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원하는 30대 읽었다..서울대 멘사회원이 택한 잇템

조회수 2020. 9. 24. 01: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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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출신 멘사회원, 일탈·자극 원하는 30대 정확히 읽었다
한국 ‘놀거리 시장’ 뒤흔든 방탈출 카페… ‘셜록홈즈’ 박찬원 대표

일본형 방탈출…‘공포 테마’ 중심
미국선 ‘4층짜리 대저택·6시간 방탈출’도
콘텐츠 업그레이드 부담돼 폐점도

젊은 세대의 문화 공간으로 각광받는 방탈출 카페. ‘방탈출’은 폐쇄된 방에 갇힌 채 10~12개의 추리 문제를 풀어서 방을 탈출하는 새로운 놀거리다. ‘호러’ ‘로맨스’ ‘SF’ 등 선택할 수 있는 테마도 다양하다. 제한 시간은 1시간. 간단한 사칙연산을 이용해 자물쇠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문제부터 센서를 작동시켜 잠금장치를 여는 것도 있다. 2017년 10월 현재, 전국에 400여개 방탈출 카페가 성업중이다. 

출처: 셜록홈즈 제공
2015년 일본식 방탈출 카페를 창업한 셜록홈즈 박찬원(29) 대표.

‘방탈출’ 스타일은 크게 ‘일본식’ ‘미국식’ ‘헝가리(유럽)식’ 스타일로 나뉜다. 일본 방탈출 카페는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귀신의 집’과 비슷하다. 일본은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7~8평의 소규모 방과 시설물을 갖췄다. 반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미국에선 4층짜리 대저택을 통째로 활용해 6시간 동안 방탈출을 하는 곳도 있다. SBS 인기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방식을 일반인이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셈이다. 유럽에서는 헝가리에서 가장 먼저 방탈출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헝가리는 축제가 잦은데 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대형 탑을 쌓는 등의 미션을 통과하는 형식의 방탈출 개념을 도입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보통 3~4명이 들어가 놀이를 즐기는 반면 헝가리식 방탈출은 최소 10명 이상의 인원이 참여한다.


우리나라에선 2015년 여름 방탈출 카페가 등장했다. 해외에서는 2013년부터 방탈출 카페가 성행했는데 이를 국내로 들여왔다. 국내에선 임대료 환경과 국민 성향이 가장 근접한 ‘일본식 방탈출 카페’가 가장 성공했다. 그 선봉에 서 있는 사람이 방탈출 카페 ‘셜록홈즈’의 박찬원(29) 대표다. 셜록홈즈는 2015년 신림점을 1호점으로 시작해서, 현재 전국 40개까지 매장을 늘렸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멘사 회원이기도 한 박 대표가 방탈출 카페를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게임 디렉터 꿈꾸던 청년, ‘방탈출 카페’ 창업 도전


-처음부터 방탈출 카페를 창업하는 게 꿈이었나

“아니다. 원래 꿈은 게임 디렉터였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 게임이나 보드게임처럼 친구들끼리 규칙을 정해서 노는 걸 즐겼다. ‘셜록홈즈’를 공동 창업한 대학 동기가 있다. 이 친구는 학부 시절 충무로 영화판에서 2년여간 조연출을 했다. 둘 다 스토리텔링이나 콘텐츠 기획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일본 여행 중에 ‘사일런트 룸(Silent Room)’이라는 일본식 방탈출 카페를 보고 이쪽 분야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2015년 여름 우리나라에 방탈출 카페가 생겼다고 해서 찾아갔다. 매장을 하나 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창업 비용을 물어봤더니 2억 4000만원을 내라고 했다. 터무니없는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직접 기획하고 시공하면 창업 비용도 줄고 프랜차이즈 경영도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더라. 그렇게 6개월 준비해서 ‘셜록홈즈’ 신림점을 냈다. ‘셜록홈즈’ 창업 비용은 임대료 포함 1억 5000만원이다. 1억원가량을 낮춘 셈이다.”

출처: 셜록홈즈 제공
방탈출 카페의 주요 타깃층은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 동안 일탈을 꿈꾸는 젊은 세대.

