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팅모델 출신 여고생 사장님, 요즘 고민은

조회수 2020. 9. 24. 00: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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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장벽 낮지만 생산부터 판매까지 난관 많아
10~20대 필수 앱 '스타일쉐어' 입점 브랜드
디자인-제작-화보 등 의외로 힘든 과정
브랜딩과 매출 사이에서 고민해야

'인터넷 쇼핑몰은 하루 100개가 생기는 동시에 100개가 없어진다.' 쇼핑몰 업계에서 떠도는 말이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고, 기술 개발로 웹페이지 제작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의류는 진입장벽이 낮은 품목이다.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베이코리아'에 등록된 의류 판매자는 10만명 정도다.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아이템이라 관심 갖는 사람이 많다. 물건을 뗄 수 있는 동대문 등 도매 시장이 잘 갖춰져 있다. 국내외 크고 작은 생산 공장이 있어 양산도 어렵지 않은 편이다. 그만큼 경쟁도 심하다. 생긴 지 1년 만에 월매출 수억원을 낼 수 있지만 망하기도 쉽다.


국내 15~25세 여성(약 304만명)의 65%(약 200만명)가 가입한 패션뷰티 정보공유 플랫폼 '스타일 쉐어'에 입점한 의류 브랜드 창업자 3명을 만났다. 세 사람 모두 "개인 시간도 없고 하루 온종일 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창업을 무조건 권하지 않는다"면서도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알려준다는 기쁨과 내가 만든 브랜드에 대한 책임감이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잘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며 "1년간 수입이 없다고 생각하고 버텨야 한다"하고 말했다. 

출처: jobsN
스타일쉐어에 입점함 의류브랜드 창업자 3명. 허인행 숄더체크 대표, 이혜원 체리콘 대표, 이일우 엘리오티 대표

① 고교생 1인 기업 창업자


의류 브랜드 체리콘의 이혜원(18) 대표. 2016년 창업해 월 평균 800만원 매출을 낸다. 대표 상품은 에코백. 지난 8월 자체 쇼핑몰을 열었다.


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했다. 도매 시장에서 악세사리를 떼와 판 적도 있다. "몇 번 입고 나면 중고 시장에 팔았거든요. 자연스럽게 쇼핑몰 여는 게 꿈이 됐어요. 당장 창업을 안하더라도 무작정 사업자등록부터 해놨어요."


이후 쇼핑몰에서 피팅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MD가 됐다. 물건 떼오는 것부터 촬영 방법 등을 배웠다. 옷 입은 모습을 자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모델이 아닌 가까운 친구가 입은 것 같아 선택하기 훨씬 좋다'는 평가를 받았고, 팔로워도 1만~2만명으로 늘었다. 

체리콘 이혜원 대표가 사무실에 만든 스튜디오에서 직접 찍은 사진. 오른쪽은 체리콘이라는 브랜드를 알린 에코백 디자인

고 2때 에코백을 디자인했다. 당시 유행하던 '메신저백'을 세로로 길게 디자인했다. 돈은 아르바이트로 모은 200만원이 전부였다. 우선 100장만 만들기로 했다. 쇼핑몰에 관한 정보가 모인 카페에서 공장 목록을 뽑았다. "기본 수량이 1000장은 돼야 하는데 너무 적어서 계속 거절 당했어요. 열군데 넘게 전화를 돌리다보니 '한 번 와보라'는 공장이 생겼죠."


SNS로 판매한 가방은 몇 시간만에 완판됐다. 제작 과정을 카드뉴스로 만들어 올린 게 주효했다. 이후 에코백에서 후드 티셔츠, 반팔 셔츠 등으로 품목을 확대했다. 포장은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했다. 몇 달 전, 집 근처에 25평짜리 사무실을 얻었다. "집에 물건을 쌓아두니까 발 디딜 틈이 없었어요. 또 벽 한 쪽을 스튜디오로 꾸며 제품이 돋보이도록 사진을 찍기 위해서예요."


가장 큰 어려움은 안정적으로 생산할 공장을 찾는 일이다. 주문이 많을 때 생산을 제대로 못하면 고객 불만이 높아진다. 반대로 안 팔리면 재고 부담이 크다. 의류 특성상 마진은 높지만 배송비 등을 빼고 나면 순이익은 얼마 안된다. 이 대표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과 대학 진학 그리고 매출에서 얼마나 재투자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게 요즘 고민"이라고 말했다. 

