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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괜찮냐"는 말 자주 듣던 174cm·53kg 개그맨의 근황

조회수 2020. 9. 17. 16: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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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 카레이서로 활동해온 지 벌써 10년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
명함 날리던 KBS 마른 개그맨
‘정상급’ 카레이서로 활동해온 지 벌써 10년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라고 외치며 명함을 날리던 개그맨이 있다. 174cm의 키에 몸무게가 53kg인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건강은 괜찮냐’는 질문을 자주 들었다. 그런 그가 가장 공격적으로 변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운전대를 잡을 때다.


프로 카레이서 한민관(37·서한퍼플모터스포트)은 KBS 21기 공채 개그맨이다. 2008년 봉숭아학당에서 사기꾼 연예 기획사 사장으로 캐릭터를 잡았다. 전성기를 구가하는듯했지만 2009년 프리랜서 선언을 한 뒤로 방송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스타’로 우뚝 선 분야가 따로 있었다. 모터스포츠계에서 최고의 카레이서로 자리매김 중이다.

출처: 한민관 제공
슈퍼레이스 GT2클래스 우승현장

“모터스포츠가 비인기다 보니 연예인이 레이싱 선수로 화제가 되는 것에 불만이 많아요.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격 미달인데 인지도 이용해서 탄다구요. 저는 욕 못하죠. 아마추어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실력만으로 인정받았거든요.”


프로 카레이서 한민관의 성적은 뛰어나다. 2008년 아마추어로 데뷔해 2010년 카레이싱 대회 챔피언으로 우승컵을 거머쥐며 2011년부터 프로팀에 입단해 매해 프로 카레이서 자격으로 경기에 출전했다. 2015년 동일 차종끼리 겨누는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에서 제네시스 쿠페 20클래스로 총 7경기 118점을 기록해 2위에 올랐다. 2016년 국내 최고 모터스포츠 대회인 CJ 슈퍼레이스 G2 클래스 우승 등 프로 카레이서 중에서도 실력이 ‘톱급’이다.


시작은 ‘건전한 취미활동’


처음 모터스포츠에 입문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2007년 방송활동에서 오는 스트레스 해소할 방법을 찾던 중 ‘자동차 튜닝 동호회’가 눈에 띄었다. 어릴 적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던 그였다. 동호회에 가입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개그맨들은 스트레스가 많아요.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짜야 한다는 압박감, 만만하게 보는 주위 시선들에 시달려야 하죠. 그렇다고 술 먹고 어디 가서 실수하고 싶지 않았어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자동차 튜닝 동호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어요. 차 이름들을 줄줄 외울 정도였죠. 그렇게 활동하던 동호회 사람들과 우연히 본 모터스포츠 경기에 완전히 매료됐습니다.”

출처: 한민관 제공
KBS 개그맨 활동 당시 모습

처음 모터스포츠 대회를 본 순간 “엔진 소리에 맞춰 심장이 뛰는 것 같았다”는 그는 바로 다음 해인 2008년 1월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 라이선스를 취득한다.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는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에서 공인하는 선수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300만 원대 중고차를 구해 두 차례 정도 연습한 다음 3월 아마추어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중고로 산 티뷸론 터뷸런스 2000cc를 몰고 2008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처음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정신을 잃지도 않고 사고 없이 완주했죠. 잡생각이 싹 사라지고 앞만 보고 질주할 때의 쾌감이 온몸에 전해졌어요.”


처음 치른 아마추어 데뷔 전에서 19대 중 10등으로 완주했다. 중위권 성적이었다. 2009년도에는 비 오는 날 배기량 1600cc의 차량으로 통합전에 출전해 2000cc의 차들과 경쟁해 우승했다. 프로팀에서 함께 하자는 제안이 이어졌다. ‘차량까지 전부 지원해줄테니 레이싱만 하면 된다’는 조건이었다. 아직은 프로팀에서 활동할만한 실력이 아니라는 생각에 거절했다.


