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맥주에 '번개'까지..자매의 7평 실험 '통했다'

조회수 2020. 9. 24. 01: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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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콘텐츠 기획자→서점 창업..대중이 '동네 책방'에 열광하는 이유
동네 서점 ‘책맥’ 붐 일으켜
도쿄 20곳 책방 투어 후 창업 결심
‘작가번개’ 성지…11월 제주서 북스테이

온라인 서점의 등장과 함께 자취를 잃어가던 동네 책방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단순히 책을 사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떠올랐다. 고양이를 주제로 한 곳부터 사진집만 다루는 곳까지 책방의 성격은 주인장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출처: jobsN
북바이북(Book by Book) 김진양(37) 대표는 2013년부터 동네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술 먹는 책방’으로 인기를 끈 곳이 있다. 2013년 10월 문을 연 ‘북바이북(Book by Book)’이다. 북바이북 김진양(37) 대표는 온라인 콘텐츠 기획 일을 하다가 상암동에 7평짜리 공간을 얻어 동네 책방을 시작했다. 같은 회사에 몸담고 있던 친언니 김진아(41)씨도 퇴사해서 함께 일한다. 책을 중심으로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해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 ‘북바이북’. ‘책맥’ 붐을 일으키며 동네 책방 인기를 선도한 김 대표를 만나 그 인기 비결을 들어봤다.


젊은 창업자들에게서 자극 받아 동네 책방 시작


-안정적인 직업을 때려치우고 서점 시작한 동기가 뭔가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5년 정도 콘텐츠 기획을 했다. 일을 잘 벌이는 성향 때문인지 주로 신규 서비스 TF 팀에 배치됐다. 성과가 좋을 때도 있었지만 그 반대 경우에는 의욕이 많이 떨어지곤 했다. ‘탐나는 동업 20’이란 책을 쓴 게 결정적인 창업 계기가 됐다. 프리랜서 기자 경력 덕분에 저술 제안이 들어온 거였다. 젊은 창업자들을 만나면서 좋은 에너지를 충전 받다 보니 ‘내가 지금 회사에서 뭘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13년 10월에 ‘북바이북(Book by Book)’이란 이름으로 상암에서 동네 책방을 시작했고, 2017년 5월 판교점을 오픈했다. 책 판매량은 상암점과 판교점 합쳐서 월 1500권 정도다. ‘인문학·소설·재테크·에세이’ 등 전반적인 카테고리 분류는 비슷하다. 상암DMC에 위치한 방송사 직원분들 연령대는 30대부터 60대까지다. 그런데 판교 IT회사들은 보통 임원분들이 30대고 직원분들은 20대에서 30대로 젊다. 판교 고객들이 보다 트렌디한 책이나 매거진들을 찾는 경향이 있다.”


-왜 하필 ‘동네 책방’이었나

“평상시 ‘창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창업 마음을 먹고 그때부터 시장 조사에 나섰다. 준비 당시 마치 운명처럼 ‘도쿄의 북카페’ ‘도쿄의 서점’이라는 책이 출간됐다. 그 책들을 보고 2013년에 3박 4일 동안 도쿄에서 책방 20곳을 돌았다. 그때 얻은 인사이트들이 모여 현재의 ‘북바이북’ 모습이 갖춰졌다.


‘책방 주인’에 대한 어렴풋한 로망도 한몫했다. 분위기 좋은 서점에서 차 한잔 곁들이며 고상하게 책도 볼 수 있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히 착각이었다. 책이 생각보다 엄청 무겁다. 저도 한 체력 하는 사람인데 책 진열을 새로 할 때 육체적 한계를 느낄 정도다. 매출이 발생해야 하니까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고 ‘작가번개’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서 더 신경 쓸 일이 많다.”

출처: jobsN
북바이북은 특정 책을 쓴 작가를 강연자로 섭외해서 독자들과 강연 겸 토크쇼를 진행하는 '작가번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작가번개’가 뭔가

“특정 책을 쓴 작가를 강연자로 모시고 독자들과 책방에서 강연 겸 토크쇼를 진행한다. 상암점은 최대 80명, 판교점은 60명의 독자를 초대할 수 있다. 1인당 1만원의 참가비를 받는다. 요즘은 거의 매일 ‘작가번개’ 행사가 있다. 상암점을 오픈하면서 바로 착수한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600여 차례 진행됐고 총 1만여명의 독자분들이 서점을 방문해 주셨다.”


-왜 이런 오프라인 행사를 마련했나

“‘북바이북’은 처음 ‘술 먹는 책방’으로 알려졌다. ‘책맥(독서를 하면서 맥주를 마시는 것)’이란 키워드로 대중의 관심을 얻었다. 일시적인 트렌드를 넘어 독자들이 직접 서점을 찾도록 하고 싶었다. 북바이북은 서점 규모도 작고 오피스촌에 있다 보니까 운영 시간에 제약이 있다. 그래서 오프라인 행사를 시작했다.


오프라인 서점 운영이라는 게 가만히 들여다보면 온라인 콘텐츠 영역과 거의 흡사하다. 어떤 콘텐츠 혹은 웹사이트에 대한 트래픽이 올라가면 광고가 더 붙고, 광고비도 높아지듯 ‘작가번개’로 서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많아지니까 책 구매율, 카페 이용률이 함께 늘 수밖에 없다.”


-오는 11월에는 제주도로 북스테이 여행을 떠난다고 하던데

“11월 4일부터 5일까지 ‘북바이북 투고(To Go)’를 ‘플레이스 캠프 제주’에서 진행한다. 김연수·임경선 작가, 이병률·박준 시인 등과 1박 2일을 보내면서 싱어송라이터 ‘짙은’의 라이브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참가비는 18만원~44만원 선이다. 항공료는 따로라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가격인데 벌써 1일권만 100분이 신청한 상태다. 3년 정도 작가번개를 진행하다 보니까 작가와 독자가 함께 참여하는 ‘컨퍼런스’를 열고 싶었다. 같이 가는 모든 분들이 ‘삶에 대한 새로운 몰두를 위해 떠난다’는 마음으로 참여하셨으면 한다.”

출처: 북바이북 블로그 캡처
북바이북은 11월 4~5일 양일간 제주에서 북스테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요즘 동네 책방 창업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예전에는 은퇴한 분들의 노후 대책 중 하나로 서점이 등장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현재 직업이 명확하신 분들도 책방을 낸다. 특히 셀럽들이 자신만의 개인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경향도 짙어졌다. 김소영 MBC 전 아나운서도 퇴사 후 책방을 낸다고 하고 노홍철씨도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동네 책방이 늘어나는 게 국민 전체 독서량을 증진시키는 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요즘 독자들은 그런 셀럽들의 개인 공간을 ‘투어’하는 걸 즐기는 분들이 많더라. 오프라인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직업군의 사람들을 그 책방, 그 공간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으니까 이용자 입장에서는 만족스럽다.”


-동네 책방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요즘 동네 책방을 비롯해서 ‘공간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 그만큼 창업 장벽이 낮아진 거라고 생각한다. 혹 책방을 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서점은 20평대가 가장 적절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공간이 넓어지면 앉는 자리와 책 사이의 간격이 멀어진다. 고객 입장에서는 책이 단순히 디스플레이 정도로 치부될 때가 많다. 책방과 북카페의 차이는 거기에 있다. 북바이북 판교점 인테리어 비용만 따져보면 5000만원 정도가 들었다. 판교점은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여 있는 구조다. 책이 공간을 촘촘히 둘러싸는 인테리어가 ‘서점’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는 데 도움이 된다.”


글 jobsN 박가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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