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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와 슈미트 구글 회장이 극찬한 한국의 스타트업

조회수 2020. 9. 25. 20: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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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누구나 제대로, 재밌게 CPR 배웠으면..

2013년 10월 31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서울대학교를 방문, ‘다음을 준비하는 방법(How to Prepare for What’s Next)’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슈미트 회장은 이날 국내 스타트업 5곳의 대표들과도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아이엠랩(I.M.LAB) 권예람(34) 대표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심폐소생술을 훈련해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기기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하자 “훌륭하다(Excellent, wonderful)”고 극찬했다.


3년쯤 지난 2016년 6월 25일,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4명의 창업자와 만나는 자리에도 권 대표가 있었다. 구글이 주최한 ‘2016 글로벌 기업가정신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구글의 원격 화상회의 시스템 ‘포털’을 이용해 화상으로 창업가들을 대면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민이 하티센스와 같이 혁신적이고 스마트한 방법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길 원한다”고 극찬했다.

출처: 서울대, 카이스트 제공
에릭 슈미트와의 대화에 참여한 권예람 대표(좌), 오바마와 화상회의 중인 권 대표(우)

아이엠랩은 2014년 카이스트(KAIST) 석·박사 연구원들이 모여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심폐소생술(CPR)을 교육하는 기기인 ‘하티센스(Heartisense)’와 ‘CPR큐브’를 만든다. 권 대표는 “2013년 ‘글로벌K 스타트업’에 입상하면서 구글과 인연을 맺게 됐고,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남도 그 연장 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라면서 “두 분이 저희의 진정성을 이해해주셔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하고 싶어하던 음대생


권 대표는 거문고 전공으로 2002년 서울대 음대에 입학했다. 그는 다른 음대생과는 달리 대학 시절 경영학도 복수 전공했다. “원래 엉뚱한 면이 좀 있었어요. 좋은 말로는 선구자적 기질이라고 할까요.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하고 싶어했어요. 음대에 들어와서 보니 우리 전통 음악은 고루하다는 인식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전 해외에서도 우리 음악이 먹힐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 음악을 세계 곳곳에 알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경영학을 배우게 됐죠.”

출처: 권 대표 제공
권예람 대표

생각대로 그는 대학을 다니면서 전통음악 공연을 기획하는 등 연주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하지만 졸업 후 전문 연주자나 공연 기획자가 아닌 다른 길을 갔다. 국내 유수의 인사(人事) 전문 컨설팅 회사에 취직한 것. “문득 모든 것은 사람 사이의 관계가 바탕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을 이끌어내는 일인 것처럼, 조직 안에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정립하는 일을 해봐야 나중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6년 정도 인사 컨설턴트로 일했다. 체계적·논리적인 인사시스템을 만드는 일은 흥미가 있었지만, 채워지지 않는 게 있었다. “이 분야가 매우 보수적인 분야입니다. 새로운 이론이나 시스템이 정착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제게는 6년이란 시간은 도전을 하기 위한 에너지를 충분히 모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2012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 진학했다.


팀 프로젝트가 창업 아이템으로


첫 학기,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함께 프로젝트를 만드는 ‘프로젝트 기획 특강’이라는 수업이 있었다. 최첨단 기술을 갖고 ‘쿨’한 프로젝트를 기획한 팀도 있었지만, 권 대표의 팀은 사람이 중심이 된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했다. 

출처: jobsN
권예람 대표

“최첨단 IT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사람을 살리기 위한 분야에서는 기술 적용이 뒤처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팀원 중 한명이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더라고요. ‘군대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우긴 했지만, 정작 주위 사람이 쓰러졌을 때 어떻게 할지 몰라 당황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심폐소생술을 쉽게 배울 수 있는 교육용 시뮬레이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3년 정도 개발 끝에 아이엠랩의 첫 제품 하티센스가 세상에 나왔다. 하티센스는 CPR 교육용 마네킹 ‘애니’에 부착해 제대로 CPR을 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교육용 기기다. 너무 깊게, 혹은 얕게 누르진 않았는지, 누르는 속도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파악해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출처: jobsN
하티센스

CPR교육용 마네킹은 기본형이 수십만원이고, 측정 장비 등 센서가 붙어 있는 것은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기본형 마네킹에 하티센스를 부착하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제대로 된 CPR 교육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하티센스는 대한심폐소생협회와 전국 적십자사에서 피드백·평가 장비로 쓰이고 있으며, 삼성서울병원 같은 대형병원에서도 사용 중이다.


“제조업 기반의 스타트업이 가장 힘든 건 제품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기술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만드는 건 어떻게 할 수 있지만,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은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거든요. 주위에서 ‘심폐소생술 교육 기기로 돈 벌 수 있겠느냐’하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힘들 때마다 하티센스를 만들면서 만난 소방서의 응급구조사들을 떠올렸어요. ‘CPR만 바로 했어도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었는데…’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조금 더 일찍 도착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트라우마에 빠진 분들도 계셨어요. 누구나 CPR을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국민 누구나 제대로, 재밌게 CPR 배웠으면…


권 대표는 하티센스보다 더욱 저렴한 일반인 CPR 교육용 키트, ‘CPR큐브’도 만들었다.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아이엠랩은 올해 4월말~6월초까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CPR큐브 크라우드 펀딩을 했다. 애초 목표금액은 300만원이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펀딩에 참여하면서 목표금액의 370%, 1110만원을 모았다. 

출처: jobsN
CPR큐브 사용법을 보여주는 권 대표

“일반 판매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CPR 큐브로 크라우드 펀딩을 해보니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CPR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이엠랩은 올해 하반기부터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해 아직 많은 액수의 매출을 기록하지는 못하고 있다. CPR 교육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더욱 확산하고, 실제 현장에서 CPR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기기가 출시되면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권 대표의 얘기다.


“해외 박람회에 자주 나가는데요, 저희 부스를 찾아와 하티센스와 CPR큐브를 쓰면서 즐거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심정지로 쓰러졌을 때 이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단 4분입니다. 모든 국민이 제대로, 재밌게 배워 이 4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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