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상 받았던 '꼬마 에디슨'이 커서 만든 '히트상품'

조회수 2020. 9. 24. 01: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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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이 취미이자 습관인 청년이 택한 창업 아이템은?
어린이 추락사와 침입절도 방지하는 잠금장치
꿈찾아 방황하다 택한 발명과 창업

어린 시절부터 친구 사이에서 ‘발명왕’으로 통한 청년이 있다. 처음 발명한 제품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만든 ‘유리창 닦이’였다. 밀대를 물에 담그지 않아도 물이 자동으로 나오는 청소도구. 중3 때는 유조선 사고 시 기름을 걷어내는 장치를 발명해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은상'을 받았다. 2000년 제22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제이에이치케이 강재화(35) 대표가 주인공이다. 수많은 발명 아이디어 중 '창문 잠금장치'를 택했다. 문과 창틀을 압착해 창문을 고정시키는 장치다. 이름은 ‘아빠손잠금장치’. 어린이·치매환자 추락사와 침입절도를 막기 위해 발명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가 기술력이 있다고 평가해 ‘히트500’ 제품으로 선정했다. 창업자금 1억원도 지원받았다. 이 제품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발명 아이디어 중 창문 잠금장치를 택한 이유


기존 제품은 대부분 창문이 닫힌 상태에서 잠가야 했다. “문제는 창문 열고 환기할 때입니다. 잠금장치를 창틀에 끼운 뒤 레버를 젖히면 위치가 고정돼요. 창문이 잠금장치가 설치된 곳까지만 열립니다. 환기하면서 아이들의 추락사와 침입범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레버를 만져 잠금장치를 풀어버릴까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 잠금장치엔 없는 ‘열쇠’가 핵심. 잠금장치를 설치한 후 손톱만한 열쇠를 뽑으면 어린이나 치매환자가 레버를 움직여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따로 파는 ‘방범판’까지 함께 설치하면 최대 200kg까지 견딘다. “사실상 유리창을 깨지 않는 이상 침입할 수 없습니다.”


반지하나 낮은 층수에서는 침입절도에 취약하다. 미닫이문은 창틀을 들어 올리면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개발한 ‘들림방지판’을 쓰면 된다. 방범판도 들림방지판도 손가락 한개 만하다. 강 대표는 “작고 튼튼한데다 오래 써도 흔적이 남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출처: 제이에이치케이 블로그
(첫번째) 가장 큰 물체가 '잠금장치'다. 한쪽 면이 톱니처럼 생긴 게 방범판, 나머지가 들림방지판이다. (두번째, 세번째) 잠금장치를 설치하는 모습. 손 위에 있는 작은 물체가 '열쇠'다.

꿈찾아 방황하다 택한 발명과 창업


2001년 연세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졸업은 하지 않았다. “중·고등학생 때도 대학을 나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제 꿈이 뭔지를 잘 몰랐어요. 남들 간다니까 대학에 갔죠. LG전자에서 인턴도 해보고 7년 동안 군대에서 간부로도 지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다 새로운 걸 만들고 추진하는 게 적성에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문 잠금장치는 국내에서 크게 발달한 시장은 아니다. “지금도 창문 잠금장치를 만드는 업체가 국내에 7~8곳 뿐입니다. 반면 일본엔 대형마트에 ‘잠금장치’ 코너가 따로 있을 만큼 시장이 큽니다.”

출처: 제이에이치케이 블로그
'아빠손잠금장치'로는 특허 8건을 냈다.

2012년 군 전역 후 창호제조업체 에이스이노텍에 입사했다. 개발팀장으로 3년간 일했다. “‘창문 잠금창치’로 창업하려고 제조업체를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아예 회사로 들어와서 같이 개발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 경험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입사했어요. 일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회사 시스템을 생각해야 했어요. 이미 만드는 제품도 있는데다, 개발하려면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니까요.”


2015년 퇴사 후 1인 창업을 하기로 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찾았다. 서류·PT전형을 거쳐 2016년 4월 6기 교육생으로 뽑혔다. 창업 비용과 사무 공간을 지원받았다. 멘토들에게 조언도 받았다.


“잠금 ‘열쇠’가 핵심인데 너무 작아 개발하기 어려웠어요. 전체 크기가 작으니 열쇠를 넣을 공간이 없었죠.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들은 멘토와 소비자 의견도 다양했어요. 열쇠가 안빠지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열쇠를 빼 이중으로 잠근다’는 방향으로 정했어요. 기술적으로 더 확실하게 잠글 수 있고, 소비자에게 ‘더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줄 거라 봤습니다.”


강 대표는 아빠손잠금장치를 갖고 생활용품 박람회·키즈 페어·전시회에 참여했다. “박람회에 참여하려면 국내의 경우 300만~500만원이 들어요. 해외는 1000만~2000만원 비용이 깨집니다. 이것도 창업사관학교에서 지원받았어요. 혼자였다면 부담을 컸을 겁니다. 키즈페어에서 ‘이런 것도 있네’하며 신기해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또 ‘써보니 더 좋다’는 말을 듣고 뿌듯했습니다. 10분이 보러오시면 8분은 사가는 것 같아요.”

발명은 사소한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일


그는 여전히 생활 속 불편함을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는다. 지금은 잠금장치가 겉으로 드러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매립형’을 생각 중이다.


“기발한 제품을 보고 사람들이 ‘어 나도 저거 생각했는데’라고 말하잖아요. 생각을 실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확신이 서질 않는다면 ‘청년창업사관학교’같은 정부 사업에 지원해보세요. 혼자서는 내 아이디어가 사업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어요. 이전에는 막연한 기대만 했다면 여기선 문제점과 개선점을 찾을 수 있어요. 도전하지 않는다면 이 사실도 몰라요.”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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