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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잘되는 과 5년째 휴학생, 7백만원 들고 간곳은?

자극적이지도 짧지도 않은 영상이 인기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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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인터뷰 ‘태용의 리얼밸리’
연고 없이 무작정 배낭 하나 메고 떠난 43일 여정
실리콘밸리의 일하는 방식과 기업문화

동국대 회계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김태용(27)씨는 2017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세계 정보기술 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를 직접 보기 위해서다. 그는 43일 동안 창업자와 페이스북 디자이너·우버 엔지니어·픽사 촬영감독·구글 인턴 등 일류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16명을 인터뷰했다. 영상에 이들이 일하는 방식과 기업 문화, 직업 철학을 담았다.


인터뷰 영상을 9월부터 페이스북과 네이버TV·피키캐스트 등에서 ‘태용의 리얼밸리(www.facebook.com/tyzapzi)’라는 이름으로 연재했다. 재생시간은 6분 30초 내외. 김씨가 배경지식을 설명하는 해설 영상은 10분을 넘는다. 5분도 안되는 웹드라마보다 긴 재생시간에도 반응이 뜨겁다. 2개월 만에 조회수 400만건을 넘었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실리콘밸리가 어떻게 일하는지 잘 알았다’, ‘꿈과 용기를 얻었다’며 댓글을 달았다. 김씨에게 ‘리얼밸리’ 기획 계기, 실리콘밸리 기업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들었다.   

김태용씨.

출처jobsN

실리콘밸리로 떠날 수 있는 추진력


실리콘밸리로 떠나기 전 김씨는 5년째 휴학 중이었다. 군 제대 후 취직 대신 폰케이스·가방·가구 사업을 했지만 성공하진 못했다. “고등학생 때 미대 입시를 준비하다 포기하고 뒤늦게 공부를 했어요. 취업 잘된다는 회계학과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흥미를 느끼진 못했죠. 책도 많이 읽었지만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깨닫지 못했습니다.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등 일자리에 큰 변화가 온다는데 뭘 준비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제 주변 친구들도 이런 고민을 했죠.”


실리콘밸리라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6월 가족과 함께 미국 동부로 여행을 갔다.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갈 때 그는 샌프란시스코로 가기로 했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5~6시간 동안 자기소개 영상을 찍어 샌프란시스코 한인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을 인터뷰하고 싶은데 아는 사람이 없으니 도와달라고 했어요. '한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을 두려워하거나 먼 미래 이야기처럼 생각한다. 실리콘밸리는 어떤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했습니다. 실무자와 초기 창업자 위주 스토리를 담겠다고 했어요. 한국에서 만들었던 영상과 콘텐츠도 같이 올렸습니다.”  

김씨가 '태용의 리얼밸리'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고, 앞으로 어떤 영상을 올릴 것인지 설명하는 프롤로그 영상 장면.

출처'태용의 리얼밸리' 프롤로그 영상 캡처

그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메시지를 보내 지인을 추천했다. 첫 인터뷰 대상자는 핀테크 기업 '캐피탈 원'의 디자이너였다. 이 영상을 포트폴리오 삼아 여러 커뮤니티와 대학 동문회에 돌렸다. 한인 엔지니어 모임인 ‘K그룹’ 같은 곳에 참석하며 인터뷰 대상자를 소개 받았다.


개발자·디자이너 커뮤니티에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에게 묻고 싶은 점을 알려달라’며 글을 올려 질문을 모았다. 15개 내외 질문을 추려 인터뷰 대상자에게 사전 질문지를 보냈다. “답변을 받으면 영상에 담을 부분, 더 자세히 알고 싶거나 토론하고 싶은 내용을 체크했어요. 영상 시나리오를 짠 다음 만나 인터뷰 했습니다. 일하는 모습도 찍어야 해서 2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하루에 1~2개 꼴로 인터뷰를 하느라 여행할 시간은 거의 없었다. 경비는 600만~700만원이 들었다. 한국에서 의뢰받은 영상·콘텐츠 제작을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했다.  

김씨는 인상 깊었던 인터뷰이로 두 사람을 꼽았다. 한명은 숙취음료 '모닝 리커버리'를 만드는 82 Labs 이시선 대표다. 이 대표는 그동안의 커리어가 남달랐다. 워털루대를 졸업하고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일하며 '창업 리스크를 어떻게 최소화하는지'를 알았다. 또 다른 인터뷰이인 윤일원 VR회사 'Off2' 디자이너는 김씨가 가장 공감한 인터뷰이기도 하다. “대학을 4번 다닌 분이예요. 한국에서 2번, 미국에서 2번. 10년 넘게 방황하다 실리콘밸리에 정착했죠. 한국이라면 고운 시선으로 보진 않았을 거예요. 저도 고등학생 때부터 진로를 여러번 바꾸며 방황했어서 그런지 공감 갔습니다.”

출처페이스북 페이지 'ㅌㅇ'캡처

실리콘밸리의 정신과 시장 접근법


영상에는 실리콘밸리의 정신과 사고방식을 담는 것을 목표로 했다. 김씨가 본 실리콘밸리는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라는 문장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했다. “창업자의 철학과 회사가 속한 산업의 현황에 따라 각 기업 문화가 달라요. 애플은 오래 된 직원이 많아 체계가 잡혀있어요. 비밀주의 성향도 있습니다. 야근을 많이 하지만 직원들이 리더를 매우 존경합니다. 구글은 규모가 크고 직원이 많아 자유롭게 토론하고 프로젝트별로 마음 맞는 사람을 찾아 일해요. 페이스북은 20대 초반 직원이 많아서인지 진보적이고 공격적으로 보일만큼 적극적이예요. 에어비앤비는 평화롭고, 이베이는 가족같은 분위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있다. “인공지능·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체계와 기술을 이미 실무자와 창업자가 실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업·정부에서 선언적인 주제로만 다룰 뿐 근본적인 변화는 미미한 것 같아요.”


국내에선 실리콘밸리를 ‘유토피아’로 여기기도 한다. “환상은 없어졌지만 생각보다 더 대단한 곳입니다. 철저한 능력주의에 해고가 쉽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죠. 아무리 좋은 곳이어도 몸에 맞지 않으면 살아 남기 힘듭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기술과 아이디어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선한 의지'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거예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면 좋은 게 뭐냐’고 인터뷰이에게 물으면 하나같이 ‘옆에 동료가 뛰어나서 자괴감이 들 때도 있고 그만큼 성장한다’고 해요. 나중에 제가 뭘 하든지 세계에서 이런 사람들과 만날 거라 생각하면 오싹한 느낌도 듭니다.”  

(왼쪽부터) 페이스북 사무실 내부와 픽사 스티브 잡스 건물 내부.

출처김태용씨 인스타그램

”지금 현재에 충실하면 연결고리가 생긴다”


김씨는 마지막 학기를 복학해 학업과 영상 편집으로 바쁘게 보내고 있다.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 꼬박 사나흘이 걸린다. 강연 요청도 들어온다. 12월에 이번 시리즈를 마무리 하면 국내 창업가를 인터뷰할 생각이다. “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가 창업해도 성공할까 말까더라구요. 지금은 진득하게 능력을 키워야할 때라고 생각해요. 장기 계획은 아직 없어요. 현재에 충실하면 연결고리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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