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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꿈꾸던 청년이 꿈 접고 억대 연봉 받게 된 직업은?

"국내 제약 산업과 한미약품의 미래에 제 모든 것을 걸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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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꿈 꾸며 조리학과 진학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포기
한미약품 영업사원 변신…억대 연봉 진입

‘셰프’를 꿈꾸며 조리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막상 실습나간 호텔에서 본 셰프들은 힘들어 보였다. 막상 꿈을 포기하고 나니 할게 없었다. 진로를 놓고 한참을 고민하다 들어선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길. 10년을 한결 같이 일했더니 어느새 연봉이 억대로 치솟았다.

한미약품 종병사업부 진용화 MR

출처jobsN

한미약품 종병사업부 진용화(37) MR(Medical Representative·의약정보담당자) 이야기다. 그에게 ‘영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제약 영업사원으로 우뚝 선 비결과 제약 영업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들어봤다. 

호텔 조리 실습 나갔다가 좌절…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길 걷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진 MR은 ‘셰프’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1999년 경희대 조리학과에 입학했다. “여러 재료를 섞어 맛을 내는 요리에 끌렸습니다. 새로운 시도로 다양한 맛을 내보겠다는 포부도 있었고요. 이렇게 만든 요리를 맛본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행복해지더라고요.” 

대학시절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실습 중인 진 MR

출처진용화 MR 제공

하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와서 직접 본 요식업계의 현실은 그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학교 때 서울의 한 호텔에 실습을 나간 적이 있어요. 일하는 분들이 엄청 바쁘게 일하시더라고요. 전 체력이 달려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


요리사의 꿈을 접고난 뒤 진로를 놓고 한참을 고민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2006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진로를 정하지 못한 친구 몇 명과 ‘닥치는대로’ 여기저기 원서를 넣어보기로 했다. 제일 먼저 진 MR의 눈에 띄었던 게 한미약품 영업사원 공고였다. ‘제약 산업이 미래가 있을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에 지원했는데, 덜컥 붙어버렸다. “첫 원서 접수한 회사에 바로 합격하고 보니 ‘운명이구나’ 싶었습니다.”


입사는 했지만, 약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다. 진 MR은 입사 후 2달간 받은 교육이 없었다면 영업사원 생활을 제대로 못했을 것이라 했다. “화학과 약리학 등을 2달간 배웠습니다. 제약 업계 영업사원들이 상대해야 하는 ‘고객’은 의사나 약사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2달의 교육으로 그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쌓긴 힘듭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파는 약에 대해 몰라서 ‘우스운꼴’을 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교육을 듣고 모르는 부분은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진심은 통한다”… 그가 말하는 영업 노하우

교육을 마치고 진 MR이 처음으로 맡은 일은 의원 영업이었다. 대개 제약회사는 의사 1명 혹은 몇명이 운영하는 작은 의원에서부터 의사 수십명이 있는 준(準)종합병원, 그리고 의과대학을 끼고 있는 종합병원 영업 등으로 부서를 나눈다. 물론 약국 영업도 따로 부서가 있다.


“처음 부서에 배치 받았을 때 선배가 했던 말이 ‘공무원 할 사람이 왜 여기에 있나’였어요. 제 성격이 내성적이거든요.” 

자리를 옮겨 한미약품 본사 20층에서 인터뷰를 계속 진행했다. 진 MR의 뒤로 올림픽 공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출처jobsN

성격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그는 자신만의 영업 무기를 갈고 닦았다. “외향적인 사람은 겉으로 보기엔 호탕할지 모르지만, 세심한 부분이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부분을 신경쓰는 ‘세심함’을 앞세우기로 했습니다. 의사, 약사 선생님들을 제가 파는 약을 사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보단,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고귀한 일을 하는 전문가로 대했어요. ‘한 수 배우고 오자’는 마음가짐으로요. 시간이 흐르니 그 분들과 제 사이에 있던 장벽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남보다 그 분들을 더 자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많이 만난다고 모두가 진 MR처럼 영업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대화’를 내세웠다. “한번 만나면 오고 간 대화를 꼭 다시 떠올리고, 기억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면 다음 만남에서는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지난번 만났을 때 나눈 얘기가 다시 화제에 오릅니다. 예를 들면, 첫 만남에서 선생님 아들이 군대 갔다는 얘기가 나왔으면 다음 만날 때 ‘아드님 군생활은 잘하고 있나요’라고 묻는 식이죠. 상대방도 제가 왜 자신을 만나러 오는 지 잘알고 있어요. 그 목적을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 간에 신뢰가 쌓이면 자연스레 일이 풀립니다.”


