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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팔아 월매출 16억..로또 판매액 전국 1위 가게의 비밀은?

조회수 2020. 9. 24. 00: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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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명당'은 없고 마케팅 비결은 있습니다
1등 36명…2등 128명 당첨
로또 판매 수수료, 매출액의 5.5%
‘꿈’을 주는 로또…자긍심 느껴

‘45개 숫자 중 6개만 맞히면 인생역전’. 2002년 사업이 시작된 이후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은 끊임 없이 로또를 산다. 노원구 상계동에는 ‘로또 명당'이라고 불리는 판매점이 있다. 바로 ‘스파’다. 스파는 전국에서 로또 판매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 주 기준으로 스파의 로또 판매액은 4억원이다. 설날, 추석이 낀 주간에는 6억원어치의 로또가 팔린다고 한다. 로또 판매 수수료는 5.5%. 한 달에 16억원어치 로또를 판다고 했을 때 떨어지는 수수료는 8800만원에 달한다. “로또 판매권이 ‘로또’다”란 말이 나올 정도다.

출처: jobsN
상계동 스파 김현길 사장.

지난달 23일(제773회) 나눔로또 1등도 스파에서 당첨됐다. 6개월 만에 1등 당첨자가 나온 거다. 스파를 운영하고 있는 김현길(62) 사장은 “1등 당첨자가 나오면 내가 어깨에 힘이 탁 들어간다”며 웃어 보였다. 김 사장은 ‘로또 명당’은 없다고 말한다. 대신 로또 명당이 되기 위한 ‘마케팅 비결’은 있다고 말했다.


미대 출신 삼성맨 ‘편의점’ 사장님으로 변신


김 사장은 홍익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과 ‘과 동기’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 후 삼성물산 홍보팀에서 홍보물 제작 중간 관리자직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미대 출신은 진급에 한계가 있단 걸 실감하고 개인 사업을 결심했다.


처음부터 편의점을 열 생각이 있던 건 아니다. 친구와 함께 건축 관련 사업을 추진하던 중 정부 허가가 막혀 공백기가 생겼다. 1990년 당시 편의점 붐이 시작됐다. ‘1년간 노느니 편의점 운영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게 27년 동안 한자리를 지킨 로또 명당 ‘스파’가 된 거다.


-‘스파’란 이름이 특별해서 로또 명당 되는 데 한몫했단 말도 있던데


“LG25(현 GS25) 편의점을 5년간 운영하고 계약 기간이 만료돼 당시 미도파백화점 계열의 스파메트로 편의점으로 갈아탔다. 그런데 1년 6개월 만에 미도파백화점이 부도가 나더라. 결국 개인 편의점으로 바꿨다. 같은 자리, 같은 주인인데 간판을 세 번이나 바꿔 달려고 하니까 좀 민망했다. 그래서 스파 편의점 간판을 내리지 않았고, 그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진 거다. 가끔 복권 명당이 된 이유를 ‘이름의 특별함’에서 찾는 분들이 있던데 ‘아무 관련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2002년 로또 판매 사업이 시작되기 1년 전 ‘스포츠토토’ 판매가 시작됐다. 유동인구가 많은 사거리나 대형 슈퍼 등 목 좋은 자리는 이미 스포츠토토가 선점한 상태였다. 스파 편의점은 상계동 주공10단지 사거리에 위치해 있다. 당연히 김 사장에게도 스포츠토토 판매 권유가 들어왔다. 하지만 김 사장의 관심은 오로지 ‘로또’에 있었다. 스포츠토토 판매처는 로또 판매권을 얻을 수 없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은 맞았고, 스포츠토토를 거부하고 로또 판매를 강력히 원했던 김 사장에겐 복이 넝쿨째 들어온 셈이었다.


-남들이 ‘스포츠토토’에 열광할 때 왜 ‘로또’ 판매에 더 집중했나


“스포츠토토는 경기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가 있어야 돈을 딸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 건 오피스가 밀집된 지역이나 도심에서 더 잘 팔릴 거라고 봤다. 하지만 로또는 일반인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게임 방법이 매우 쉽다. 숫자 6개만 맞히면 되지 않나. 주거 밀집 지역인 상계동에서는 스포츠토토보다 로또가 ‘되는 사업’이라고 봤다.


