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공비 작전에서 '전쟁 공포' 몸소느낀 특전사, 제대 후..

조회수 2020. 9. 21. 17:4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생존배낭' 최초 전파자 생존21-도시재난연구소 우승엽 소장
‘생존배낭’ 최초 전파자 생존21-도시재난연구소 우승엽 소장

특전사 제대후 재난대비 본격적으로 연구
7년 전부터 생존배낭 개념 전파 시작
비상식량 라면보단 소면, 참치캔 유통기한 7년

계속되는 북한 핵실험 도발로 위기감이 커지면서 ‘생존배낭’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전투식량, 휴대용 라디오, 방독면 등 재난 대피 물품 판매가 늘었다. 그래서 생존21-도시재난연구소 우승엽(44) 소장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그는 7년 전 ‘생존배낭’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인물이다.


우 소장은 특전사 제대 후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 ‘도시재난 생존 전문가’로 전업했다. ‘재난시대 생존법’ ‘도심형 재난에서 내 가족 지켜내기’ 등 책을 펴내기도 했다. 재난에 관련한 ‘실전 정보’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게 자신의 사명이라는 우 소장을 잡스엔이 직접 만나봤다.

출처: 우승엽 소
생존21-도시재난연구소 우승엽(44) 소장은 세종대, 상명대 등에서 '생존전문가'가 되는 법과 관련해 교양과목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도시재난 연구를 시작하게 됐나

“95년 특전사로 군에 입대했다. 이듬해 강릉 무장공비 작전에 투입됐는데 북한군에서 날아든 총알이 목을 관통해 숨진 중사를 보고 처음으로 ‘전쟁’의 무서움을 체감했다.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등을 지켜보면서도 우왕좌왕하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26개월의 군 복무를 마치고 외국계 기업에 전산관리자로 취직했다. 12년 정도 근무하면서 처음에는 취미활동 수준으로 재난 생존법을 연구했다.”


-국내에서 자료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90년대 말 당시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생존이나 재난에 관련해서 검색하면 ‘종말론’ ‘신비주의’ 등을 다루는 인터넷 카페를 보여줬다. 비상시에 어떻게 물을 정수하고 뭘 비상식량으로 삼으면 좋을지 알고 싶었는데 그런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다. 내가 직접 자료를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해외 국가기관 사이트, 영화, 책, 잡지 등을 주로 참고했다. 미국연방재난관리청(FEMA·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웹사이트에서 찾아보면 실질적인 재난 대처 요령이 잘 나와있다. 미국은 이민자가 많으니까 한국어를 비롯해서 일본어, 뉴질랜드어 등 다양한 언어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생존21’이란 이름으로 인터넷 카페를 시작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와 개성공단 폐쇄 등 북한과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회원 수가 확 늘었다. 현재는 1만9000명을 넘겼다.”


-국내에서 ‘생존배낭’에 대해 처음으로 소개한 인물이라던데

“특전사 복무 당시 관물대에 생존배낭이 있었다. 고참들이 구두로 배낭 꾸리는 법을 알려줬다. 그때 배운 방식을 기반으로 생존배낭을 만들어서 제대 후 집이나 직장, 자동차 트렁크에 비치해 뒀다.


사람들에게 소개를 하기 시작한 건 ’생존21’ 카페를 만든 다음이다. 별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2016년 9월 경주 지진을 겪고 일반 시민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 카페 회원들은 중학생에서부터 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비상시를 대비해 생존배낭을 만드는 걸 가족들이 이해해주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허튼 데 돈 쓴다고 오해를 받는다. 그래서 자신의 용돈을 쪼개고 쪼개서 틈틈이 비상식량이나 장비들을 준비하는 회원들이 많았다. 그런데 경주 지진을 겪고 나서 ‘함께 준비하자’는 가족들이 많아졌다.”

출처: 우승엽 소장
우 소장은 20만원~30만원짜리 생존배낭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주변 마트에서 2만원~3만원으로도 충분히 생존배낭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생존배낭은 어떻게 싸야 하나

“요새 20만원~30만원짜리 생존배낭을 팔던데 사지 말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1000원 숍이나 주위 마트를 이용해서 2만원~3만원으로도 충분히 생존배낭을 꾸릴 수 있다.


생존배낭 무게는 자기 몸무게의 10~20% 정도가 적당하다. 생존배낭을 메고 20층 높이에서 걸어 내려가야만 할 수도 있다. 배낭에는 식수, 포도당 캔디나 초콜릿, 참치캔, 손전등, 주머니칼, 라디오 등을 챙겨 두면 된다. 비상식량으로는 라면보다는 소면을 추천한다. 라면은 기름에 튀기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5개월 밖에 안되지만 소면은 2년이다. 참치 통조림은 유통기한이 7년인데, 고추참치같이 양념이 된 것은 3년으로 줄어든다. 집에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장난감 등을 함께 넣어두는 것도 좋다. 여성은 바지와 여성용품을 챙겨두는 게 필요하다. 이렇게 채비한 생존가방으로 사흘 정도를 버틸 수 있다.”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전쟁이나 테러 위협도 가중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서 총기 난사 테러 발생이 잦다. 총기 테러가 발생하면 일단 도망치거나 숨어야 한다. 도망가거나 숨을 수 없는 상황이면 대부분 땅바닥에 엎드려 죽은 척을 한다. 테러범들은 ‘확인 사살’이란 걸 한다. 2015년 파리 테러 때도 테러범들이 2시간가량 확인 사살을 해서 사망자가 100명 이상이 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테러범들은 단발총이나 권총을 사용하고 1~2명 정도일 때가 많다. 그래서 여러 명의 시민이 달려들면 제압이 가능하다. 도망치거나 숨을 수 없을 때는 죽은 척하기 보다 맞서 싸우는 게 목숨을 건지는 방법일 수 있다.”


-‘재테크’를 공부하듯 시민들이 ‘생존법’을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던데

“정부나 재난 관련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과도한 패닉 상태에 빠지는 걸 두려워한다. 그래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모를수록 공포가 커진다. 반면 알면 알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대처하기가 쉽다. 테러나 전쟁 관련 기사를 보면 ‘지금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는 거냐’ 등의 댓글이 수도 없이 달린다. 재난과 생존에 관련한 정보를 잘 모르니까 빚어진 과도한 불안 표출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목숨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재난과 생존법에 대해 아예 외면해버리는 건 ‘자기 손해’이지 않을까.”


글 jobsN 박가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