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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아형' 만든 스타PD가 유일하게 '갑질'하는 곳

조회수 2020. 9. 21. 18: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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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차 예능 PD 여운혁의 '무한도전'
'찌질한' 감성 공략해 웃음 만든지 25년째
93년도 MBC 입사해 지금은 웹예능 제작 중
"가장 많은 프로그램 만든 PD로 기억에 남고 싶다"

MBC ‘황금어장’, ‘무한도전’, JTBC ‘아는형님’의 공통점은 골수팬이 많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여운혁(48) PD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25년간 대한민국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져온 예능 프로듀서(producer)다. “평범한 사람의 ‘찌질한’ 감성을 공략한다"라는 그에게 PD란 “남이 주는 돈으로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는 사람”이다.


PD도 월급쟁이와 다를 바 없다 생각하지만 한 직장에만 머문 것은 아니었다. 93년 MBC에 입사해 예능국 차장을 지낸 후 2011년 퇴사해 종합편성채널로 이적했다. 2015년까지 JTBC 제작 2국장으로 예능국을 이끌었다. 2017년 2월부터 최대주주가 SM엔터테인먼트인 미스틱 엔터테인먼트로 출근했다.


“내 이름 박힌 프로그램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게 목표”라는 그는 프로듀서의 정체성을 지킬 수만 있다면 직장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여긴다. 신문이나 방송 등 대중매체 경계가 허물어진 요즘 더 그렇다. 방송국 아니어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인생은 흐르는 물에 떠가듯 사는 것’이 신조인 그는 시대의 흐름을 따른다.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PD가 된 것도 모두 우연 같은 운명이었다.

출처: 조선DB
그는 "진행자 섭외까지 구상을 완성하면 프로그램 기획안을 만든다"고 밝혔다

-MBC 지원동기에 어떤 말을 썼는지 기억하나

“기억나지 않아요. 옆에 있는 동기들이 준비하길래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원서 넣은 거죠. 동아일보랑 KBS, MBC 이렇게 지원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치른 시험이라 면접장에서 MBC PD면접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조연출 생활이 힘들지는 않았나

“조연출 생활은 6년 했던 것 같아요. 몸은 힘들었는데 재미있었죠. 모르면 무식하다고 아무것도 모르니까 시키는 대로 그저 열심히 했어요. 눈앞에 방송이 있고 할 일이 있으니까 그것만 바라보면서 했습니다. 생각과 계획을 하면서 살았던 시대의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처럼 경쟁이 심할 때도 아니었구요. 선배들한테 잘하는 게 더 중요했던 때니까요.”


-방송사는 경쟁이 치열한 곳 아닌가

“한 번도 경쟁해본 적 없어요. 선배들한테만 잘하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다녔죠. 밥을 내 돈 주고 사 먹기 싫어서 선배들한테 밥 사달라는 소리는 자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인사도 잘하고 다녔고요. 선배들한테 예쁨 받다 보니 좋은 프로그램 맡을 수 있는 기회도 생긴거죠.”


-운이 전부인가

“혼자 있을 땐 상상을 해요. 제 선입견은 모두 걷어낸 채 대중의 눈으로 바라보는 상상이죠. 예를 들면 신인가수 노래가 나오잖아요. 그럼 이 노래는 음원차트 몇 위를 할까. 찍어보는 걸 많이 했어요. 그래도 늘 틀려요. 평생 프로그램을 만들며 느낀 건 ‘왜 이렇게 생각이 다를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왜 욕을 하지?’예요. 그건 제 평생 풀리지 않는 질문이죠.”

출처: MBC '무한도전'캡처
2010 무한도전 <연말정산 뒤끝공제>에 출연한 여운혁 PD

25년 차 베테랑 PD가 보는 ‘대중매체’


그는 스스로 ‘상식에 가까운 사람’이라 말한다. 대중적인 맛집을 좋아하고 유행하는 카메라를 산다. 그런데 어느 순간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 기존의 대중매체가 아닌 핸드폰 속 기사와 영상 콘텐츠를 봤다. 자신의 생활 습관이 변했다면 대중들도 변할 확률이 컸다. 방송국을 나와 윤종신, 김연우, 서장훈 등이 소속한 연예 기획사 미스틱으로 간 이유였다.