뉴스를 보니까 지난 2015년에 로또 판매권 경쟁률이 120대 1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초창기 경쟁률은 2.5대 1밖에 안됐다. 당시에는 로또 사업을 국민은행이 주관하고 있었다. 로또 판매가 너무 하고 싶어서 ‘우리 편의점이 왜 로또 판매처가 돼야 하는가’에 대해 제안서까지 작성해서 이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국민은행 로또 영업 책임자에게 보냈다. 그만큼 이 사업이 잘 될 거라고 확신했다.”

출처: jobsN
당첨 당일인 토요일, 스파에서 로또를 사려면 30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로또 판매를 하면서 별의별 손님을 다 만나 봤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자 운이 참 없었던 손님이 있다. 로또 판매를 시작한 초창기에 매일 스파를 찾던 60대 노부부가 있었다. 2등에 당첨이 됐다던 노부부는 절대 ‘자동’으로 로또를 사는 법이 없었다. 부부가 가게를 찾은 지 6개월 만에 드디어 ‘수동’으로 52억원에 달하는 1등 당첨자가 나왔다. 우리 판매점 첫 1등 당첨이었다. 그 부부가 당첨 주인공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부부 중 아내가 다음 주에 또다시 편의점을 찾아왔다. ‘사모님 왜 또 오셨어요? 지난주에 우리 가게에서 1등 나왔잖아요’라는 말을 건네기 무섭게 여성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그리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점집이었다. 휴대전화 밖으로 ‘그 집에선 이제 안 나와’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노부부는 그날 이후로 발길을 뚝 끊었다. 그 부부가 의지했던 무속인의 예측과 달리, 두 달 만에 다시 1등 당첨자가 나왔다.”


‘명당자리’ 따로 없다고 생각해…대신 마케팅 전략이 있었다


‘로또 명당’이 되면서 풍수지리 전문가들이 ‘스파’를 드나들기 시작했다. 상계동 주공10단지 사거리는 개발 전 저수지 자리였다. 한결같이 그곳이 저수지 자리여서 터가 좋다고 하더라. 지상파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스파를 전국 3대 명당으로 꼽았다. 그러나 정작 김 사장은 ‘명당자리’라는 걸 믿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스파를 명당으로 만들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판매액 볼륨이 커져야 1등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믿으며 판매점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출처: jobsN
김현길 사장은 스파를 로또 명당으로 만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판매점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도록 한 것도 마케팅 전략 중 하나인가


“그렇다. 초기에는 로또를 은행에서도 살 수 있었다. 사람들의 심리가 재미있게도 은행에서 산 로또는 ‘진품’이고 개인 판매점에서 산 로또는 ‘짝퉁’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이더라. 판매점의 공신력을 높여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 방편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국내에서 개인 로또 판매점이 간판을 내건 게 스파가 처음이다. 일부러 통유리로 개조해서 바깥에서 판매점 안쪽이 훤히 들여다 보일 수 있도록 했다. 로또가 사행성 게임이 아니라 당당하고 떳떳하게 참여해도 되는 문화라는 걸 어필하고 싶었다. 판매하는 직원들도 모두 깔끔하게 옷을 입도록 했다. 그 덕분인지 우리 가게는 1등 당첨자가 나오기 전에 로또 판매액 기준으로 전국 30위 안에 들었다.”


-로또 ‘홍보 책자’에 스파가 단골로 등장했다는 건 무슨 소린가


“예전에는 로또 본사에서 발간하는 20페이지 남짓한 홍보 소책자가 있었다. 게임 방법 설명 내용도 게재하고, 1등 당첨자가 나온 판매처 소개도 담고 있었다. 당시 한 회차에 1등 당첨자를 배출한 판매처는 7군데 정도였다. 그중 3곳만 그 홍보 책자에 소개가 됐다. 1등 당첨이 여러 번 되는 판매처가 당연히 존재하지 않겠나. 보통 한 번 소개 글이 실리면 다음에 또 1등을 배출해도 그 책자에 안 실리는 게 다반사였다.


당시 책자 인쇄소가 방배동에 있었는데 틈만 나면 그곳을 직접 찾아갔다. 인쇄소가 홍보 책자에 실을 판매처를 직접 선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또 판매처 사장 중에 인쇄소를 나만큼 많이 찾아간 사람은 없을 거다. 그 정성이 갸륵해 보였던지 우리 가게는 1등이 나오는 족족 홍보 책자에 소개 글이 실렸다. 이만큼 효과적인 전국 단위 홍보는 없었다.”