그는 의원 영업을 하는 3년 6개월 간 의원사업부 전체 인원 중 상위 5%에 드는 탁월한 실적을 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 본사 마케팅 부서로 ‘스카웃’ 됐다. 입사 후 ‘최전방’에서 영업만 하던 그가 ‘후방’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1년 정도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면서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본사에서 세운 ‘전략’을 최전방에서 어떻게 ‘전술’로 소화해낼지 더 잘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한미약품 인사팀 관계자는 “영업사원이라고 영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한미약품에서는 ‘잡포스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잡포스팅 제도는 특정 업무에 자리가 나면, 전직원을 대상으로 해당 직무를 희망하는 직원을 공개 모집하는 제도다. ‘어느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뜨고, 그 직무를 맡고 싶은 직원이 신청하면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쉽게 말해 프로스포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FA제도’다.


진 MR은 1년간의 본사 생활을 마치고, 2011년 다시 영업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종합병원을 담당하는 ‘종병사업부’로 배치받았다. 지금까지 6년간 신촌의 세브란스 병원을 담당하고 있다. “본사 일이 익숙해질쯤, ‘사람’이 그리워졌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의사 선생님들이 ‘진 MR, 필드로 언제 돌아오느냐’고 물으시기도하고요. 그래서 다시 영업으로 돌아왔습니다.” 종병사업부에서도 진 MR의 실적은 탁월하다. 전체 100명이 넘는 종병사업부 영업사원 중 TOP 10에 든다.

경쟁상대는 자신… 성과 올린만큼 보상해주는 한미약품의 인센티브 제도

진 MR의 경희대 조리학과 동기 중엔 국내외에서 이름이 알려진 셰프도 꽤 많다.


“명성도 얻고, 돈도 잘 버는 동기들을 보면 이따금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들때도 있습니다. 회사 내규상 자세히 밝히긴 어렵지만, 2015년 ‘억대 연봉자’ 리스트에 제 이름이 올라갔습니다. 덕분에 아쉬운 마음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2016년말 기준, 한미약품 직원의 평균 연봉은 5800만원이다. 단순히 계산해봐도 진 MR은 연봉 만큼 인센티브를 받은 셈이다.


“한미약품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실적의 기준이 다른 회사와는 조금 다릅니다. 제가 알기론 다른 제약사는 그해에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위에서 내려오고, 실적이 목표보다 높냐 낮냐에 따라 인센티브 금액을 정합니다. 하지만 저희 회사는 영업사원 각자가 전에 비해 얼마나 더 열심히 했느냐를 기준으로 합니다. 말하자면, 제 경쟁상대는 제 자신인 셈이죠.”


한미약품은 성과가 뛰어난 직원에게 돈 이외에 다른 보상도 한다. 실력을 갈고 닦을 수 있도록 배움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H-MBA’로 불리는 사내 MBA과정을 운영한다. 임원이나 부서장이 실적이 뛰어난 직원들을 추천해 1년에 서른명 정도를 6개월간 온라인 강의를 듣게 한다. 이 중 1~2명을 다시 선발해 MBA 과정을 밟게 한다. 학비는 회사가 낸다.


한미약품 인사팀 관계자는 “회사에서 꼭 필요한 인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라고 말했다. 진 MR은 뛰어난 실적과 성실성을 인정 받아 이르면 내년 MBA과정에 진학한다.

제약 영업에 대한 진실과 오해

제약 영업에 대해 기자가 갖고 있는 몇 가지 편견에 대해 물어봤다. 우선 ‘술을 많이 마셔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저는 술을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술자리를 자주 갖진 않습니다. 주위를 봐도 술 한잔 못 마시는데도 실적이 뛰어난 영업사원이 많습니다.”


