가 되기 위해 가장 노력한 점은

“북한 억양을 교정하고 싶어서 엄청 노력했어요. 일주일에 3~4일은 연기 학원에 갔어요. 말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말을 흐리거나 빨리하는 버릇이 있었어요. 트레이닝을 통해 말을 또박 또박하는 연습을 했고, 많이 나아졌어요. 요즘도 길거리 지나다니면서 간판에 쓰인 글자를 읽어요.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MC인 박은혜 선배님도 ‘아라야, 너 북한 방언 안 써. 자신감 있게 해’라고 말씀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가끔은 북한 말이 기억이 안 날 때도 많아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다양하게 변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2014년부터는 폭넓은 연기를 위해 국민대학교 연극학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출처: 알바천국, 채널A 제공
김아라씨의 한복 촬영 모습(왼쪽),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중인 김아라씨

-새터민 출신, 배우 지망생들에게 한 마디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괜히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뒤이어 올 후배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연예계엔 새터민 출신이 많지 않아요. 도전하기 쉽지 않은 길이지만 같이 열심히 하면서 버텨나갔으면 좋겠어요.”


-향후 계획은

“마동석, 김영광 배우가 출연하는 ‘원더풀 고스트’에 출연해서 내년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울러 ‘북한 출신 배우’하면 바로 제 이름을 떠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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