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대부의 두 외국인 친구, 노량진에서 충격받은 사연

조회수 2020. 9. 25. 20: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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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정대세 소환하고, 힙합대부 커크 열광시킨 기발한 방법
돈·인지도 없어 치열하게 고민해야
현직 스타트업 마케터가 일하는 법

스타트업은 마케팅하기 쉽지 않다. 회사나 제품의 인지도가 낮은 데다, 예산이 넉넉지 않아 돈이 많이 들어가는 대형 광고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스타트업 마케터들은 ‘마케팅을 공부할 수 있는 책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인터넷에는 ‘스타트업 마케팅 성공사례’, ‘스타트업 초기 마케팅’을 묻는 게시물과 연관 검색어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정보를 얻을 곳이 없다’는 뜻이다.


더벤처스 이주홍 팀장(이하 이), 빙글 박혜진 디렉터(이하 박), 헤이뷰티 최혜원 디렉터(이하 최)는 여러 회사를 거쳐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세 사람 모두 10년 내외 경력을 지닌 마케터다. 이들에게 스타트업 마케팅의 어려운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거둔 사례를 들었다. 

출처: jobsN
(왼쪽부터) 박혜진 빙글 비즈니스 디렉터, 이주홍 더벤처스 팀장, 최혜원 마케팅 디렉터.

돈·인지도 없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스타트업


더벤처스는 국·내외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지원하는 투자사다. 2014년 1월 설립 이후 약 50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빙글은 관심사에 따라 게시물을 올리고 소통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했다. 한해 70만개 콘텐츠가 쏟아지고 월 조회수는 7억건을 넘는다. 헤이뷰티는 2015년 12월 시작한 네일·헤어·메이크업 등 뷰티 예약 서비스다. 가입자수는 8만명. 600여개 뷰티숍을 24시간 동안 예약할 수 있다.


-스타트업 마케팅이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이) 첫째는 예산이죠. TV나 옥외 광고는 엄두도 못내요. 고객이 한번이라도 광고를 보게 하려면 몇백억이 듭니다. 페이스북 광고비로 1만원을 쓰는 것도 스타트업은 굉장히 고민하거든요. 둘째로 사람이 없어요. 개발자, 디자이너보다 마케터 찾기가 어렵습니다.


(최) 앱에서 ‘푸시(push·자동알림)’를 보내는 것도 신경 많이 써요. 헤이뷰티는 이벤트를 많이 해서 푸시를 자주 보냅니다. 그런데 푸시를 고객이 ‘광고’라고 느끼는 순간 앱을 꺼버리거나 삭제해요. 고객이 푸시를 클릭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예 푸시에 들어갈 문구만 담당하는 직원이 있을 정돕니다. 글씨를 뒤집어 보낸다든지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느라 몇시간 씩 회의해요.


(박) ‘스타트업’하면 항상 트렌드를 앞서가고 재밌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요. 스타트업이 재밌는 마케팅을 하면 ‘역시 스타트업’ 소리를 듣지만 유행과 재미만 좇다 자칫 자극적인 마케팅이 될 수 있죠. 

출처: 최혜원 디렉터 제공
헤이뷰티가 고객에게 보낸 푸시(자동알림) 문구들. 성별·가입시기 등에 따라 푸시를 보내는 시간대와 문구를 달리 한다.

-마케팅 시 유념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최) 저희는 뷰티 업계에서 ‘노쇼(no-show·예약을 해놓고 예약취소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것)’를 없애려 해요. 뷰티숍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많아 노쇼가 치명적입니다. 고객이 선결제를 하고 서비스를 받도록 유도하고, 노쇼를 하면 고객이 금액의 25%를 물어야 해요. 실제 저희 노쇼율은 1%예요. 저희가 올바른 예약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아는 뷰티숍과 고객이 헤이뷰티를 이용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박) 저도 동의해요. 서비스와 제품 자체를 마케팅하는 것보다, ‘문화적인 판’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빙글의 콘텐츠는 저희 앱을 깔지 않아도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어요. 굳이 빙글의 콘텐츠라고 강조하지 않습니다. 이전 SNS는 ‘좋아요’를 많이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습니다. 또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글을 쓰면 ‘지나치게 진지하다’며 조롱당할 때도 있어요. 빙글에선 눈치 볼 필요 없이 관심사에 대해 쓰면 돼요. 좋아하는 사람끼리 게시물을 공유하고, 그러면서 빙글에 대한 입소문이 나는 걸 유도하죠.


-성과를 낸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가?

(이) 2016년 9월 나온 ‘나인캠’이라는 카메라앱이 일주일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어요. 애플 앱스토어에서 1위 했고 일본·태국에서도 인기가 많습니다. 마케팅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어요. 개발자 2분이 창업해 마케팅 방법을 아예 몰랐습니다. 시험 버전일 때 사진 커뮤니티에 평가를 해달라며 글을 올렸습니다. 유명 사진작가에게도 테스트를 받았어요. ‘카메라 앱치고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입소문이 났습니다. 또 10~20대 사용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제품 소개를 아기자기하고 감각적으로 했어요. 명확하게 사용자를 정해 관심을 끌어 효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


(최) 고객이 뷰티숍 예약을 앱이나 PC로 하는 게 익숙지 않기 때문에 ‘경험하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9월에 ‘5일 동안 젤네일 컬러 1만원’을 기획했어요. 이벤트에 참여하길 원하는 네일숍에게 신청을 받은 다음 진행했죠. ‘무조건 1만원에 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않고 원래 가격의 차액은 지원해드렸어요. 당시 하루 평균 예약건수가 80~100건이었는데 5배 늘었습니다. 이외 LG생활건강이나 스타일쉐어와 함께한 오프라인 이벤트에서도 네일 서비스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했어요. 평소 하루 예약량의 12배가 늘어나는 등 성과가 좋았습니다.


(박) 빙글이 운영하는 ‘축구에 미치다 페이지’에 정대세 선수가 댓글을 달고, ‘힙합 페이지’에서는 힙합 대부 ‘커크 킴’이 쪽지를 보냈습니다. 커크는 ‘콘텐츠가 재밌으니 한국서 직접 만나자’고 했어요. 커크가 스쿱 데빌과 살람을 데려와서 노량진에서 개불 먹는 영상을 찍어 올렸는데 화제가 됐습니다. 조회수가 35만건 정도예요. 꾸준히 페이지를 운영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전문가들에게 인정받았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마케터는 조별과제로 치면 발표자


마케팅은 기업 공채에서 취업준비생에게 인기가 많은 직무다. ‘마케팅’하면 경영학을 전공해야 할 것 같지만, 세 마케터 모두 전공은 다양하다. 이 팀장은 성균관대에서 국어국문·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다음 시드니경영전문대학원에서 마케팅 석사를 마쳤다. 박 디렉터는 서울대에서 정치학 석사를, 최 디렉터는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마케터를 꿈꾸는 취업준비생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이) 스타트업은 처우가 열악하고 야근을 자주 한다는 인식이 있어요. 스타트업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모든 스타트업이 가난하진 않습니다. 자신의 역량과 가치를 인정해주는 회사를 찾으실 바랍니다.


(최) 끈기와 집요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모든 현상을 지나치지 않고 ‘왜 그럴까’ 호기심을 품는 것도 중요해요.

(박) 마케터 역량에 따라 기업 매출과 사회 인식이 달라져요. 대학 조별과제로 치면 ‘발표자’입니다. 조명 아래서 박수를 받는 사람이에요. 스타트업에선 ‘멀티플레이어’여야 합니다. 누군가를 섭외해야 할 수도 있고 영상을 찍어 편집할 수도 있어요.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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