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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장사 제일 잘되는 슈퍼의 킬러아이템

경리단길 명소 ‘우리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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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 명소 ‘우리슈퍼’
구멍가게같지만 ‘길맥’의 성지
여름 주말엔 하루 500명 넘게 찾아

서울에서 가장 ‘핫’한 동네로 꼽히는 경리단길. 트렌디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몇 집 건너 하나씩 맛집이 있다. 평일 밤과 주말에는 인파(人波)로 발디딜 틈이 없다.


젊음의 열기가 가득하다. 좁고 경사지고,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져 불편한 동네. 지하철 역에서도 10분 이상 걸어야 할만큼 접근성도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리단길은 어느새 서울을 대표하는 ‘자유와 해방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슈퍼’는 경리단길 메인 거리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골목길 구석에 있다. 평일 낮에 이 슈퍼 앞을 지나는 사람 중에는 간혹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있다. ‘이렇게 후줄근한 느낌의 슈퍼가 어떻게 이 핫한 거리에서 안 망하고 장사를 하고 있지?’

경리단길 우리슈퍼

출처jobsN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힙스터’(hipster·유행을 따르지 않고 개성적 문화를 좇는 사람들)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우리슈퍼는 ‘길맥’(길거리 맥주)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국내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들었거나 외국에서 들어온 수제맥주를 길에서 편하게 마시는 젊은이들이 최근 수년간 부쩍 늘었다. 늦은 봄부터 이른 가을까지가 ‘길맥’ 성수기다. 우리슈퍼는 길맥 열풍에 불씨를 지핀 대표적인 가게 중 하나다.


빛바랜 간판을 단 10평(33㎡) 크기의 슈퍼에는 대형 냉장고 10여개가 벽면을 둘러싸고 있다. 냉장고에는 온갖 수입 맥주가 가득하다. 수천병은 돼 보인다. 종류만해도 300여가지. 가격은 3000원부터 5만~6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우리슈퍼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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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가운데에는 감자칩, 나초 등의 맥주 안주들이 쌓여있다. 정말 ‘슈퍼’인줄 알고 들어와서 “간장, 고추장은 어디있나요”와 같은 질문을 한다면, 점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16년 전 처음 슈퍼를 열었을 때는 근처 사는 사람들이 라면, 쓰레기 봉지 같은 거 사가는 구멍가게였어요. 맥주는 국내산 한 두 종류 있는게 다였죠.” 우리슈퍼 사장 김영숙(56)씨의 말이다. 

절망의 연속이던 삶

김씨는 2001년 경리단길에 우리슈퍼를 차렸다. 지금 자리 옆옆 건물이다. 그 때만해도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가게 앞은 비포장 도로였다. 빈 건물이 많았다. 보신탕집, 순댓국집 같은 식당이 있었다. “그냥 ‘시골’이었다고 생각하심 돼요. 여기만 보면 도저히 서울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그런 곳이었죠.”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슈퍼마켓 주인이 됐지만, 김씨의 인생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를 타고 비탈길을 내려가는 듯한 절망의 연속이었다. 김씨는 전북 김제에서 육남매 중 장녀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4학년때 아버지를 여의고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당장 먹고 살 길이 없었다. 어머니가 공장에서 밥 해주고,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며 닥치는대로 일했지만 육남매를 먹여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웃들에게 쌀을 빌려야 할 정도로 가난했다. 학업을 이어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친구들이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돈 벌러 상경했다.


서울에서 옷 가게 점원, 회사 경리 등으로 일했다. 월급 거의 대부분을 고향 집에 보냈다.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면서 5명의 동생을 차례대로 서울에 데려왔다. 일을 구해 자리잡게끔 도왔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올라올 때까지 상경 후 10년이 걸렸다.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꿨다. 하지만 운명의 늪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카운터를 보는 김영숙 사장(왼쪽)과 맥주를 고르는 손님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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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결혼을 두 번 실패했다. 첫 번째 남편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 두 번째 남편과는 30년 가까이 살면서 수도 없이 맞았다. 도망치고 싶었다. 아이들이 눈에 밟혀 그럴 수 없었다. 남편은 음반 제작 등의 사업을 했지만, 제대로 돈을 벌어오지 못했다.