-매출은 높았나


“초창기에는 손님들이 예약을 안 하면 게임을 못해보고 돌아가는 일이 많았다. 2달간 예약이 모두 꽉 찬 적도 있다. 인건비를 포함해서 한 달에 고정적으로 지출 금액이 800~900만원이다. 당시 월 매출은 3500만원이었다. 현재 직영점뿐만 아니라 가맹점까지 평균 3000만원(방 4개 규모의 방탈출 카페 기준)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방탈출 카페 가맹점 점주들은 다양한 경력을 가졌다. 대기업 출신부터 게임회사 직원, 고깃집 운영 등 천차만별이다. 신림점이 성공을 거두고 천안에서 가맹 의뢰를 해 온 점주는 ‘연봉 4억 신화’라는 별명을 가졌다. 삼성전자를 때려치우고 방탈출 카페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4억원의 순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좋다 보니까 한 명의 점주가 여러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비율이 높다. 전체 가맹점 중 30%가 그렇게 운영되는 다점포 매장이다.”


일탈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 ‘방탈출 카페’


-사람들이 왜 방탈출에 열광한다고 생각하나


“놀이문화가 너무 뻔하다. 10대부터 30대가 될 때까지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놀이공간이라고는 ‘노래방, 당구장, 보드게임방, 영화관’ 등이 전부다. ‘일탈’을 즐겨보고 싶어서 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 마련이 어렵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적은 가격에 짧은 시간 동안 새로운 자극을 꿈꾸는 젊은 세대가 방탈출을 즐긴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방에 갇혀서 탈출할 수 있을 때까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탈출 콘셉트나 추리 문제 등은 누가 기획하나


“기획팀이 따로 존재한다. 디자이너 2명과 기획자 2명이 있어서 어떤 문제를 도입할지, 필요한 센서 장비나 소품 등은 어디에 배치할지 등을 결정한다. 하루 아침에 방탈출 게임 기획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최소 방탈출 카페 40~50군데를 돌아다녀 보면서 벤치마킹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영화나 실화 내용을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소재를 수집하기도 한다. 방탈출은 단순히 문제를 풀고 방을 나오는 것만으로 기획을 하면 너무 진부할 수밖에 없다. 스토리텔링이 가미돼야 손님들이 더 몰입해서 문제를 풀고 제대로 된 일탈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뭐든지 금방 질려 하는 게 젊은 세대의 특징이다. 콘텐츠 업그레이드를 해주지 않으면 지속적인 사업 운영이 어려울 것 같은데


“맞는 말씀이다. 계속 새로운 걸 찾는 손님들 입장에서는 방이 바뀌지 않는데 또다시 방문해서 게임을 즐길 이유가 없다. 요즘 개인이 운영하는 방탈출 카페가 줄 폐업 하고 있다. 수익성이 좋아서 일단 시작은 했는데 1~2년 정도 지나고 콘텐츠 업그레이드·리모델링을 할 엄두가 안 나서 아예 사업을 접어버린다. 우리가 신림점을 처음 오픈했을 때 한 개 방을 기획하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개인 사장이 매장 교체를 위해서 한 달 간 운영을 쉰다는 건 쉽지 않다.” 

출처: jobsN
3세대 방탈출 카페를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 3세대 방탈출 카페는 특정 앱이 깔린 스마트폰을 제공해서 QR코드 등을 이용해 추리 단서를 수집하도록 했다.

-셜록홈즈는 그런 업계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나


“1세대 방탈출 카페가 단순히 추리 문제를 푸는 공간이었다면 2세대 방탈출 카페는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고 센서 장비 같은 특수 장치를 도입했다. 센서 장비는 해외에서 수입해 이용한다. 자체 제작을 하기에는 수지가 안 맞더라. 2세대 방탈출 카페도 이젠 포화상태다. 남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온-오프라인 통합 형태인 3세대 방탈출 카페를 시작했다.


3세대 방탈출은 손님들에게 특정 앱이 깔린 스마트폰을 제공한다. 소품이나 단서 등에 찍혀 있는 QR코드를 활용해서 스마트폰에 차곡차곡 단서들을 수집하는 형식이다. 단순히 힌트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손님들의 추리 능력에 따라 단서와 단서를 조합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서울대나 연세대 추리 동아리 회원들이 많이 찾아온다. 가끔 방탈출 카페 문제들이 ‘억지스럽다’는 평가를 받을 때가 많은데 우리는 그런 전문 동아리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개연성과 논리성이 탄탄하다고 자부한다.”


-마지막으로 ‘창업’을 꿈꾸는 젊은 세대에게 한 마디


“젊은 세대들이 성공할 수 있는 분야를 잘 선택했으면 좋겠다. 경험은 중요하다. 음식 장사 20~30년 하신 분과 음식으로 경쟁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아이디어 사업, 이색 사업을 선택했다. 방탈출 카페 업계에서도 금전의 힘으로 사업을 밀어붙이시는 분들이 분명 있다. 그러나 결국 살아남는 사람은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글 jobsN 박가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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