-로또를 담아주는 봉투도 개별 제작 주문을 했다던데


“로또를 담아 가는 작은 봉투가 있는데 인쇄소에서 기본 형태와 디자인을 정해 놓고 각 판매처에 납품하는 구조였다. 겉 표지에는 복주머니나 돼지 그림이 그려져 있기 일쑤다. 뒷면에는 각 판매처가 스탬프로 자기 가게 위치나 연락처 등을 찍어 넣는 공간이 있었다. 로또 1000원을 판매하면 수수료가 50원 조금 넘는다. 그 당시 봉투 제작비가 30원이었다. 그래서 각 판매점들이 봉투 개별 제작 주문을 꺼렸다.


하지만 나는 봉투가 매우 중요한 홍보물이 될 거라고 믿었다. ‘로또가 당첨될지 모른다’는 기대로 일주일이 가슴 벅찬 사람들은 함부로 그 봉투를 버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로또 봉투 앞면에 1등 당첨 회차와 당첨 금액을 적어 넣었고, 뒷면에는 우리 가게 위치가 자세히 적혀 있는 지도와 연락처를 담았다. 지금까지도 봉투를 자체 제작하고 있는데 이제는 ‘로또 명당’으로 유명해지기도 했고 1등 당첨자가 너무 많아서 간략하게 당첨자 수만 적도록 하고 있다.”

출처: jobsN
상계동 스파는 지금까지 36명의 1등 당첨자를 배출했다.

‘꿈을 나눠주는 직업’이란 생각에 행복해


‘로또 명당’으로 자리 잡고 나니 수많은 손님들이 김 사장에게 악수를 건네왔다. 좋은 기운을 받아서 1등에 당첨되겠다는 생각이다. 괜히 민망할 때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처음부터 로또 판매가 ‘될 만한 사업’이란 생각은 했지만, 어떤 자긍심을 갖게 하는 직업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다 인식이 바뀐 순간이 있었다. 로또에 당첨돼 인생역전을 이룬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이 ‘꿈’과 ‘희망’을 나눠주고 있다는 느낌을 처음 받은 거다.


-‘스파 사장님’이라고 하면 사람들 반응이 어떤가


“사실 누가 직업을 물어보면 그냥 ‘논다’고 말할 때도 많다. 상대방이 계속 직업을 캐물으면 그땐 포털에 ‘로또 김현길’을 쳐보라고 한다. 신기하게 내가 ‘스파 사장’이란 걸 알고 나면 사람들은 같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어울리고 싶어 한다. 고마운 일이다.


한 번은 아내와 함께 해외 패키지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분을 만났다. 내가 스파 사장이란 걸 알고 나서 내게 ‘돈 공장 사장님’이란 별칭도 지어주더라.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을 나눠주는 일을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됐는데, 이젠 자긍심을 느끼며 살아간다.”


-루머나 왜곡된 정보가 퍼져서 곤욕스러울 땐 없었나


“한 번은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오신 적이 있다. 로또 4장을 사서 가족들과 한 장씩 나눠 가졌다. 우리 가게에서 1등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우리 가게에서 그 주에 1등 당첨자가 나왔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로또 당첨 다음날에 통영에서 조카 결혼식이 있었다. 지금은 일요일에 가게 문을 닫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쉬는 날이 없었다. 우리 가게에서 1등이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내가 바로 다음날 문을 닫으니까 동네에 ‘스파 사장이 1등에 당첨돼 셔터 문 내리고 튀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여느 때처럼 월요일에 다시 가게 문을 여니까 이번엔 ‘가게 처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서 다시 문을 열긴 했는데 저거 다 가짜 영업이다’란 소문이 돌았다.


택시를 타서도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주공10단지 사거리 가주세요’ 하면 기사분이 ‘로또 사러 가세요’ 한다. 그러면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거기 사장이 매달 10억을 번다느니 1등이 당첨돼서 강남으로 이사를 갔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다. 나는 도봉구에 살고 있다. 매달 10억을 벌고 있지도 않다. 각종 루머가 쏟아지고 초반에는 신변 위협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마지막으로 로또 당첨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복권은 많이 산다고 되는 게 아니다. 로또 당첨에 너무 몰입하지 마시란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그래서 될 거였으면 저부터 했을 거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로또를 많이 사 간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가게를 찾는 부모들도 많다. 이제 ‘로또’가 모두에게 건전한 즐거움으로 자리 잡은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로또가 사람들에게 더 많은 희망과 재미를 선사하는 문화가 됐으면 한다.”


글 jobsN 박가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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