허인행 숄더체크 대표

② 학교 지원 받아 100만원으로 창업


디자인 전공 친구와 함께 창업한 허인행(21) 숄더체크 대표는 한양대 2학년이다. 입학하자마자 창업했다. 학교에서 창업 지원금 100만원을 받았다. 향초, 비누 등 뷰티 브랜드로 시작해 의류로 넘어왔다. 매달 1억원 이상 매출을 낸다.


"누구나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공장에서 납기 날짜를 안 지키는 것도 가서 매달리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어요. 그런데 판매는 전략이 없으면 안돼요. 의류 브랜드 창업 전에 '어떻게 팔것인가'를 꼭 생각해봐야 해요."


디자인은 동업자가 맡고, 허 대표는 처음부터 마케팅에 주력했다. 웹페이지와 앱을 함께 개발했다. 하지만 앱은 금방 접었다. "앱 개발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들었습니다. 외주를 맡기면 제 뜻이 잘 전달 안됐고, 개발자를 고용하려니 돈이 많이 들었어요. 반면 웹은 호스팅 업체를 이용하면 빨리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어요."


이번엔 만들고 싶은 디자인과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 사이에서 고민했다. 이들이 찾은 방법은 다양한 브랜드를 내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쎄쎄쎄'는 10대 청소년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구성했다. 지금까지 콘셉트가 다른 4개 브랜드를 냈다.


타깃 고객인 10대 후반~20대 초반의 감성을 이해하기 위해 밤낮으로 SNS를 했다. "교복에 맞춰 입을 수 있는 후드티나 반팔티가 많이 팔려요. 예를 들어 티셔츠라면 엉덩이를 가리는 길이가 잘 팔려요. 브랜드 로고가 잘 보이는 곳에 크게 그려진 게 유행이고요."


허 대표는 "창업 초반 주위에서는 취업 준비를 권했고, 부모님은 어린 나이에 억단위의 큰 돈을 만지는 걸 걱정하셨다"면서 "100세 시대에 나만의 일을 찾아야 한다면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일우 엘리오티 대표

③ 사회생활로 얻은 네트워크 활용


이일우(28) 엘리오티 대표는 2016년 창업 전 셰프와 사진 작가로 일했다. 잡지사에 소속돼 화보를 찍으며 의류업계에 눈떴다. 브랜드를 만들고 홍보하는 과정도 경험했다.

동대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후배와 의기투합했다. 후배가 디자인과 생산 전반을 맡았고, 이 대표는 사진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창업할 때 1억여원을 대출받았다. 사회생활을 오래해 신용이 쌓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담도 컸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베레모'를 제작했다. 대중적이진 않지만 패션에 관심 많은 계층이 좋아할만한 아이템이었다. 화보 작업을 하면서 알게 된 지인과 연예인 등 유명인에게 선물했다.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다. 베레모를 보고 '엘리오티'라는 브랜드를 알게 된 소비자들이 홈페이지를 찾았다.


이 대표가 가장 신경 쓴 부문은 '사진'이었다. 직업이기도 했지만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해외에서 유명 모델을 섭외해 촬영했다. 다른 브랜드보다 화보 비용이 5배 이상 들었다. "괜한 짓을 한다"라는 사람도 있었다.


"매출의 50% 이상이 중국이나 일본에서 나옵니다. 고급스러운 사진을 보고 연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제품을 직접 볼 수 없으니까요. 사진이 마음에 들면 샘플을 받아보고 계약을 결정하는 거죠."


이 대표는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려면 자체 쇼핑몰이 아닌 타 쇼핑몰에서 판매한 대금이 1~2개월 후에 입금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생산을 하기 위해 돈이 계속 들어가요. 생각보다 목돈입니다. 1벌 만드는데 1만원 드는 제품을 1000장 찍으려면 1000만원이 들어가죠. 단기간이라도 현금이 갑자기 안 도는 상황에 잘 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에서 창업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단기적으로 매출을 높일 것인지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목표에 따라 400만원을 들여 사진 촬영하는 대신 제품을 400만원치 더 생산하는 게 필요할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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