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세요"

조회수 2020. 9. 23. 10: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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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보기 싫은 상사 어떻게 할까?' 문자로 고민 해결하는 서비스 만든 20대 청년
'고민은 마음의 '감기'…"전문가 찾는게 자연스러워야죠"
상담사 모으려 서울시내 상담센터 100곳 찾아다녀
자기 문제와 마주설 수 있도록 돕는게 상담

“외모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잘생기지도 않았고, 말도 재밌게 하지 못해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힘이 듭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요.” -직장인 A씨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부모님은 고향에 내려와 가업을 이어받으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장인 B씨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직원들이 잇따라 그만두고 있습니다. 동료들에 대한 실망이 쌓이고 우울증이 커지고 있어요.” -스타트업 창업가 C씨


친구나 선후배, 직장 동료에게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고민들이 있다. 어떤 이에겐 고민할 필요도 없을 만큼 사소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다. 해결 방법은 세 가지다. 혼자서 견뎌내기, 주변 사람에게 조언 구하기, 병원이나 상담 센터에서 전문가 도움받기가 있다.


“누군가에게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게 심각한 일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한국에선 ‘심리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마치 정신병이 있는 게 아닌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거죠.”

출처: jobsN
김동현 휴마트컴퍼니 대표.

고민은 마음의 '감기'…"전문가 찾는게 자연스러워야죠" 

김동현(28) 휴마트컴퍼니 대표는 고민 상담 서비스를 감기 치료에 비유했다. “감기에 걸리면 혼자 앓다가 이겨내는 사람도 있지만 병원에서 주사 맞기도 합니다. 저는 고민 상담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더 쉽고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비대면 심리상담 애플리케이션 ‘트로스트(Trost)’를 만든 스타트업 휴마트컴퍼니 대표다. 비대면 상담 서비스는 고민이 있는 사람과 상담사가 직접 얼굴을 맞대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를 말한다. 전화나 문자를 이용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했다. 대부분 병원이나 심리상담센터에서 이뤄지는 면대면 형식의 상담 서비스 방식에 변화를 준 것이다.


“고민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16년 1월 문을 서비스를 시작한 트로스트는 1년 7개월 만에 가입자 수 5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가입자 사람은 약 3000명이다. 일 평균 100명씩 가입한 셈이다. 이들 가운에 70%는 여성, 20대 후반~30중반 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2016년에는 상담 서비스 부문에서 여성 소비자가 뽑은 프리미엄 브랜드 대상을 받았다. 2017년 7월에는 케이큐브벤처스, 카이스트 청년창업 투자지주회사가 5억원을 투자했다.


-트로스트가 뭡니까


“심리상담 전용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이 앱을 통해 고민이 있는 사람이 전문 상담원과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를 합니다. 고민을 이야기하고 적절한 조언을 듣기도 합니다.

‘트로스트(Trost)’는 독일어로 위안이라는 뜻이 있다. 상담을 통해 고민을 해결하고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김 대표가 지은 이름이다.

출처: 트로스트 애플리케이션 캡처
트로스트 애플리케이션에서 고민키워드를 입력하면, 추천상담사, 상담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비싼 상담료·주변 시선도 부담느껴, 문자 상담 서비스 시작 

-상담 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대학생 때 심리 상담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괜히 주변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가령 저를 얌전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는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되더군요. 큰소리를 내거나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고민 끝에 대학교 안에 있는 심리상담센터와 일반 사설 상담센터를 찾았다. 10개월 정도 상담을 받고 효과를 봤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의 눈높이에 스스로를 옭아맬 필요가 없다는 확신이 생겼다. 하지만 번거로움과 비용 부담이 컸다. 일주일에 한 번, 50분가량 상담을 받는데 10만원 가량을 내야 했다. 시간 맞춰 상담 센터에 찾아가는 것도 일이었지만, 센터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자신을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문자·전화 상담 서비스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친구와 선후배 500여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상담을 받고 싶다는 사람은 많았지만, 대부분 센터를 찾아가기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문자로 상담할 수 있다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면 상담을 받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고민이 있는 사람과 상담사를 연결해줄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을 해보기로 했다. 사무실이나 센터를 만들지 않고, 문자나 전화를 이용해 연결해주는 사업이었다. 트로스트라는 상담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상담사부터 모집했다. 