김씨가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어렵사리 경리단길 구석에 구멍가게 하나를 차렸고, 그게 삶의 터전이 됐다. 슈퍼가 1층, 집은 그 건물 지하의 단칸방이었다.


“그냥 딱 먹고 살 만큼 벌었어요. 슈퍼가 1층이니까 초등학생이던 아들이 나가고 들어오는 걸 언제든 볼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한 일이었어요.”


김씨의 아들은 최근 tvN '너의 목소리가 보여'(너목보)에 출연해 큰 화제가 된 이웅열(25)씨. 이씨는 가수 임재범의 ‘사랑’을 매력적인 저음과 가창력으로 열창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씨는 현재 가수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너목보에 출연한 김씨의 아들 이웅열씨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 것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2011~2012년쯤 경리단길이 뜨기 시작했다. 사람이 몰려들었다. 지방과 외국에서도 관광객이 찾아왔다. 하지만 동네 구멍가게를 보러 온 사람들은 아니었다.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형 프랜차이즈 슈퍼가 들어섰다. 취급하는 품목도 다양했고, 값도 저렴했다. 사실상 장사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형 슈퍼가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때마침 젊은이들이 경리단길에 몰려오기 시작했고,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죠.” 

가게 옆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출처jobsN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들여놓기 시작했다. 근처의 대형 슈퍼에서 판매하는 물건은 갖다놓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모험이었다. 유리 냉장고를 몇 개 더 사들여 맥주로 채웠다. 외국인 방문자 비율이 높은 경리단길의 특성을 반영해 수입 맥주를 적극 매입했다.


대성공이었다. 온갖 희귀한 맥주를 판매하는 친근한 느낌의 슈퍼는 단 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맥주를 사서 길에 걸터앉아 술을 마시는 손님들을 보고, 슈퍼 옆 창고를 터서 테이블과 의자를 놨다.


극성수기인 여름철 주말에는 하루에만 500명도 넘는 사람들이 맥주를 사 마셨다. 맥주 가격은 다양한데, 사람당 1~2병 마시고 안주까지 먹는다고 했을 때 1만원씩만 잡아도 일매출 5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평일은 주말 매상의 반으로 줄어든다"는 김씨의 말을 참고하면, 여름철 한달 매출은 대략 8000만원~9000만원에 달한다. ‘맥주 창고’로의 체질 개선 후, 우리슈퍼 매출은 매년 20~30%씩 늘고 있다.  

경리단길을 닮은 인생

우리슈퍼가 단순히 맥주때문에 대박이 난 것은 아니다. ‘욕쟁이 이모’로 불리는 김씨의 걸죽한 입담도 한 몫했다.


슈퍼를 자주 찾는 ‘맥덕’(맥주 덕후)들과 김씨는 편하게 소통한다. 단골들은 그를 “이모”라 부르고, 그는 친근한 ‘욕’으로 그들을 맞이한다. 

슈퍼를 찾은 외국인들과 함께

출처김씨 제공

외관을 촌스러운 동네 구멍가게 컨셉으로 유지한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젊은 사람들 취향에 맞추겠다고 어설프게 리모델링을 했다면 “얼마가지 못하고 문 닫아야 했을 것”이라는 것이 김씨를 비롯한 단골과 주변 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간판은 상징적으로 남겨두고 싶었어요. 사람을 더 끌어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사람들에게 반전의 매력을 선보인거죠.”


우리슈퍼는 상권 덕을 톡톡히 본 케이스다. 상권이 죽으면 같이 쇠락할 가능성이 높다. 김씨도 잘 알고 있다. 

“경리단길 오는 사람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그 때 가면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거예요. 제가 살아온 인생이 늘 그랬어요. 생계의 절박함에서 나오는 힘의 위대함을 경험했습니다. 욕심 크게 없어요. 먹고 살 정도만 벌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단골들과 웃고 떠드는 것, 매일 새벽 2시 음악을 들으며 영업을 마치고 내일을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자유롭습니다. 꼬불꼬불 좁고 경사져서 불편한 경리단길이 제 인생을 닮은 것 같아서 아무리 힘들어져도 떠나고 싶지 않을 것 같네요.”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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