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 배달부가 한국의 '폴 포츠' 된 사연은?

조회수 2020. 9. 21. 17: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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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배달합니다"
가정형편 탓 성악가 꿈 접어
배달부로 일하다 방송출연
성악가로 폴 포츠, 조수미와 공연

새우잡이 배에 올라서도 그는 바다를 보며 노래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밤길을 달려 야식배달을 하면서도 언젠가 무대에 설 날을 꿈꿨다. 인생 밑바닥을 찍고 올라와 다시 무대에 선 성악가 김승일(41)씨의 이야기다.


1996년 한양대학교 성악과에 수석 입학했다. 1년후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져 그의 곁을 떠났다. 갑작스런 이별. 방황했다. 가족의 생계도 책임져야 했다. 악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음악이 싫어졌다. 자퇴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했지만 끝내 성악가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노래에 도전했고 성악가가 되었다. 지금은 폴 포츠, 조수미와 협연한다. 

출처: 김승일 공식사이트
성악가 김승일씨

-노래를 그만두고 어떻게 생활했나.

“15가지 직업을 전전했습니다. 택배 ,야식배달, 대리운전, 노점상, 음료수 도매업, 가전제품 배달, 식당, 부동산 사무실 등이요. 무작정 새우잡이 배를 탄 적도 있어요.


서러웠습니다. 손님한테 ‘그러니까 이렇게 살지’, ‘밥맛 떨어진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10년을 그렇게 살았어요. 성악가가 되겠다는 꿈은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우니까요. 악보를 쳐다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어요.”

출처: 본인 제공 및 '스타킹' 캡처
(왼)배달부 시절 (오)'노래하는 배달부'로 방송 출연 당시

-다시 노래하고 싶단 생각은 어떻게 했는지.

“배달을 갔는데 어린 학생이 음식값을 던지듯 내밀더군요.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그 순간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이란 노래가 집 안에서 흘러나왔어요. 학교 다닐 때 잘 부르던 노래였던지라 북받쳐 올랐어요. 밖으로 나와 한참을 울었습니다. 이루지 못한 꿈,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 터져나온 거예요. 그때부터 다시 노래했습니다. 여전히 돈도 없고 어려웠지만, 혼자서 하루에 몇 시간이라도 불렀어요. 가사를 외우고 녹음도 하고요.”


일하던 가게 사장님에게 녹음한 노래를 들려줬더니 방송국에 제보를 했다. 2010년 12월 4일 SBS ‘스타킹’에 출연했다. ‘Nessun Dorma(‘공주는 잠 못이루고’의 이탈리아어·푸치니 작곡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를 불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악가의 꿈을 키워온 사연과 노래 실력으로 화제가 됐다. 1년후 수원 ‘경기도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단독콘서트를 개최했다. 3일만에 2000석이 매진됐다. 

출처: 본인 제공
'2015 가곡의 밤' 공연에서 노래하는 모습

-본격적으로 성악가의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한 건.

“방송 출연 후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게 되어 즐거웠지만, ‘이 생활이 지속될 수 있을까’ 불안했어요. 30대 중반이 되어갈때라,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느낌도 들었어요. 야식배달부 일을 그만뒀습니다. 제대로 성악가가 되자고 결심했어요. 갑자기 주목을 받으며 다양한 제안을 받았지만, 10년 만에 음악의 길로 다시 들어선 만큼 신중하게 걸어가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학교를 빛낸 사람'으로 선정되어 한양대에서 먼저 권유해 절차대로 복학했다. 밤늦게까지 연습실에서 살았다. 공연을 병행하면서도 학업에 매진해 2016년 졸업했다. 2014년 고교 ‘진로와 직업’ 교과서에도 사연이 실렸다. 2011년 일본,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전 세계를 누비며 노래했다. 2012년 9월 정규 1집 앨범 ‘마이 스토리(My story)’도 발매했다. 핸드폰판매원에서 성악가가 된 폴 포츠의 내한 공연에도 함께했다.


방송 출연한지 7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꾸준히 공연한다. 데뷔 후 지금까지 6년간 약 500회 공연을 했다. 조수미, 신영옥과 듀엣 공연도 할 예정이다. 세상으로부터 받은 관심에 보답하기 위해 재능기부 콘서트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앞으로의 꿈은 무엇일까.


-어떤 성악가가 되고 싶나.

“노래 한 곡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있어요. 저의 경험을 담아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성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잠깐의 화제인물이 아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계속 듣고, 오래 듣고 싶은 성악가요. 초심을 지키고 싶습니다.”


글 jobsN 김민정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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