출처: jobsN, 휴마트컴퍼니 제공
김동현 대표(왼쪽), 트로스트 앱을 통해 문자상담을 하는 모습.

상담사 모으려 서울시내 상담센터 100곳 찾아다녀

-상담사를 모으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그날부터 심리학과 교수님들께 ‘이런 사업을 하고 싶은데 도와달라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서울에 있는 상담센터도 100군데는 찾아다녔습니다.”


상담센터에서는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그런거 안 해요’, ‘다른 센터 가보세요’ 하지만 괜찮은 서비스라며 시작해보자는 곳도 있었다. “트로스트에 상담 신청을 한 사람이 센터에 속한 사람과 상담을 받도록 했습니다.”


트로스트에 속한 상담사는 50여명. 이들은 모두 국가 및 상담 심리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회(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임상심리학회 등) 자격증을 받았다.


트로스트는 애플리케이션이 상담사의 사진과 이름, 경력, 자격증을 비롯해 전문 상담 분야까지 공개한다. 고민이 있는 사람은 원하는 상담사를 골라 상담을 신청하면 된다.


-이중 근로 계약 문제는 없습니까


“상담사분들은 대부분은 프리랜서처럼 일합니다. 센터에 속해서 월급을 받더라도 매일 출근하시는 게 아닙니다. 일주일에 1~3회 정도만 나가 상담을 하죠. 남는 시간은 자유롭게 활용합니다. 저희는 그 빈 시간에 고민이 있는 사람들을 연결해 드립니다.”


-반응은 어떤가요


“상담사나 상담받는 사람 모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걸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특히 상담받는 사람은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듯이 문자를 보낼 수 있어서 부담이 없다고 하더군요. 상담사분들은 문자를 통해 부업처럼 일을 할 수 있어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일부 상담사는 트로스트에서 상담료로 월 250만원까지 받는다고 했다.


-매출은 어디서 나옵니까


“상담비용의 30~40% 정도를 수수료로 받습니다. 일반 상담센터와 비슷한 수준인데 앞으로 수수료를 더 낮출 계획입니다.”


트로스트의 문자 상담(텍스트 테라피) 비용은 기본 30분에 3만원, 전화는 4만원이다. 상담비가 5만원이라면 상담사는 3만~3만5000원을, 휴마트컴퍼니는 1만5000~2만원을 가져간다. 김 대표는 정확한 매출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월 이용자는 2500~3000명가량이라고 했다. 

출처: 트로스트 블로그 캡처
나무 그림으로 알아보는 심리 테스트. 뿌리는 안정감, 잎은 활발함, 가지는 호기심, 열매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 꽃은 매력울 상징한다.

자기 문제와 마주설 수 있도록 돕는게 상담  

-전문가는 어떤 고민을 들었을 때 그에 맞는 정답을 말해줍니까


“정답이란 게 있을 수 있나요. 대신 ‘질문’을 합니다. ’언제·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자신의 문제와 마주 서본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상담사분들은 ‘질문’을 통해 고민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느꼈습니다.”


트로스트는 현재 개인 상담 위주로 운영된다. 최근에는 콜센터나 몇몇 중소기업이 직원들의 상담 업무도 맡고 있다.


-어려운 일은 없나요


“일부 이용자들이 상담사분들을 희롱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때는 저희가 중간에서 차단하고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합니다. 종종 ‘사는 게 힘들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다는 분도 있습니다. 온라인 상담 이상의 조치가 필요한 경우 매뉴얼에 따라 유관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바로 연계합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전문가에게 고민 상담받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감기에 걸렸을 때 병원에 가는 것처럼요. 어쩌면 고민이란 건 혼자 끙끙 앓다가 심각하게 만들기보다 초기에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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