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치어리더 출신 3년차 막내의 '설움' 한마디

조회수 2020. 9. 25. 20:21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육체적으로 고된 직업이지만..치어리더

대한민국의 스포츠 응원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매년 용병 신분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빠지지 않고 우리의 응원문화를 말하곤 한다. 심지어 어떤 선수는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좋아서 한국이 좋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응원문화에 일조하는 사람들이 바로 치어리더다. 치어리더는 ‘경기장의 꽃’으로 불린다.


치어리더는 화려한 외모와 멋진 춤 솜씨로 관중을 사로잡는다. 그들은 단순히 춤만 추지 않는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응원석을 돌아다니며 팬들과 소통한다. 하프타임이나 클리닝타임 때는 공연을 하거나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며 경기 외적인 흥미를 제공한다. 치어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은 외적 모습, 강한 체력과 안무 소화능력, 열정과 끈기, 그리고 소통능력이다. 치어리더는 보통 구단 채용이나 기획사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다. 치어리더는 대중에게 보이는 직업이기에 외적 자격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채용공고를 보면 평균적으로 나이 26세 이하, 키 167cm 이상을 우대한다. 치어리더는 한 스포츠팀에서 치어리딩을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종목의 스포츠팀에서 동시에 활동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든 직업군에 속한다. 그렇기에 강한 체력은 필수 요소다. 안무 소화능력 또한 필요한 자질 중 하나다. 여러 팀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팀마다, 종목마다 다른 안무를 숙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무는 주로 걸그룹의 노래에서 차용해 온다. 그만큼 안무가 격렬하다.


치어리더는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육체적으로 고된 직업이다. 이 때문에 열정과 끈기가 중요하다. 그저 치어리더의 유명세만 바라보며 그 길에 들어선 경우 후회하며 그만두는 일이 허다하다. 마지막으로 소통능력이다. 치어리더는 스포츠 경기를 보러 온 관객과 소통해야 한다. 요즘은 SNS가 발달하면서 대중과 좀 더 가깝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실제로 치어리더 박기량, 강윤이, 안지현은 SNS에서 공유된 ‘직캠’과 사진을 통해 급속도로 팬이 늘어난 경우다. 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치어리더에게 소통능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운동선수와 마찬가지로 치어리더들도 부상에 시달린다. 큰 목소리로 응원을 하면서 성대결절이 일어나기도 하고 몸을 움직이며 다양한 퍼포먼스를 소화하기 때문에 온갖 부상을 겪는다. 그러나 치어리더는 고생 끝에 낙이 오는 직업이기도 하다. 오랜 연습 기간을 거쳐 치어리더로 데뷔하면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소통할 수 있고, 유명해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응원문화가 발달해 있고 스포츠 자체에 대한 인기도 지속해서 올라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치어리더’는 유망한 직업에 속한다. 

평소 스포츠를 즐긴다면 누구나 이 치어리더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수려한 외모와 탁월한 춤 솜씨로 SNS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치어리더 안지현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치어리더를 시작해 3년 차 치어리더가 된 그를 남자 프로농구팀 SK 나이츠의 홈구장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만났다.


안지현은 고등학생 때부터 치어리더를 시작했다. 남자 프로농구팀 삼성 썬더스의 치어리더 공개 오디션에서 합격해 지금까지 치어리더 생활을 하고 있다. 또래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평범한 생활을 할 때 사회에 첫발을 디딘 치어리더 안지현. 춤추는 것과 대중과의 소통을 좋아하는 그에게 치어리더란 직업은 천직에 가깝다.


“고등학교 때 비서과에 다녔어요. 치어리더는 학교 동아리에서 처음 접했고요. 체육대회 때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치어리딩을 하면서 재미를 느꼈죠. 원래 ‘내 꿈은 치어리더다!’ 이렇게 정해놓은 건 아니었어요. 춤을 좋아하고 대중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저에게 치어리더란 직업이 딱 맞았죠. 게다가 무료로 춤을 배우면서 프로로 뛸 수 있었어요. 돈보다는 그런 걸 더 봤던 것 같아요. 그렇게 치어리더를 하게 됐습니다.”


‘여고생 치어리더’로 불리던 안지현은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 것이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지지와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부모님이 ‘하고 싶은 건 다 해라’ 이런 스타일이세요. 자유롭고 개방적이시죠. 또 자식이 원하는 걸 해야 좋아하시고 억지로 시켜서 하는 거는 별로 안 좋아하세요. 그래서 치어리더 일을 할 수 있게 됐죠. 제 성격이 은근 사회 나가서 생활하는 게 잘 맞아요. 철이 좀 일찍 들었죠. 사회생활이 크게 불편하진 않았어요.”


