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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럽다"는 편견 깼더니..너도나도 '갖겠어' 인기폭발

조회수 2020. 9. 24. 01: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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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대란' 온라인 매출 4억 달성 비결
예쁘고 역사적 가치 담긴 '국립박물관 굿즈'
외면 받던 '기념품'을 '기호품'으로 부활시켜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김미경 문화상품 마케팅팀장

‘국립중앙박물관 굿즈’가 최근 커뮤니티와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굿즈(goods)란 특정 인물이나 장르를 이용해 만든 상품을 말한다. 여기선 박물관 기념품이다. 신사임당의 ‘초충도’ 파우치, 윤동주의 시 ‘별헤는 밤’ 유리컵, 신명연의 ‘화훼도’ 연필이 대표적이다. 커뮤니티에 관련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예쁘다’, ‘기념품 같지 않다’는 댓글이 수백개씩 달린다. 

출처: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온라인샵
(왼쪽부터) 초충도(가지) 열쇠고리와 초충도(수박) 파우치. 초충도는 조선시대 화가 ‘신사임당’이 그린 8쪽의 병풍그림이다. 병풍마다 꽃, 수박, 가지 등 대상이 다르다.

매출액도 상승했다. 2015년 1억5000만원이던 ‘온라인샵(museumshop.or.kr)’ 매출은 2017년 10월 기준 4억원으로 늘었다. 보통 박물관 기념품은 ‘박물관에 간 김에 산다’는 인식이 강하다. 온라인샵 매출 상승은 고객이 기념품을 실생활에서 사용하거나 선물용으로 산다는 걸 뜻한다. 지금 온라인샵에 가면 일부 상품은 ‘품절’ 표시가 붙어있다. ‘국중 굿즈 대란’이라 부르기도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서 만든다. 박물관 기념품은 수십년 전부터 있었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는 ‘박물관에서 파는 제품은 촌스럽고 조악하다’는 편견을 깨서다. 국립박물관 기념품은 문구 전문점 못지 않게 감각적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김미경(43) 문화상품 마케팅팀장은 “‘예쁜데 (역사적·문화적) 의미도 있다’는 생각이 소비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중 굿즈 대란’ 뒤에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있다. 김 팀장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2016년 3월 입사했다. 웅진식품에서 9년, 삼양사에서 7년 동안 상품 기획자로 일한 베테랑이다. 김 팀장을 만나 국립박물관 문화 상품 기획 과정을 들었다. 

출처: jobsN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김미경 문화상품 마케팅팀장.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국립중앙박물관과 소속 박물관 기념품을 만들고 판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경주·대구·민속·한글·제주 등 소속 국립박물관을 포함한 총 매장수는 20개다.

마케팅 노하우와 현대적 디자인


2005년부터 국립박문관문화재단이 기념품을 제작했다. 감각적이고 예쁜 제품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제품을 사는 사람은 적었다. 김 팀장은 상품 기획·마케팅 경험을 살려 기존 기념품의 문제를 분석했다. “‘박물관에 왔으니까’하는 의무감에 사는 분들도 많았어요. 문제는 상품이 너무 많다보니 고객들이 뭘 사야할지 모른다는 점이었어요. 좀더 효율적으로 팔아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첫 시작은 ‘기획전’이었다. 품목별 전시 상품에 ‘주제’를 정했다. ‘꽃’을 주제로 한 기획전을 열어 화훼도 연필·공책, 모란도 부채, 화접도 파우치 등을 모아 팔았다. 방향을 잡아주니 한눈에 상품이 들어와 선택하기 좋았다. “2016년 봄에 처음 기획전을 열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이후로 2개월에 한번씩 기획전을 열고 있습니다. 여름 기획전, 설 기획전, 신학기 기획전, 광복절 기획전 등을 열었어요.”

출처: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왼쪽부터) 조선시대 화가 신명연의 작품을 주제로 한 '화원산책' 시리즈와 광복절 기념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시리즈. '화원산책' 시리즈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만든 제품을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대신 팔고 있다. 제품 종류수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기획·제작한 제품 약 2000개, 위탁 판매 제품 약 4000개다.

