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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사드가 긍정적인 여배우에게 '선물'한 새 직업은?

늦은 나이에 중국어 배워 학원까지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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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배우 손비야씨
늦은 나이에 중국어 배워 학원까지 개설
“연이은 중국 진출 좌절, 도리어 복”

지난 2015년 5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한반도를 덮쳤다. 이 여파로 한 한국인 여배우는 한·중 합작 예능에 출연할 기회를 잃었다. 중국 스태프들이 한국행을 포기해, 촬영을 계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듬해엔 중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여배우에게 출연 제의를 해와 상하이(上海) 현지 미팅까지 했지만, 9월 즈음 한국과 중국 사이에 사드(THAAD) 갈등이 터져 또 무산된다.


대륙 진출을 위해 배워둔 중국어는 어느덧 유창해져 있었다. 잠시 여유가 생긴 동안, 중국어 연습도 하고 돈벌이도 할 겸 중국에 관심 있다는 배우 두어 명을 가르쳤다. 해보니 의외로 교육이 적성에 맞아 지난해 12월 아예 학원 사업자 등록을 했고, 같은 달 이화여대 국제중국어교육전공 석사과정에 도전해 합격했다. 지금은 교사 4명 규모 중국어 학원 원장으로 활동 중인, 과거엔 '여민정'으로 불렸던 배우, 손비야(31)씨 이야기다.

출처손비야씨 제공

늦깎이 학생


중국어는 늦게 배운 편이다. 28살이 되기 전까지는 중국어를 아예 몰랐었다 한다. “2013년 가을 즈음부터 한·중 합작 프로그램 오디션이 많아졌어요. 중국어 할 줄 아는 배우 수요가 늘더군요. 저도 그 기회를 잡아보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늦깎이 공부라 어려움이 많았다. “매일 새벽에 학원을 세 시간씩 다닌 데다, 복습까지 더해 적어도 하루 5시간씩은 공부했어요. 게다가 온종일 중국어 팟캐스트나 뉴스를 들었으니 일과 대부분을 중국어에 쏟아부은 셈이죠.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쉽지 않았어요. 본래 전공이 연기(동덕여대 방송연예과) 쪽이라 외국어를 제대로 공부해 본 경험이 없으니 더 그랬던 것도 같고요.”


그럼에도 공부를 거듭하자 실력은 꾸준히 늘었고, 2016년에 이르러선 일상적인 통역이 가능한 수준까지 오르게 됐다. “HSK(중국 정부가 시행하는 국제 중국어 수준 시험)에서 가장 높은 급수인 6급을 딴 때도 이때쯤이고요. 그 해 1월엔 동덕여대를 다니던 중 상해 화동사범대 전액 지원 교환학생으로 8개월간 중국에서 지내기도 했어요. 이왕 배우는 거 제대로 해보자고 죽기 살기로 매달렸더니, 저도 모르게 수준이 높아져 있더군요.”

중국 유학 시절 손비야씨.

출처손비야씨 제공

이름을 바꾼 때도 그 즈음이다. “바이두(百度·중국 검색 포털사이트)에 제 이름을 넣으니 2013년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드레스 어깨끈이 끊어졌던 사건부터 나오는 거예요. 불쾌했던 사고가 자꾸 거론되는 게 싫고, 중국에서까지 ‘노출 연예인’ 이미지가 박히는 것도 피하고 싶어, 초심으로 돌아갈 겸 예명을 달리 쓰기로 했어요. 사실 옛 이름은 중국어로 발음이 어렵기도 하고요. 그래서 발음 편하고 어감도 예쁜 ‘feya(菲雅)’를 쓰다가, 나중엔 아예 절차를 밟아 개명했어요.”


투잡 인생


그는 현재 7명에게 1:1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다. “학생 직업은 다양해요. 뮤지컬 배우, 모델, 인기 유튜버, PD, 무역회사 상무님 등이요. 특별한 업종에서만 가려뽑은 건 아니에요. 저는 오는 학생 거르는 법이 없어요. 수업료도 1시간에 4만~5만원 정도라, 다른 1:1 중국어 교습학원과 가격 차이도 거의 나지 않고요. 아무튼 내년 1월부턴 그룹수업도 열고 수업료도 한층 더 낮추려 하니, 보다 많은 분이 수업을 들으러 와주시지 않을까 싶네요.”

손비야 원장에게서 중국어를 배우는 일본계 호주인 유튜버. 그는 채널명 'asian boss'로 활동하며, 구독자 54만을 확보한 인기 유튜버다.

출처손비야씨 제공.

학생 대부분은 장기 수강생이라 한다. “제가 늦은 나이에 별 재능도 없이 중국어를 배웠다 보니, 평범한 사람이 중국어를 배울 때 어디서 어려워하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게 돼버렸어요. 그 덕에 수강생분들에겐 제 수업이 꽤 와닿는 듯합니다. 물론 항상 카카오톡으로 수강생 질의응답과 피드백을 받아주는 등, 나름대로 잘 가르치려 노력하는 면도 있고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배우 활동 또한 계속하고 있다. “올해엔 6월쯤에 김기덕 감독님 작품 ‘인간의 시간’에 출연했어요. 아직은 개봉 전이지만요.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2주 정도 찍었어요. 지금은 중국어에 삶의 무게추를 더 두고 있지만, 무대에 서는 것도 제겐 소중한 꿈이니까요.”


새로운 도전


내년 2월엔 북경대 석사과정 시험에 도전할 예정이다. “지금 제가 다니는 이화여대와 북경대가 자매결연이 돼 있어서, 북경대가 내는 시험에 응시해 일정 이상 점수를 내면 복수학위 자격이 생겨요. 일하며 공부까지 하는 게 쉽진 않지만, 그래도 전문성을 깊이 쌓을 좋은 기회니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고요.”


장차 유튜브에 무료 중국어 강좌를 올릴 계획도 있다 한다. “본업이 배우다 보니 연기에 뛰어나신 분들을 많이 알고 있어요. 그분들을 모시고 중국어로 1~2분 정도 상황극을 찍고서, 8~9분 정도 제가 강의를 하는 식으로 10분짜리 강좌를 만들까 합니다. 마침 배우 활동하며 편집·촬영 기술 등을 익혀 둔데다, 대본도 재밌게 짤 자신이 있어서요. 한국어 녹음과 중국어 더빙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양쪽 나라 학생 모두에게 도움 될 수 있도록 제작해 볼 생각이에요.”

손비야씨가 표지를 그린 소설책 '두 번째 사랑'.

출처손비야씨 제공

최근엔 중국어와는 별개로 예술 활동도 시작했다. 12월 초 출간 예정인 손성조 작가 장편소설 ‘두 번째 사랑’ 책 표지를 그렸고, 오는 12월 10일 서울 마포구 연희동 갤러리카페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작품 두 점을 출품했다. “어릴 적부터 미술을 좋아해서 틈틈이 습작을 그려왔었는데, 학원 부근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인연이 닿아 그림을 내게 됐어요. 소설책 표지는 작가님과 친분이 있어 원고를 읽어본 뒤 느낀 이미지를 그려 본 건데, 출판사에서 여러 시안 중 제 걸 택해주신 거고요.”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연거푸 두 번이나 중국 진출이 좌절됐던 게 지금은 도리어 행운으로 느껴진다 한다. “당연히 그때야 맘이 아팠죠. 하지만 그 덕에 저도 모르고 있던 교육 쪽 재능에 눈을 뜬데다, 바쁜 삶 한편에 묻어 뒀던 미술 활동까지 다시 할 수 있네요. 인생, 역시 길게 봐야 하는 것 같아요. 순간 기분으로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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