그러나 그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었다. 부모님이 악플을 봤을 때와 어쩔 수 없는 주변 친구들과의 괴리감 때문이었다. “언젠가 제가 엄마 휴대전화를 몰래 본 적이 있어요. 부모님들 보면 막 자식 이름 찾아보시고 그런 거 있잖아요. 어머니가 예전 인터뷰에 달린 악플을 보고 조금 가슴 아파하셨어요. 저는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만 생각하는 편이라 악플에 신경 안 쓰거든요. 그런데 부모님은 그런 게 아니어서…. 마음이 좀 아팠죠. 제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었어요. 친구들은 끼리끼리 만나고 공부하면서 놀고 이러잖아요. 이게 가끔은 부럽기도 했죠. 또 친한 친구들끼리 해외여행 가고 그런 것도 부러웠어요. 시즌 중에는 시간이 안 되잖아요. 부럽기도 한데 그럴 때마다 나중에 친구들이 저를 부러워할 수 있게끔 하고 싶어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그리고 부러운 건 있어도 제가 부럽다고 티 내는 성격도 아니어서. ‘나중에 나도 시간 내서 가야지…’ 이렇게 생각하죠.(웃음)” 

안지현은 넥센 히어로즈 야구단 치어리더로 활동했다. 야구시즌이 끝난 현재는 남자 농구단 SK 나이츠와 여자 농구단 KEB 하나은행 그리고 남자 배구단 우리카드 위비에서 치어리딩을 하고 있다. 그는 스포츠별로 매력이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농구는 안에 있으니까 웅장한 느낌이 들어요. 그러면서도 옹기종기 응원한다는 느낌? 팬들과 엄청 밀착한 상태에서 하니까 따뜻한 느낌도 있죠. 코트 위에서 열 명이 함께 하니까 가족 같은 분위기도 들어요. 반면에 야구는 경기장이 크고 그만큼 응원 규모도 커요. 열정적인 팬들이 많고 공연도 많이 하고요. 야구는 응원 단상에 올라가서 치어리더 4명이 딱딱 칼 군무처럼 해요. 둘 다 다른 매력이 있어서 모두 재미있어요!”


팬들이 찍어주는 영상 보고 춤 교정도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치어리더도 예외는 아니다. 안지현은 팬들과 소통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하면서 팬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예전에는 사회에 일찍 나간 만큼 신경 쓸 일이 많았어요. 그래서 남은 시간을 신경 쓸 겨를은 없었죠. 요즘에는 SNS로 팬들과 소통을 많이 해요.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TV도 보고 동영상도 보고 그러죠. 팬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팬들이 찍어주신 영상이랑 사진을 보면서 발전하려고 하거든요. 제 모습을 찍어주시는 분들이 없으면 저는 항상 그대로잖아요. 그러면 변화가 없겠죠? 저를 찍어주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저도 제 모습을 보고 ‘아 이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이렇게 하면 더 예쁘겠구나, 이건 표정이 별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팬들이 어쨌든 자기 시간을 내서 와서 찍어주시는 거고, 그러면서 저라는 사람을 많이 바꿔주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 감사하죠.” 

안지현은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외적 모습을 가꾸기 위해 미용실에 자주 가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장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팬들이 찍어준 영상을 보면서 춤도 교정했다. 또한 팬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주기 위해 눈맞춤을 자주 하고 웃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고 말했다. 안지현은 치어리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지 말고 뒤에서는 힘든 직업임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희가 하나의 스포츠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스포츠들도 하잖아요. 그걸 하루에 다 연습을 해요. 예를 들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남자농구, 4시부터 6시까지는 여자농구 이런 식이에요. 그리고 팀마다 응원 동작도 다르다 보니 헷갈려요. 어떻게 보면 즐겁고 행복한 직업이지만 힘든 직업이기도 해요. 치어리더를 희망하는 분들한테 너무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의지도 있어야 하고 열정도 있어야 하고 체력도 굉장히 중요해요. 그냥 들어왔다가 힘들다는 걸 깨닫고 우르르 나가버리면 정말 힘들거든요. 남은 사람들이. 저도 솔직히 호기심에 들어왔지만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이 느꼈어요. 진짜 좋아서 하지 않으면 못할 직업인 것 같아요. 좋아하기 때문에 참는 거고, 힘들지만 하고 싶어서 하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나갔겠죠?(웃음)”


마지막으로 그에게 치어리더로서의 목표를 물었다. 사실 조금은 거창한 답변을 기대했다. ‘갓지현’이라는 별명까지 가진 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3년 차’ 막내의 설움이 묻어나는 답변이었다.


“저는 꿈이라기보다는 바라는 게 하나 있어요. 제가 3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아직 막내예요. 그러다 보니까 저도 왕언니가 되어서 일해 보고 싶어요. 팀장이 되든, 뭐를 하든 해서 팀을 꾸려나가고 싶은 게 지금의 꿈이에요. 아직은 밑에서부터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야겠지만요. 앞으로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들어와서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그 친구들이 열정과 끈기는 가져줬으면 좋겠다! 이런 거죠.”


글 jobsN 안희찬 대학생 명예기자(한국외국어대 2학년)

사진 서경리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사진제공 안지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