단순히 상품 배치만 바꾼 건 아니다. 새로운 상품을 기획·개발했다. ‘초충도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초충도는 조선시대 화가 ‘신사임당’이 그린 8쪽의 병풍그림이다. 2016년 12월부터 3개월 동안 기획했다. 당시 방영했던 신사임당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의 인기가 상품으로 이어질 거라 봤다.


“트렌드만 따르는 건 아닙니다.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을 중심으로 제품을 기획해요. 국립중앙박물관 뿐만 아니라 중앙박물관에 소속된 지역별 국립박물관 제품도 만듭니다. 따라서 각 박물관 특성을 살려야 해요. 초충도는 마침 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었어요. 국립중앙박물관 대표 굿즈로 적합하다 생각했습니다. ” 

출처: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왼쪽부터) '화접도 부채'. 조선시대 화가 남일호의 작품 '필화조화첩'를 주제로 했다. '의궤 우산'. 영조정순왕후 가례도감의궤를 주제로 했다. 의궤란 '조선시대 국혼의 절차를 적은 책'이다. '나전 필통'. 우리나라 전통 칠공예 기법인 '나전'을 주제로 했다.

유물을 상품화 할 땐 역사적 가치를 살린다는 의미가 있지만 자칫 구시대적이고 촌스럽게 보일 수 있다. 유물 사진을 인쇄해 상품에 그대로 입히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서다. 초충도 원화 느낌을 살리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로 했다. “초충도 그림 전체를 인쇄하지 않고, 중심 대상인 수박이나 가지만 떼내서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일정 무늬를 반복하는 ‘패턴화’ 작업도 했어요.”


‘파우치’, ‘쟁반’, 컵 받침 등 실생활 품목도 다양하게 늘렸다. 1만원대 중·저가 제품도 만들었다. 이런 노력으로 다시 태어난 국립박물관 기념품은 소비자의 ‘사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박물관에 간 김에 기념품 매장에 들르는 게 아니라, 역으로 ‘제품을 사기 위해 박물관에 간다’는 고객도 생겼다. 매출액도 상승 중이다. 2017년 10월까지 매출액은 63억원으로 이미 2016년 전체 매출액(61억원)보다 많다.


문화상품 기획자에게 필요한 자질


보통 문화상품을 기획하는데 3~4개월이 걸린다.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연말에 나오는 내년도 사업계획에 맞춰 상품을 준비합니다. 전시 계획을 보고 ‘이때 어떤 제품이 나오겠구나’ 기대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한국의 오랜 역사만큼 문화 상품으로 풀어낼 수 있는 유물이 많다. “우리나라 꽃 회화가 많은데 이걸 다양하게 활용하고 싶어요. ‘꽃’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콘텐츠 입니다. 세계적인 디자인 브랜드 캐스키드슨, 마리메꼬가 꽃을 상징적으로 이용하고 있어요.” 

출처: 김미경 팀장 제공
김 팀장과 디자이너들이 기획 회의 하는 모습.

상품기획자는 트렌드에 밝아야 하고 기획력이 있어야 한다. 시장·소비자 관련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실행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처음 생각한 기준점은 높은데 실행하다보면 타협이 필요한 순간이 있어요. 시간이나 비용을 생각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되도록 처음 아이디어를 끝까지 실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유물을 상품화하는 문화상품기획자라면 역사와 유물에 관한 지식도 있어야 한다. 김 팀장이 처음부터 역사와 문화 지식이 풍부했던 건 아니다. 입사 후 도록을 보며 공부했다.


“고객이 기념품을 사고 나서 한번이라도 그 기념품에 담긴 유물이 어떤 뜻인지 찾아보지 않을까요. 역사와 유물의 가치를 전달한다는 책임감도 있어요. 바탕 지식이 없으면 유물을 잘못 활용할 수 있으니 항상 긴장됩니다.


요새 ‘인문학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인문학적 지식이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위한 밑바탕입니다. 어떤 직업이든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달달 외운다고 늘어나는 지식이 아니어서 평소 관심 갖는 게 중요합니다. 도록이 어려우면 어린이용 도록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알쓸신잡 같은 교양 예능 프로도 좋아요.”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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