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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와인에 그녀 얼굴 사진이 붙은 이유는?

조회수 2018. 11. 2. 11: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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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배려할 때 더 좋은 와인을 서비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연소 여성 소믈리에 챔피언
와인 레스토랑 매니저 겸 오너 소믈리에
소믈리에에게 필요한 자질은 '배려'

‘한국 소믈리에 대회 최연소 여성 우승자, 칠레 최대 와인그룹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 브랜드 엠버서더’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는 양윤주(28)씨가 최근 2년간 이룬 성과다. 지난해 그녀는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200여 명의 경쟁자를 꺾고 여성 최연소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한국 소믈리에 대회'는 국내 최대 소믈리에 대회다. 프랑스 농업식품산림부가 주최하고 소펙사(SOFEXA·프랑스 농식품 진흥공사) 코리아가 주관한다. 이마트에선 그녀가 추천한 와인이 '우승자의 추천와인' 라벨과 함께 팔린다.

출처: jobsN
양윤주 소믈리에가 추천한 와인들

콘차 이 토로는 연간 와인 1억 병 이상을 생산하는 칠레 최대 와인그룹이다. 올해 6월, 양윤주 소믈리에를 브랜드 엠버서더로 임명했다. 콘차 이 토로의 아시아 지역 브랜드 앰버서더는 양씨가 처음이다.


지난 9년 동안 와인에 빠져서 훈련하고 공부했다. 그 노력이 지금의 소믈리에 양윤주를 만들었다.

아르바이트하다 발견한 적성

초등학교 6학년 때 캐나다로 유학을 갔다. 캐나다 고등학교에선 전공을 미리 정한다. 미술을 선택했다. 하지만 미술대학에 진학할 만큼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바텐더를 보고 관심이 생겨 바로 일을 시작했다.


-어디서 일을 시작했나요.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홀서빙부터 시작했어요. 손님에게 음식을 추천하고, 가끔 메모지에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를 적어 음료와 같이 드렸습니다. 정말 좋아하더군요. 저 때문에 매장을 다시 찾는 손님도 있었어요. 뿌듯했습니다.”


-바텐더로도 일했나요.

“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손님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음료를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음료만 만들었습니다. 손님과 대화를 하고 싶었어요. 바텐더 때문에 시작했지만 홀서빙이 더 잘 맞았죠.”

와인에게 첫눈에 반하다

와인에 푹 빠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손님에게 칵테일이나 와인을 가장 많이 판매한 직원에게 포상을 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포상은 광고 모델인 현빈과의 식사였다. “현빈과 밥을 같이 먹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전국에서 1등 와인 판매원이 되겠다고 다짐했죠.”


-와인을 많이 팔았나요?

“아니요. 와인에 대해 아는 게 없었어요. 손님이 종종 ‘와인 포도품종이 뭐냐, 왜 시음 안 시켜주냐’고 물으면 답을 못했습니다. 그때부터 와인 관련 책을 사 읽었습니다. 하지만 머리에 들어오는 내용이 하나도 없었죠. 마침 동네 와인 레스토랑에서 주말 아르바이트생을 구했습니다. 바로 지원했어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 건가요.

“평일엔 패밀리 레스토랑, 주말엔 와인바에서 일했어요. 일하면서 와인을 공부했습니다. 주말에 공부하고 주중 레스트랑에서 공부한 걸 실습했죠. ‘와인 베스트 셀러’ 가 됐습니다. 본사에서 상도 받았어요. 하지만 현빈씨와 식사는 하지 못했습니다. 거짓말이었죠. 매장에서 직원을 독려하고자 한 말이었어요.


다만 덕분에 와인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와인바에서 대화를 통해 손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서비스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어제 왔던 사람이 다음날 또 오고, 일주일 뒤에 다시 찾아오는 것을 보고 ‘이게 진정한 서비스구나’를 느꼈습니다.”

코르크 냄새 매일 맡으며 훈련, 처음 나간 대회에서 결선 진출

소믈리에를 하고 싶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을 그만뒀다. 일주일에 6일, 와인바에서 일하면서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가게 매니저, 소믈리에와 함께 훈련도 했다.

출처: jobsN
와인 라벨 스크랩 북과 책에 공부한 흔적

-어떤 훈련을 받았나요.

