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식구 책임졌던 소년 가장, 1년 3천만원 기부왕 되다

조회수 2020. 9. 24. 01: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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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3천만원 기부하는 '자수성가 기부왕'이 말하는 행복
자수성가 기부왕 엄정태氏
주경야독하며 검정고시, 기능사 자격증
나눔을 베푸는 것이 행복한 삶

경기도 부천에서 20년 넘게 공업사를 운영하는 엄정태(57)씨는 '자수성가의 표본'같은 인물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중학교까지만 다니고 돈을 벌어야했던 소년은 40년 뒤 연매출 30억원, 직원수 18명의 중소기업 사장님이 됐다. 엄씨는 겉으로 보이는 성공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20년 전부터 기부를 시작했고, 지역사회에서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014년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 기부자(1억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7 보건복지부 행복나눔인상'까지 받았다. 잡스엔(jobsN)이 엄씨를 만나 그의 인생 역정과 성공 비결, 나누는 삶에 대해 들었다.


-유년 시절은 어땠나

"서울 영등포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가 7살때 돌아가신 후 중학교 졸업하자마자 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어머니를 비롯해 6명의 식구를 돌봐야 했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기술 하나를 제대로 배워서 승부를 보자' 생각했죠. 당시 고졸자만 공작기계의 일종인 선반(旋盤) 기능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어요. 두 세시간 자면서 일과 공부를 병행했어요. 1년 반 만에 독학으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붙었고, 1981년 자격증을 땄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용접 일을 시작했습니다. 800만원을 모아서 1985년 서울 영등포에 '삼일공업사'를 차렸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동 복지협의체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엄정태씨

-성공비결은

"1995년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공장을 매입했죠. 거래 업체들과 일한 지 20~30년이 됩니다. 회사에서는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부품 회로 등을 납땜하는 일을 합니다. 저는 젊은시절 남들처럼 여유를 즐길 시간이 없었어요. 친구들도 저를 보려면 공장으로 와야했죠. 주말 없이 일했습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제 노하우를 공유하고 신뢰를 쌓았죠. 청소를 하든 허드렛일을 하든 힘들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제 일에 자부심을 가졌어요. 애정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직업을 가져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나눔 활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

"1997년 TV로 유니세프를 접했어요.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각별한 마음이 있어요. 저처럼 힘든 시절을 겪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죠. 쉴새없이 달려와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지만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손에 꼭 쥐고 있는게 행복은 아니더군요. 회사가 자리를 잡으면서 여유가 생기던 때였어요. 1996년 오정기업인회에서도 활동을 시작했고요. 2007년부터 쌀을 한달에 100만원씩 공동모금회에 기부했어요. 2014년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후 오정동으로 지정기탁을 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유니세프 후원으로 기부를 시작했다

-어떻게 나눔활동을 하나

"제가 소속된 단체는 오정동복지협의체, 주민자치위원회, 희망21오정사랑회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봉사나 기부를 하지만 주로 단체 소속으로 활동합니다. 기부 금액을 모두 합치면 한 달 250만~300만원쯤 됩니다. 연간 3000만원쯤이네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 기부를 약정했고, 거기에서 조금씩 기부 활동에 쓰입니다."


-기부한 돈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이나

"기부한 돈은 동복지협의체 계좌로 들어옵니다. 1억원을 기부할 때 오정동으로 지정해 기부하고 싶다고 의사를 전달했어요. 오정동 저소득층 가정과 청소년들에게 쓰이는 돈이죠. 2011년부터 저소득 가정 청소년 10명에게 한 달 10만원씩 주고 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과 학습지를 제공합니다. 대학에 진학해 감사 편지를 보낸 친구들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희망21오정사랑회 사람들과는 한 달에 한 번 독거노인 목욕을 시켜드립니다. 어르신들 반찬 배달봉사도 하고요. 현재 저는 주민자치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입니다."


-지역구 사랑이 남다른 것 같다

"삼일공업사를 운영하며 버는 돈의 일부는 지역 주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정동 CEO 연합회장인 제가 앞장서서 2014년부터 오정동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지역 사회 발전 기부금을 걷고 있습니다. 한 달 약 450만원이 모입니다. 이 돈으로 빨간펜과 협약을 맺고 다문화 가정자녀 28명을 교육시키고 있어요. 연간 40번 정도 어르신 생신잔치를 여는데 눈물 흘릴 정도로 좋아하세요." 

출처: 본인 제공
독거노인 복지를 위해 엄정태씨는 반찬배달봉사를 한다

-봉사활동 중 인상적인 경험이 있나

"노숙생활을 하는 오정동 주민을 만난 적이 있어요. 허름한 창고를 전전하며 본인이 동상에 걸린 것도 몰랐죠. 월세방 구해 1년치 선납하고 생활비를 지원했습니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지만 무기력했던 모습에서 360도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동네에서 잔뜩 움츠린 채로 숨어 다녔던 분이 이웃과 어울리며 소통하고 계세요."


2017년 7월 엄씨는 행복나눔인상을 받았다. 행복나눔인상은 나눔을 실천해 온 개인 및 기업, 단체에게 주는 보건복지부 장관상이다. 소감을 묻자 그는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 오히려 주는 사람이 행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보건복지부 제공
행복나눔인상을 수상한 엄정태씨

-우리 나라 기부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장님들 만나면서 든 생각은 기부 자체를 아까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5만원, 10만원 정도의 소액기부는 별 도움이 안 될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일반인들도 ‘기부를 한다면 많은 액수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소액이라도 꾸준히 기부한다면 세상이 좋아집니다. 우리나라는 기부금 사용에 대한 투명성도 부족한 편이에요. 공동모금회는 기부금 영수증 처리를 해서 홈페이지에 공시를 하지만 민간단체들은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정부가 기부단체들이 사용내역을 공개하도록 제도를 손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일회성 기부가 아닌 꾸준한 기부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기부·봉사하면서 아쉬운 점은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과 같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이 많아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비수급자들을 파악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으로 한계가 있어요. 동사무소를 통해 일일이 확인하는데 정부에서 인력을 지원해 줬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계획

"오정동에 폐교 직전 분교가 있어요. 부천시와 협의해 이곳을 ‘직업 훈련원’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기술 배울 곳이 많아지면 실업자, 노숙자가 줄어들지 않을까요. 나눔 활동은 제게 일상이 됐어요. 제가 운영하는 회사가 계속 있는 한 앞으로도 꾸준히 기부할 생각입니다. 주변이 행복해야 나 자신도 행복해요. 나눔은 거창한 게 아녜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글 jobsN 박성윤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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