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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점심 세시간? 연 70%씩 크는 회사의 복지제도

조회수 2020. 9. 22. 11: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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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퍼플'의 성장 비결
광고 대세, 방송→온라인으로 바뀌며 기회 얻어
경기불황, 매출 증대와 직결된 광고 늘어
일 말고 다른 요소로 직원 스트레스 안주는게 목표

‘디퍼플’은 온라인 광고·마케팅 업계 다크호스다. 창업 첫 해인 2012년 연매출 14억원에 불과하던 스타트업은 보험업계 최대어 중 하나인 ‘AIA생명’ 마케팅 대행사업을 따내면서 주목 받았다.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가젤형 기업’으로 불리고 있다. 가젤형 기업은 매출액이나 고용자 수가 3년 연속 평균 20% 이상 고성장하는 기업을 말한다. 기업이 성장하는 모습이 ‘빨리 달리면서 높이 뛰는 ‘가젤’과 닮았다는 뜻이다.


디퍼플은 창업 이듬해 매출액 32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77억원, 9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액은 116억원이다. 4년간 연매출 성장률은 70%에 달한다. 직원수는 4명에서 45명으로 10배 넘게 늘었다. 

출처: jobsN
최혁수 디퍼플 대표.

과장광고는 역효과, 정직한 마케팅으로 승부  

최혁수(43) 디퍼플 대표가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것은 '도덕성'이다.


“예전에는 기업이 과장 광고를 하더라도 소비자가 확인할 길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SNS에 비판글이 이어지고, 순식간에 퍼집니다. 그러면 기업 이미지가 한순간에 날아갑니다. 그동안 얼마를 들여 광고를 했든 물거품이 됩니다. 정직하게 광고하고 그게 소비자의 신뢰로 이어져야 기업에 도움이 됩니다.”


그는 대학에서 광고·홍보를 전공하고 외국계 종합 광고 대행사 '차이커뮤니케이션'에 10년을 몸 담았다. 2011년, 회사를 나올 때까지 한양대에서 광고·홍보 석사과정을, 성균관대에서 디자인 박사과정을 밟았다. 그는 “팀장으로 제법 인정받는 자리에 있었다”고 했다. 2008년부터는 남서울대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직장을 그만둔 이유가 있나요

“‘회사원으로 10년 정도 일하면 내 회사를 차려봐야지’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즈음 회사가 매각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기회에 회사를 나와 내 사업을 해보자고 생각했죠.”


-퇴사 후 어떤 일을 했습니까

“한달 만에 디퍼플을 차렸습니다. 페이스북 같은 SNS나 포털사이트에 기업 광고를 대신해주는 일을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광고는 신문이나 방송에 집중됐습니다. 온라인 광고 비중은 크지 않았어요.”


최 대표는 사업 초기 광고업계 선배와 동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큰 광고 회사들은 방송 광고에 집중하면서 온라인 광고는 부수적인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런 작은 사업들을 저희에게 맡겨줬어요. 덕분에 작지만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었죠."

출처: 디퍼플 페이스북 캡처
디퍼플 직원들의 회식 모습(왼쪽), 디퍼플의 복지문화(오른쪽).

방송→온라인으로 바뀐 광고 흐름…2년차 스타트업에도 기회

급성장의 계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이듬해 AIA생명이 광고 대행사를 새로 선정했는데 디퍼플이 1등으로 뽑혔다. 20억원짜리 사업이었다.


온라인 이용자를 대상으로 연령별 맞춤광고를 제공하고, 실시간으로 몇명이 광고를 보고 가입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이었다.


"한 달간 홍보하려는 회사의 홈페이지를 분석해 접속자 패턴을 파악했습니다. 몇시에 접속자가 가장 많은지, 어느 연령대에서 가장 좋은 효과가 나는지 등을 알아냈습니다."