“가장 먼저 상한 와인을 구별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소믈리에는 와인을 열자마자 상한 와인인지 아닌지 향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상했다면 곰팡이 혹은 지하실 냄새가 납니다. 하지만 강한 와인향 때문에 쉽지 않죠. 코르크 마개를 몽땅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항상 코르크 마개 갖고 다니며 냄새를 맡았어요. 어느 날 와인을 땄는데, 곰팡이 냄새가 확 느껴졌습니다. 다음엔 와인 생산지와 포도 종류를 맞추는 훈련을 했습니다. 단계적으로 훈련도 받고 혼자서도 공부했습니다.”


-개인 공부는 어떻게 했나요.

“와인병의 라벨을 떼서 스크랩했습니다. 직접 맛을 보고 느낀 점과 와인 정보를 적었습니다. 책을 읽고 정리했습니다. 와인 수입사에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기도 했죠. 인터넷보다 번거롭지만 공부한 내용이 확실히 내 것이 됐습니다. 실력 확인을 위해 대회에 나갔습니다."


2009년, 와인 스페셜리스트 선발 대회에 나갔다. 대회에 출전하면 등수와 점수를 보내주기 때문에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1차 필기시험·2차 블라인드 테스트·3차 결승 무대를 거쳐 우승자를 가린다. 1차 시험에 응시한 200여 명 중 7명이 무대에 오른다. 당시 첫 출전임에도 결승에 진출했다. 이후 매년 대회에 나갔다.

와인바 인수, 최연소 여성 소믈리에 챔피언까지

“2010년부터 매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 나갔습니다. 필기시험을 보는 200명 중 25명만 2차에 진출합니다. 처음엔 63등을 했습니다. 성적을 20등씩 올렸죠. 2012년에 24위로 2차에 진출했어요. 하지만 그다음 해에 26등을 했습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해 슬럼프를 겪었어요. 바로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그즈음 직원으로 일하던 와인 레스토랑도 인수했습니다."


-어떻게 와인바를 인수하게 됐나요.

“당시 매니저님이 와인 공부 하러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제겐 이 가게가 처음 와인을 시작한 의미 있는 곳입니다. 직접 운영해보고 싶었습니다. 가게를 맡아보겠다고 먼저 제안했어요. 그동안 모은 돈과 대출금, 그리고 부모님의 도움도 조금 받아 인수했습니다.”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했나요.

"학원에서 수업을 들으니 머릿속에 떠다니던 내용이 정리되는 기분이었어요. 수료 후 나간 2014년 대회에서 5등을 했습니다. 부상으로 프랑스 와인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현지 소믈리에를 만나면서 와인에 대한 철학도 생겼어요. 그렇게 슬럼프를 극복했습니다.


연수를 다녀오고, 2015년엔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어요. 대회가 꼭 오디션 같아요. 다들 노래를 잘 하지만 끼가 남다른 사람이 우승을 하죠. 우승자보다는 나만의 장점을 가진 소믈리에가 되길 원했습니다.”

출처: jobsN
각종 대회에서 받은 상과 트로피

-장점을 찾았나요.

“서비스를 한국인 눈높이에 맞추고 싶었어요. 가령 ‘이 와인은 루비컬러를 띠고 있습니다’라는 설명을 ‘심홍 빛의 깊은 색을 띱니다’로 바꾸는 것이죠. 이것을 제 장점으로 만들었습니다."


장점은 강점이 됐다. 2016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여성 최연소 우승자였다. 올해 6월부터는 칠레 와인그룹 ‘콘차 이 토로'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각종 와인 세미나, 시음회 등을 다니면서 콘차 이 토로 와인을 알린다. 이후 소믈리에가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직접 연락도 온다.

출처: jobsN
양윤주 소믈리에

-소믈리에로서 필요한 자질은요.

“배려입니다. 소믈리에는 손님에게 와인을 서비스하는 사람입니다. 손님이 찾는 것을 서비스해야 좋은 소믈리에라고 생각합니다. 와인이 최상급인지, 어떤 음식과 잘 어울리는지도 중요합니다. 그보다 손님을 배려할 때 더 좋은 와인을 서비스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유럽 소믈리에처럼 한 업종을 20년 이상 지키고 싶습니다. 또, 한국의 와인 문화가 잘 정착할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 지금도 문화센터와 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세미나에도 참석합니다. 가게에서도 작은 강좌를 열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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