“다른 선수들은 프로가 되고 나서도 자비를 들여 대회에 출전해요. 모터스포츠는 골프같은 럭셔리 스포츠입니다. 경기 때는 타이어값, 주류비, 체류비까지 한 경기에 최소 5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도 들죠. 정말 하고 싶은 사람들도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포기하는데 특혜를 받으면서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출처: 1박2일 캡쳐
2009년 1박2일 출연한 한민관

어릴 적 기기 다루던 소질 발휘한 레이싱


‘실력으로 인정받겠다’는 생각은 근거 있는 자신감에서였다. 스포츠 선수에게 필요한 건 타고난 운동신경이다. 20대 후반에 도전한 스포츠였지만 소질이 있었다. 원래 어려서 기기를 다룰 일이 많았다. 그의 집안은 광주에서 모래와 자갈을 판매하는 골재 사업을 했다. 건설 현장에서 아버지 일을 도와 굴삭기, 덤프트럭 같은 중장비를 만질 일이 많았다.


"웬만한 굴삭기, 로우더, 덤프트럭 모두 다룰 줄 알아요. 네 살부터 놀이터가 아닌 건설현장에서 놀았고 장난감이 아닌 진짜 포크레인을 봐왔습니다. 자동차도 기계죠. 기계공만큼은 아니지만 자동차 구조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만 빠른 속력을 내는 노하우를 압니다. 그런 점에서 빠르게 소질 발휘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추어로 최고 성적을 낸 건 강원도 태백 레이싱파크에서 개최한 2010 코리아 GT Masters 엘리사클래스에서였다. 총 44랩 49분01초179를 기록해 우승컵을 쥐었다. 2011년부터 프로팀 레드스피드에 입단해 프로 카레이서가 됐다. 2016년 국내 최고 모터스포츠 대회인 CJ슈퍼레이스 G2 클래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마른 사람들이 더 잘 버틸 수 있는 스포츠에요. 지구력과 집중력이 중요하거든요. 체력은 기어를 넣을 힘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카레이서를 하면서 1-2kg은 더 빠진 것 같아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속이 울렁거려 아침도 안 들어가거든요. 어떤 선수들은 멀미 때문에 출전 전 일부러 속을 게운 다음 차에 타기도 해요.”

출처: jobsN

프로 레이싱 선수 중 연봉 받는 비율 30%


프로 카레이서인 그의 연봉은 5000만원 이상이다. 프로 선수이지만 연봉을 받는 이들은 열 명 중 세 명 정도의 비율이다. 나머지는 등급으로 분류해 ‘연봉 없이 상금만 받는다’, ‘연봉과 상금 제하고 차만 탄다’ 등의 조건으로 계약한다. 그래도 출전하고 싶다는 선수들이 많다. 모두 경기가 좋아 모인 마니아들이기 때문이다. 지원자에 비해 국내 모터스포츠 시장 규모가 작다는 점도 경쟁이 과열되는 이유다. 그가 입문 초반 연예인 특혜를 거절한 배경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를 생산하는 나라잖아요. 그런데도 모터스포츠에 관심이 적죠. 카레이싱을 처음 시작한 2008년보다는 인식이 많이 나아지고 있는 추세지만요. 요새는 토요일 날도 2만명 가까이 관객들이 찾아주세요. 저희 선수들이 더 알려야겠죠.”


개그맨, 카레이서 모두 제대로 하고 싶다는 한민관씨. 방송인으로서 자동차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 중이다. 카레이서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줄 말이 없냐고 묻자 ‘공부를 해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차에 대한 기계적인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서 차가 굴러가고 어떤 구조로 움직이는지 머릿속에 완벽히 그려놓고 있어야 하죠. 자동차는 곧 기술입니다. 작은 볼트 하나 때문에 한 달 이상 고생하기도 해요. 뒤쪽 떨림이 온다거나 회전시 눌리지 않는다거나 하는 감각을 미세하게 느끼는 게 중요하죠. 얼마나 담대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의 싸움인 것 같아요. 개그도 마찬가지죠.”


글 jobsN 김지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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