성별 구분은 기본이고, 비가 오는날과 오지 않는날 접속자 수와 같이 세밀한 부분까지 파악했다. 예컨대 오전 9시에 K회사 사이트에 접속한 사람 중 40대 남성이 가장 많았다면, 8시 50분부터 포털사이트 메인에 K사 광고가 뜨도록 했다. "요즘은 기본적인 수준의 마케팅 기법이지만, 당시만해도 매우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좋은 평가를 받았죠."


AIA생명은 20억원짜리 광고 대행 사업을 10억원짜리 두개로 쪼개 1등과 2등 회사에 나눠서 맡겼다. “그쪽에서도 생긴지 1년밖에 안된 작은 회사에 모두 맡기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하지만 성과가 나쁘지 않았는지 2015년부터는 저희가 도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이후 마케팅 대행 문의가 줄을 이었다. KB손해보험, 대신증권, 3M, 풀무원 등 국내외 기업의 마케팅을 대행했다. KBS, MBC, SBS 등 방송사들이 함께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푹(POOQ)'의 페이스북 관리를 맡기도 했다. 

경기불황, 매출 증대와 직결된 광고 늘어 

-힘든 일은 없었나요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광고 시장은 후불제인 사업이 많습니다. A 기업 의뢰를 받아 저희가 네이버에 광고를 대신 내준다고 가정해 볼게요. A사에게 선불을 받아서 네이버에 광고비를 내면 가장 좋지만 그런 일은 별로 없습니다. 저희 돈으로 광고를 하고 두어달 뒤에 A사에 광고비를 받는거죠.”


형제, 친구, 선배들에게 돈을 빌리고, 청년창업기금, 기술보증 벤처기업 자금도 융통했다. “저금리로 빌릴 수 있는 곳에서 모두 빌린 것 같습니다.” 실적 없는 스타트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이 힘이 됐다.


“딱 돈 쓰이는 곳이 정해져 있잖아요. 돈을 빌려서 그곳에만 쓰고 1~2달 후에 다시 갚고 했더니 신용이 좋아져서 나중에는 돈 빌리기 수월해졌습니다.”


그는 “‘정답이 없다는 게 광고·마케팅의 가장 어려운 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초기 멤버였던 한 친구는 소프트웨어 개발 일을 하겠다고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데, ‘개발은 A라는 입력어를 넣으면 A라는 답이 나와서 좋다’고 하더군요. 광고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 힘들었대요. 충분히 공감합니다.”


-요즘 광고 트렌드라고 할만한 게 있나요

“스타일이나 마케팅 방식은 저마다 달라서 '이렇다'하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정량’적인 광고가 많아졌습니다. 제품 판매와 직결되는 광고라고 보면 됩니다. 만약 광고 전 100대 팔리는 자동차가 있었다면, 105대 이상 팔 수 있도록 홍보해 달라는 요구가 늘었다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우리 회사가 최고입니다, 유일합니다’라고 하면서 회사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광고도 많았어요. 하지만 경기가 나빠졌기 때문인지 실적을 따지는 회사가 늘었습니다.”  

출처: jobsN
최혁수 디퍼플 대표.

일 말고 다른 요소로 직원 스트레스 안주는게 목표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해외로 나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광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대부분 자사 광고 회사를 소유하고 있거든요.”

그는 직원들에게도 조금 더 신경을 써주고 싶다고 했다. 디퍼플은 현재 야근하는 직원에게 택시비를 전액 지급한다. “늦게까지 일했는데 교통 편이 없어서 고생하면 안 되잖아요."


매주 금요일에는 점심시간 3시간을 보장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가 점심시간이다. “자기 업무를 할 수도 있고, 멀리 있는 맛 집에 가도 됩니다.” 매달 셋째 주 금요일은 전 직원이 오후 4시에 퇴근한다.


만화책을 포함해 보고 싶은 책은 회사 돈으로 얼마든지 살 수 있다. “광고 회사는 창의력이 생명입니다. 만화책에서 영감을 얻는 일도 많기 때문에 회사 돈으로 책 사는 것을 말리지 않습니다.”


여유가 생기면 직원들이 집을 얻는데 필요한 돈을 회사가 무이자로 빌려주는 제도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조금이나마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습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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