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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ㅇ년' 법봉 들었던 그, 판사 그만두고 찾은 새직업

조회수 2020. 9. 24. 01: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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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法)봉 들었던 판사, 인기 추리소설가로 우뚝
판사로 일하며 취미로 글쓰던 도진기씨
2010년 마흔살에 단편 '선택'으로 등단
7년간 장편소설 9편 펴내, 다작 추리소설가

도진기(50) 변호사는 2010년 서울북부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중 추리 소설가로 데뷔했다. 1년에 한 편씩 써 총 9권의 책을 냈다.


2014년 '유다의 별'로 '한국추리문학대상'도 받았다. 출간한 책들은 총 6만 3000부가 팔렸다. 2016년 출간한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현재까지 약 10000부, 단편소설집 '악마의 증명'은 2017년 6월 출간 이후 5000부 넘게 팔렸다. 출판계에선 마니아층의 전유물 성격이 강한 추리소설은 5000부 이상만 팔려도 '대박'으로 본다. '가족의 탄생'은 KBS에서 라디오 드라마로도 제작했다. 작품 네 편은 중국어판으로 출간해 판매중이다. 중국이 한국 책 판권을 사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퇴직 후 변호사로 활동하는 지금도 매일 글을 쓴다. 

출처: 조선 DB
도진기 작가

-왜 추리소설가가 됐나.

"판사는 개인 생활에 제약이 많은 직업입니다. 업무량이 많고 지인들과 식사 자리도 조심스러워요. 원래 법학이 적성에 맞진 않았습니다. 대학시절 전공 외 분야에 더 관심이 많았죠. 제대후에야 진로를 정하고 1994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 선택했어요.


판사 생활 14년째, 반복적인 일상에 지쳐갈때였어요. 2009년 출근하는 전철 안에서 일본 추리소설들을 보다 '나도 한 번 써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대때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했어요.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이 흥미로웠거든요. 추리소설은 지적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오락물이에요. 다양한 장르 중 추리소설을 선택한 이유죠"


-판사 업무가 많을텐데 재직중 어떻게 글을 썼나

"퇴근 후 자투리 시간에 쓰고 주말엔 습작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추리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 교고쿠 나츠이코의 작품들을 읽고 장점을 흡수했죠.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규칙적인 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단편은 하루에 5시간씩 써서 3일안에 완성합니다. 장편은 1~3개월간 써요. 쓰기 시작하면 몰입해서 단번에 끝내요. 아이디어 구상과 퇴고에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입니다. 독자들은 개연성과 디테일한 스토리 구성을 중요시하거든요."


도작가의 소설들은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갈만큼 가독성이 좋다. 추리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평을 듣는다. 주인공은 두명이다. '어둠의 변호사 고진', '백수 탐정 진구'다. (고진은 도작가가 동경했던 법조계 밖을 이리처럼 떠도는 인물.) 진구는 20대 고시생이었던 도작가의 과거 모습을 담고 있다.


-소설을 출간하면서 힘든 점이나 보람이 있다면.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는 10개 출판사가 거절했어요. 소설 형식으로 쓴 법학개론서인데 '교양서라 판매가 어려울 것 같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나혁진 작가의 소개로 어렵게 출판사와 계약했습니다. 2013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 선정됬고, 1년에 평균 2000부씩 팔리는 책입니다. 6쇄를 찍고 현재까지 총 8300부가 팔렸어요. 경직된 관료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창작으로 해소할 수 있었어요. 다만 책을 쓰면서 가끔 앞이 안보일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도 작가의 작품들

소설 아닌 글도 쓴다. 2017년 7월부터 경향신문에 '도진기 변호사의 판결의 재구성'이란 주제로 2주에 한 번씩 칼럼을 연재중이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관련 판결문을 찾아 읽고 분석한다. 일요일마다 CBS라디오 '주말엔 김덕기와'에서 '도진기 변호사의 죄와 벌'이라는 코너를 맡아 사건을 소개한다. 법조인의 시선으로 범죄 사건을 재해석해 전달하는 일이 즐겁다.


-법조인과 작가라는 두 가지 일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나.

"글 쓸 때 필요한 정보를 취재만으로 얻기엔 부족한데, 20년간 법조인으로 산 경험이 도움이 돼요. 최근 출간한 단편집 '악마의 증명'도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실제 재판정에서 다뤘던 일들은 쓰지 않아요. 등장인물 이름도 지인과 비슷한 경우 다시 씁니다. 국민참여 재판에서 배심원들을 상대로 변론한 적이 있어요. 작가경험이 일반 시민들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출처: 본인 제공
변호사 업무로 글쓰는 시간이 불규칙해졌지만 틈틈이 스토리를 구상한다

-앞으로 쓰고 싶은 작품은.

"추리소설 독자들은 세련된 문장보다 재미를 추구합니다. 복잡한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게 중요해요. 변호사로서 강점을 살린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소설을 쓰는 일은 판타지에요. 본격추리물을 써왔지만 추리·오컬트·호러가 결합된 괴기환상물도 매력적입니다."


글 jobsN 박성윤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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