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만에 1000개 완판된 2만원짜리 콘센트 만든 사람

조회수 2020. 9. 23. 10: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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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현대카드 임원 출신이 창업에 뛰어든 아이템
네이버, 현대카드 임원 출신이 만든 테크 리빙 스타트업 브런트
기능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심미적인 측면의 불편함 해결
가격을 넘어서는 가치를 지닌 제품 만들 것

"스타벅스를 무슨 회사라고 생각하시나요?"


남찬우(42) 브런트(brunt) 대표가 물었다. 뻔하지만, 뻔한 답을 원하는 건 아니란 생각에 잠깐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커피 프랜차이즈'라는 뻔한 답만 떠올랐다.


남 대표는 "커피 프랜차이즈이기도 하고, 원두커피를 제조하는 기술도 있는 기업이지만 핵심가치는 집과 사무실이 아닌 '세 번째 공간'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했다.

남찬우 브런트 대표

브런트 남 대표는 네이버 디자인센터장, 현대카드 UX Lab 실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언제 어디서나 원격으로 전원을 켰다 껐다 할 수 있는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 플러그를 비롯해 IoT 제품을 생산한다. 스타트업이라 회사에 대해 설명하기 쉽게 '테크 리빙 기업'이라고 회사를 정의했지만, 이마저도 브런트를 온전히 표현하기엔 부족하다고 했다.


"우선 IoT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사업영역을 IoT 제품에 국한하지는 않습니다. 사용자가 공간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극복하는 제품을 만들려 합니다. 스타벅스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 것처럼, 브런트 역시 단순히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아우르는 UX 만들기 위해 창업

남 대표는 네이버에서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전문가로 9년을 일했다. 실무부터 중간 관리자를 거쳐 센터장(임원)까지 차근차근 밟아 올라갔다.


우리나라 나이로 39살.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40대에도 현재의 커리어를 유지할 것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인가. 그의 선택은 도전이었다.


"UX라는 게 별개 아닙니다. 말 그대로 사용자 경험이에요. 사용자가 쓰면서 느끼는 모든 요소가 UX죠. 네이버는 이미 '선수급' 인재들이 UX를 상당 부분 고도화시켜놨습니다. 사용자가 완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을 100이라고 해봅시다. 이미 네이버 등 소프트웨어 회사는 이것을 90 이상까지 올려놨다는 거죠. 여기서 1을 더 올리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효과는 미미합니다. 영역을 확장해 제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더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현대카드 웨더'앱

2013년 10월 그는 현대카드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현대카드는 디지털을 앞세우기보단, 아날로그 감성을 내세우던 회사였다. 그는 현대카드에서 UX의 축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겨가는 역할을 맡았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독특한 알림 메시지로 지금도 주목을 받고 있는 ‘현대카드 웨더’ 앱이 그의 작품이다.


현대카드에서 머물면서 디지털 문화를 심어주는 동시에 '내 것'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오래 일을 하다 보니 점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이란 새로운 물결을 타야 한다고 생각했다. 

출처: 브런트 제공
브런트의 철학을 설명하고 있는 남 대표

"단순히 디자인이나 기술만으로는 부족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제품들을 직접 만들어 사용자가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2016년 3월, 예술적 디자인 감성과 창조성을 나타내는 브러시(Brush)와 페인트(Paint), 현대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앞 글자를 따 브런트를 설립했다.

미적인 불편함도 불편함이다

출처: 브런트 제공
브런트 플러그

브런트가 가장 먼저 출시한 제품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장소 제한 없이 전자제품의 전원을 켜고 끄는 '스마트' 플러그다. 하드웨어와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까지 스타트업이 기초 기술을 갖추는 데 유용하다고 판단해 시작한 아이템이다. 브런트를 알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출처: 브런트 제공
브런트 코드

브런트가 두 번째로 내놓은 제품은 '브런트 코드'다. 언뜻 보면, 그냥 '예쁜 멀티탭'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도 브런트의 철학이 담겨있다.


"예전에 멀티탭은 벽에, 그러니까 냉장고나 에어컨 뒤에 숨어있던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충전하면서 쓰는 경우가 많아지니까 멀티탭이 밖으로 나오는 거죠. 기능성은 물론이고, 디자인도 생각해야 했습니다. 어디에나 쉽게 소켓을 붙일 수 있게끔 자석도 넣었고, 스마트폰 충전용 USB 단자도 내장했습니다."


브런트 코드 가격은 2만원 중반대다. 비슷한 기능을 갖춘 멀티탭이 1만원 가량에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꽤 비싸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것' '예쁜 것'을 추구하는 20대의 감성을 자극, 출시 3일 만에 처음 준비한 1000개가 '완판' 되기도 했다.

출처: 브런트 제공
브런트 파워스테이션

한창 만들고 있는 제품도 있다. 거치형 멀티 디바이스 '파워스테이션'이다. 무선 충전기, 멀티탭, 스마트 플러그를 하나의 기기에 집어넣은 제품이다.


뛰어난 디자인에 실용성을 더한 파워스테이션은 올해 1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를 통해 사전 판매했다. 킥스타터에 올린 지 하루 만에 모금 목표액(3만달러)을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쉽게 말해 올린 지 하루만에 3만 달러어치가 팔렸다는 이야기다. 

출처: 브런트 제공
브런트 블라인드 엔진(좌) 생산된 블라인드 엔진을 살펴보는 남 대표(우)

최근엔 손으로 올리고 내리는 보통의 블라인드를 전동 블라인드로 바꿔주는 '브런트 블라인드 엔진'도 내놨다. 전동 블라인드 가격은 30만~6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15만원 정도인 브런트 블라인드 엔진을 달면 기존 블라인드가 전동 블라인드로 변신한다.

브런트의 제품을 보면 공통적 특징은 편리함과 뛰어난 디자인이다. 남 대표는 '불편함'이란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에서 볼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단순히 이러한 기능이 구현되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미(美)적으로 불편한 부분을 개선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겁니다. 진정한 사용자 경험이란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에서 그치지 않고, 미적인 부분까지 두루 살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가격을 넘어서는 '가치'가 담긴 제품 만들 것"

지금은 IoT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브런트의 최종 지향점은 IoT 너머 다른 곳에 있다.


'지금은 사용자가 직접 움직이지 않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편리하게 뭔가를 하고 싶은 욕구가 나온 단계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IoT 제품들을 만들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사용자들의 불편함이 또 다른 레벨로 넘어가면, 저희도 그다음 단계로 갈 겁니다."


남 대표는 이러한 차원에서 가구회사와도 활발히 의견을 나누고 있다. 지금 브런트의 제품이 기존의 제품에서 불편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와주는 정도라면, 아예 기존의 제품이 갖고 있는 불편한 점을 해결한 상태에서 출시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브런트가 단순히 사용자가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라 갖고 싶어서 사는데, 욕구도 충족하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했다.

남찬우 대표

"단순 제품으로는 중국의 가격경쟁력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습니다. 제품에 철학을 담아 갖고 싶은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벽에 꽂는 콘센트로 유명한 기업 중 프랑스의 '르그랑'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의 콘센트는 보통 콘센트에 비해 10배쯤 비쌉니다. 하지만 고급 호텔은 건물을 지을 때부터 르그랑의 콘센트를 씁니다. 가격을 넘어서는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죠. 저희 브런트도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 겁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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