오히려 진 MR은 시대가 바뀌면서 공부를 더 많이하는 게 제약 영업 사원이 해야할 일이라고 했다. “제가 입사했을 때만해도 국내 제약사들의 주된 먹거리는 ‘제네릭’이었습니다. 제네릭이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해 만든 약입니다. 영업 사원이 내세울 건 ‘우리 약이 제일 싸다’는 것 밖에 없었죠.”


하지만 최근엔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영업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국내 제약사가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많이 하면서 개량신약을 많이 내놨기 때문이다.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신약과 성분과 약효가 비슷하지만, 효과를 더 잘 내도록 개량하거나, 먹기 편하게 필름이나 몸에 붙이는 패치 등의 형태로 바꾼 것을 말한다. 두 가지 이상의 성분을 섞어 만든 복합제도 개량신약의 일종이다. 개량신약은 혁신 신약 개발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다양한 개량신약이 나오면서 제약회사 영업사원들도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게 진MR의 얘기다. 

진 MR이 한 종합병원 의사와 한미약품에서 나온 신제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출처jobsN

“이미 의사들이 오리지널 약을 알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제네릭을 파는 데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죠. 하지만 개량신약이 쏟아지는데다 한미약품 역시 신약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 더 많은 신약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기존 약 대비 나은 점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부단히 공부해야 합니다.”


약사들도 약국을 열지 않고, 제약회사로 취업하는 시대다. 제약 회사 영업 사원이라면 약학 혹은 화학을 전공해야 유리하지 않을까. “제약 영업과 함께 ‘3대 영업’이라고 불리는 자동차, 보험 영업은 고객보다 영업사원이 훨씬 많이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설명을 하죠. 하지만 제약 영업은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합니다. 어차피 의사·약사보다 더 깊게 알기 어렵다면 다른 영업사원과 조금이라도 다른 점이 있으면 유리합니다.”


그 역시 흔하지 않은 전공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최근 ‘쿡방’이 인기를 끌면서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인지 의사 선생님들 중 요리에 관심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 음식의 ‘궁합’을 알려주기도 하고, 숨은 맛집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영업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영업사원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실적에 대한 부담’은 제약 회사 영업사원도 예외가 아니다. “당연히 실적에 따라 버는 돈이 달라집니다. 돈을 더 벌려면 실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해야하죠. 매일 어떻게 하면 더 영업을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건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직 제의 수차례 거절…“제약 산업 미래 믿고 한미약품과 함께할 것”

진 MR은 그간 한미약품의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타업종의 ‘러브콜’도 수차례 받았다. “아무래도 만나는 사람이 의사·약사다보니 보험이나 자동차 등 타 업종에서 이직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 편입니다. 저도 수 차례 제의를 받았고요.”

출처/jobsN

하지만 그는 이직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회사를 옮기면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싫어하실 것 같다는 게 이유다. “본사 20층 직원 라운지에서는 올림픽 공원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본사에 들어올 일이 그리 많지 않지만, 1년간 본사에 들어와있으면서 시간날 때마다 20층에 가서 전경을 감상했어요. 결혼할 때 회사에서 운영하는 본사 지하 1층 중식당에서 상견례를 하고, 20층으로 모시고 와서 전경을 보여드렸습니다. 어찌나 좋아하시던지요. ‘이렇게 확 트인 공간이 있는 회사라면 스트레스도 안받겠다’면서 오래다니라고 하셨거든요.”


물론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회사 나아가 제약산업이 더욱 성장할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제약사들의 연구성과를 주목하고 있고요.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연구·개발(R&D) 투자 1등 회사입니다."


한미약품은 2012년 13.5% 수준이었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용을2014년 20%대로 끌어올렸고, 2016년에는 1626억원을 R&D에 투자했다. 현재 당뇨와 비만, 항암제, 면역질환치료제 개발 등 20여건에 달하는 R&D 프로젝트를 국내외에서 진행하고 있다.


"국내 제약 산업과 한미약품의 미래에 제 모든 것을 걸어볼까 합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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