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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연봉' 강남 의사, 메스 내려놓고 새로 손에 쥔건..

조회수 2020. 9. 24. 01: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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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의사보다 '와인'..억대 연봉 대신 포도주 택한 청년 사업가
와인 매력에 빠져 의사에서 사업가로
"싸고 맛있는 와인 알리고 싶어요"
신뢰 쌓는게 우선, 광고 받을 생각 없어

“와인이 부자들만 마시는 술이 맞다면, 이런 사업은 시작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김정빈(32)씨는 와인 정보를 주고받는 애플리케이션 ‘테이스팅앨범’ 대표다. 테이스팅앨범에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각자 마신 와인 사진이나 맛 평가 등을 올릴 수 있다. 다른 사람을 팔로우 해서 글을 모아보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와인판’ 정도로 볼 수 있다.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지는 1년. 사용자 수는 7000여명에 불과하지만,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핫한 서비스로 통한다. 광고나 홍보성 자료가 아니라 회원들이 자신의 입맛에 따라 주관적인 평가를 올려놓기 때문에 믿을만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저렴하면서도 맛있고 무엇보다 자기에게 맞는 와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이 앱의 장점입니다.” 김 대표는 “와인이 고급스럽다는 이미지를 깨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술로 다시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출처: 테이스팅앨범 제공
김정빈 테이스팅앨범 대표(오른쪽)와 이탈리아 트렌티노 지역 산레오나르도 와이너리 오너와 함께 찍은 사진. 신세계 와인앤모어에서 진행한 시음회에 참석했다.

“와인은 생산지나 만드는 회사, 심지어 만든 해애 따라 맛과 향이 다 달라요.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수천가지 정보를 소믈리에 같은 전문가에게서만 들을 수 있다면 안타까운 일 아닙니까. 일반인들의 평가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테이스팅앨범에선 자기가 마신 와인의 향, 산도(신맛), 타닌(떫은맛), 알코올(도수), 보디(맛의 경중) 등에 대해 별점을 매기고 시음 노트를 남길 수 있다. 어떤 와인을 마셔볼까 고민하는 사람들은 이런 평가를 참고할 수 있다.


와인 매력에 빠져 의사에서 사업가로


테이스팅앨범은 사실 김 대표의 전직 때문에 더 유명세를 치렀다. 그는 강남 성형외과에서 일하던 의사 출신이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김 대표는 2010년 의사 면허를 땄다. 7년 가까이 의사로 활동하며 응급실, 정형외과, 피부과 등 여러 병원에서 근무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일했던 곳이 성형외과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메스를 내려놓고 와인잔을 든 사업가’라고도 불렸다. “월급 받는 페이닥터였어요.” 그는 성형외과·피부과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전문의는 아니라고 했다.


-의사를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주변 반대가 심했어요. 다들 ‘왜 그러냐, 후회할 짓 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부모님도 꼭 그래야겠느냐’며 말리셨죠.”


대개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 일하는 의사는 연봉이 억대를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된 직장,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사업이라는 모험에 뛰어드는데, 찬성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의사를 그만둔 이유가 있습니까

“병원일엔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와인에 더 매력을 느꼈죠. 고민 끝에 결국 병원을 그만뒀습니다.”


처음에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욕심도 있었다. 의사로 일하며 와인 매주 와인 스터디도 나갔다. 일주일에 두번씩 퇴근 후엔 와인 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6개월을 넘기면서 이런 생활을 계속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고민해보니 와인이더군요." 

출처: jobsN
김정빈 테이스팅앨범 대표.

"싸고 맛있는 와인도 많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대학 때부터 친구들과 술을 즐겨 마셨다고 했다. “주종은 소주, 맥주, 소맥이 전부였어요. 사회에 나와서는 한 달에 며칠 안 마셨는지 세는 게 빠를만큼 자주 먹었습니다.”


-와인의 매력에 빠진 계기가 있습니까

“영국에서 유학했던 친구와 우연히 와인을 마실 기회가 있었어요. 처음엔 ‘맛이 거기서 거기겠지’ 라고 생각하며 두 종류의 와인을 입에 댔는데 전혀 다르더군요. 그때부터 다른 와인을 한두 잔씩 매일 마셨습니다. 그런데 다 맛과 향이 다 달라요. 저한테 맞는 술도 있고, 아닌 술도 있었죠. 이런 매력을 사람들과 같이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비싸서 마시기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한 병에 수천만원 하는 와인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먹는 와인은 4~5만원짜리도 많습니다. 병째 다 마시면 몰라도 한 잔씩 열흘동안 먹는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덜하죠. 5000~6000원 하는 커피를 매일 마시는 직장인들도 많잖아요.”


2016년 와인앱 사업을 구상했다. ‘마셔본 와인을 평가하고 맛과 향을 공유하면 어떨까, 와인 입문자들도 가볍게 와인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병원을 그만둔 것은 2016년 6월, 정식으로 테이스팅 앨범 앱을 출시한 건 3개월 뒤였다. 현재 7000여명이 가입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광고도 별다른 유료 서비스도 없다. 롯데엑셀러레이터와 엔젤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투자금액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현재 매출은 제로(0)다.  

출처: 테이스팅앨범
테이스팅앨범에 올라있는 와인 평가글 일부.

신뢰 쌓는게 우선, 광고 받을 생각 없어


-앱에 와인 광고를 할 생각은 없습니까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먼저 사람들에게 ‘와인은 테이스팅앨범에서 봐라’라는 말이 나올만큼 신뢰를 쌓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벌기 힘들어보입니다

"신뢰를 얻으면 와인 수요가 늘테고, 저희는 저렴하게 와인을 구해주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온라인 택배로 와인을 배달하려던 사업은 시작도 못했어요."


그는 주류에 관한 엄격한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고 했다. 한국 주세법은 전통주를 제외한 술의 온라인 판매를 막고 있다. 탈세를 막고 청소년과 국민건강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예외도 있는데, 음식점에서 전화등을 통해 ‘직접 조리한 음식을 함께 배달하는 경우’다. 술을 ‘배달’하려는 게 주 목적인 사업은 안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치킨집에서 맥주를 함께 배달하는 것은 되면서, 술만 따로 배달하면 안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사업을 계속할 수 있습니까

“규제가 풀리기 바랄수만은 없습니다. 할수 있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죠. 와인 카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꾸미려고 합니다. 맥주를 마시며 책 읽는 카페처럼 테이블에 와인 한 잔만 올려놓고 책을 볼수 있어도 좋지 않을까요. 손님들이 와인을 평가해주면 그것도 데이터가 돼서 다른 사람들이 와인을 고르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목표가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저렴하고 맛있는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와인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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