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엔 너로 정했다! 1만5000원 무제한 명절대피소
추석 연휴 맞아 각종 업체 명절대피소 운영
20대 76.3% 명절 때 잔소리 스트레스
가장 듣고 싶은 덕담은
"용돈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명절에 취직했느냐 묻는 사람은 많지만, 아직 못했다 답한들 직장을 구해 주는 경우는 드물다. 보태주는 것도 없이 왜 속만 뒤집냐고 화내봤자, 백수 편 들어 주는 사람도 달리 없다. 이래저래 스트레스 받을 일 뿐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지만, 피할 여지가 있다면 어지간해선 피하는 게 낫다. 설이나 추석 연휴 기간 때마다 학원가에서 ‘명절대피소’를 열어주는 이유다.
도망쳐
㈜파고다아카데미는 다음 달 3일부터 6일까지 파고다어학원 강남, 종로, 신촌, 인천 및 부산 서면, 대연, 부산대 점에서 명절대피소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학원 공간 일부를 개방해, 공부 공간을 마련해 준다. 대피소 비상식량 명목으로 간식과 음료도 공짜로 준다. 파고다어학원 관계자는 “이 기간엔 수강생이 아니라도 대피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해커스교육그룹도 명절 기간 대피소를 연다. 해커스어학원은 추석 당일인 10월 4일을 제외한 모든 휴일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학원을 개방한다. 해커스공무원은 추석 당일을 포함해 연휴 내내 명절대피소를 운영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단, 추석 당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학원만 명절대피소를 운영하는 건 아니다. 공간 서비스 그룹 토즈는 다음 달 1일부터 9일까지 토즈 모임센터를 명절대피소로 운영한다. 개방 시간은 지점마다 다르지만, 하루 1만5000원에 음료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건 같다. 서울 마포구 책방 ‘퇴근길 책한잔’도 추석 당일을 제외한 쉬는 날 명절대피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책방측은 “아직 세부일정을 정하진 않았지만, 독서나 대화 모임을 열 계획”이라고 했다.
명절대피소를 운영하는 주점도 있다. 크래프트 비어 스타트업 더부스는 다음달 6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짤막한 명절대피소 이벤트를 진행한다. 입장료 5000원에 맥주 한 잔을 제공하며, 두 시간 동안 사회자 진행에 따라 자기소개를 하고 게임을 즐기는 행사다. 이미 예약이 꽉 찼다 한다.
네, 싫습니다
집 떠나 대피소로 달아날 궁리를 할 만큼 어른들 덕담 한마디가 그렇게 싫으냐 싶겠는데, 그렇게 싫다 한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20대 1190명에게 ‘알바생과 추석 스트레스’를 주제로 설문 조사를 했다. 넷 중 셋(76.3%)은 명절날 가족과 친척들의 잔소리로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가장 듣기 싫은 잔소리로 꼽힌 건 “꼰대라고 생각 말고 어른들 말 잘 들어(22%)”였다.
“만나는 사람은 있어?(20.7%)”, “외모관리도 좀 해야 하지 않겠니?(20.3%)”, “눈이 너무 높아서 취업 못하는 거 아니야? (15.9%)”, “대기업 들어간 친척한테 멘토링 좀 받아봐(12.7%)”, “너무 재미없게 사는 거 아니야?(8.4%)”가 그 뒤를 이었다. 덕담으로 하는 소리라지만, 진정 덕담이라면 입장을 뒤집어 내가 들어도 기분이 상하지 않아야 한다. 달리 말해, 역지사지라는 거다. 내가 상대에게 저런 말을 듣고도 전방으로 숟가락 날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고민해 보자.
언젠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
젊은이들이 듣고 싶어하는, 정확히는 들어도 괜찮은 말은 따로 있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 20대들이 선택한 명절 때 듣고 싶은 덕담 한마디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건 “용돈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29.5%)”였다. 진심이라면 말이 아니라 액수로 보여달라는 거다. 사실 용돈 쥐여 줄 여유도 없는 분이 인생을 논해봐야, 와 닿을 턱도 없긴 하다.
그 외에도 “늦지 않았어 천천히 해 나가면 돼(17.7%)”, “하고 싶은 일 있으면 주저 말고 해(14.2%)”, “다 잘 될 거야(13%)”, “명절인데 아무 생각 말고 푹 쉬어(10.8%)”, “언제나 너를 믿어(7.8%)”, “너는 충분히 빛나는 사람이야(6.9%)”등이 순위권이다. 말 꺼내는 입장에서야 좀 낯간지러울 수 있다. 그래도 이런 덕담이 취업준비생에겐 진정 힘이 된다 하니, 아끼지 말자.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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