-연예 기획사 말고 중국 진출 제의는 없었나

“말이 안 통하는데 감성을 이해할 수 있을까? 쇼미 더 머니 같은 프로그램은 수출할 수 있겠죠. 그런데 아는 형님은 감성 자체가 다릅니다. 말과 뉘앙스, 분위기가 번역이 되나요? 전 대한민국 평균 남성을 위한 예능을 만드는데 특화된 사람입니다. 근데 외국으로 나가면 전혀 다른 시청자를 생각해야 하죠. 자신이 없어요. 그래서 계속 남은 거죠.”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방송에서 서로 반말을 주고받는 것도 이 때문인가

“반말에 대한 소신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말 자체가 비민주적이죠. 존댓말을 하면 친구가 될 수 없어요. 일단 젊은 친구들은 존댓말을 하면서 귀를 막고 있잖아요. ‘아는형님’에서 (김)희철이가 (강)호동에게 반말로 건방지게 굴때 웃기지 않아요? 은근히 통쾌한 거거든요. 갑과 을의 관계도 존댓말·반말에서 나오는 겁니다.”

출처: jtbc '아는형님' 캡처
2016년 6월 '아는형님'에 출연한 트와이스가 '반말 진행'에 당황하는 모습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자기 주관’ 있는 사람


PD로서 갑질을 자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공식적인 갑질은 사람 뽑는 면접장에서만 한다”고 답했다. 함께 일할 사람을 뽑는 기준은 ‘논리력’이다. 논리적 주관이 있어야 기획안 한 줄을 써도 상대를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면접장에서 자기 주관을 듣기 위해 사적인 질문도 서슴지 않는다.


-면접에서 어떤 질문을 하나

“생각을 알 수 있는 질문을 하죠. 연애 문제라던가 가족문제라던가 하는 개인적인 거요. 상대를 알기 위해서는 자기 문제로 파고들 수밖에 없어요. '아버지가 뭐 하시는 분이냐'까진 안가지만 최근에 가장 기뻤던 일, 화났던 일을 물어봐요.”


-논리가 명확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왜 PD를 하고 싶은지, 해야 하는 이유를 잘 아는 사람이겠죠. PD란 직업은 자기가 좋아서 한다면 좋은 직업입니다. 예전처럼 ‘어디 어디 방송국 PD’라는 타이틀로 인식하면 형편없는 거고요. 좋은 직장이란 이제 없어요.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직장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언제부터 한 생각인지

“MBC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느꼈습니다. 3년 차쯤인가. 빨랐던 것 같아요. 방송 일을 하는데 그게 잘 될지 안될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런데 직장을 믿는다. 그럼 인생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MBC가 좋은 회사긴 하지만 나를 책임 지진 않을 거다. 하는 눈치는 있었어요.”

출처: jobsN
'정리정돈 여운혁' 후배들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반어법이다

PD 본질은 ‘제작자’


인생의 절반 이상을 예능 PD로 산 그의 계획은 ‘다작’이다. 앞으로도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며 시청자들을 웃기고 싶다는 여운혁 PD. 아직도 현장을 종횡무진하며 웹 예능 ‘빅픽쳐’를 제작 중이다. 개그맨이 그렇듯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가공하지 않은 ‘진짜 웃음’이 원동력이다.


“PD 되는 방법은 방송국 입사만이 유일하지 않아요. 방송국 들어가려고 5년 공부하느니 카메라 들고 뭐라도 찍어보라 하고 싶습니다. 유튜브도 있잖아요. 외주 프로덕션은 월급이 적지만 좋아서 한다면 충분히 클 수 있어요. 저는 운이 좋아 메이저에 입사했지만 합격하지 못했어도 고민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PD 본질은 프로그램 만드는 제작자죠. 방송국 나와 미스틱에 있어도 저는 영원한 프로듀서예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만든 PD’라는 수식어가 생기는 날까지 계속 현장에 있을 거예요."


글 jobsN 김지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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