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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잇는 대박 과자 만들기 위해 들인 노력

SNS에서 '인생과자'로 불리는 오리온 '꼬북칩' 개발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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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명가 '오리온'의 2017년 히트작
8년 동안 100억원 투자해 만든 꼬북칩
오리온연구소 개발 4팀 신남선 부장

“사표를 가슴에 품고 만들었습니다.”


올해 히트 과자 ‘꼬북칩’을 만든 신남선(41) 오리온연구소 개발4팀 부장이 말했다. 꼬북칩을 개발하는 데 걸린 시간은 8년. 투자비용은 100억원이다. 보통 신제품을 만들 때 1~2년을 넘지 않는데 반해 꼬북칩은 4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오리온 60년 역사상 가장 심혈을 기울인 제품이다. 그가 왜 사표를 가슴에 품고 개발했는지 이해가 됐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3월 내놓은 ‘꼬북칩’은 4개월 만에 1400만개가 팔렸다. 최근 나온 과자 중에 가장 인기를 끈 것은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다. 2014년 3개월 동안 50억원 어치가 팔렸다. 꼬북칩이 허니버터칩을 압도하고 있는 셈이다.


SNS에서는 ‘꼬북칩 대란’이란 말이 돈다. 꼬북칩을 사러 온 동네 마트를 돌았지만 구하지 못했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신 부장에게 꼬북칩 개발 이야기와 과자 개발자의 삶을 들었다. 

신남선 부장

출처jobsN

8년에 걸친 고군분투

신 부장은 2000년 11월 오리온에 입사했다. 치킨팝, 닥터유 라이스칩, 무뚝뚝 감자칩을 포함해 20여개 과자를 개발했다. 이탈리아에서 수입하던 오감자를 국산화하는 작업에도 참여했다.


꼬북칩은 얇은 칩을 4개로 겹쳐 만든 '4겹 과자'다. 마치 얇은 과자 여러개를 입안에 넣고 씹어 먹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식감을 가졌다.


과자 중에서도 '스낵류'는 바삭하고 가볍게 부서져야 한다. 꼬북칩은 이런 바삭함을 극대화했다는 평이다. 오리온에서 '4겹 과자'를 처음 만들진 않았다. 2009년 일본에서 이미 4겹 과자를 출시한 적이 있다. 국내에선 꼬복칩이 최초의 4겹 과자다. 신 부장에게 4겹 과자는 '이루고 싶은 꿈'이었다.


식품 연구원이 '맛의 달인'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식품 개발의 첫단추는 '공정 설비'를 갖추는 것이다. 신 부장도 꼬북칩을 개발하기 위해 2009년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공장을 찾아다녔다. 원료의 배합비율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4겹 과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해외 식품 연구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어 2011년 포기했다.


“과자 원료의 대부분은 전분입니다. 꼬북칩은 옥수숫가루가 주원료예요. 쌀가루든, 옥수수든 전분은 익으면 찐득거리면서 서로 달라붙습니다. 4겹 과자를 만들려면 중간에 적절한 공간이 생겨야 해요.


1겹을 길게 뽑아 돌돌 말아 만들 수 있지만 이 경우 과자가 딱딱해집니다. 또 대량생산하기 힘들어요. 가래떡처럼 1겹씩 뽑아낸 뒤 4개를 겹치기로 했습니다. 수분이 많으면 서로 붙어서 과자가 딱딱해졌어요. 달라붙지 않게 하려면 튀겨서 어느 정도 수분을 날리는데, 지나치게 튀기면 과자가 터져버렸습니다.” 

꼬북칩.

출처오리온 제공

회사는 공식적으로 4겹 과자 개발을 포기했지만 신 부장은 그만둘 수 없었다. 개발자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틈날 때마다 기계 설비를 만드는 협력업체를 찾아다녔다. 협력업체마다 설비를 만드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각도로 접근하다 보면 답이 나올 거라 봤다. 원료 배합, 숙성 시간, 튀기는 시간과 온도, 수분 함량 등을 다르게 하며 끝없이 시험해봤다. 노력 끝에 2015년 지금의 꼬북칩 처럼 4겹이 달라붙지 않고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다음으로 ‘양념(시즈닝)’ 개발 과정이 남았다. 꼬북칩은 ‘시나몬맛’과 ‘콘스프맛’ 두 가지다. 처음엔 소금만 살짝 뿌려보기도 하고, 매콤하게 만들어보기도 했다.


“요즘에는 그럭저럭 맛있으면 소비자들이 사 먹지 않아요. 계속 사랑받기 위해서는 맛에 특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온갖 향과 맛 재료를 이것저것 다 뿌려봤어요. 우선 콘스프맛은 옥수수맛을 살리기 때문에 ‘기본맛’으로 알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자에서 시나몬맛은 흔하지 않았어요. 주로 빵이나 음료에 많았는데, 제대로 된 시나몬 맛은 아니었어요.”


시나몬 향은 조금만 맛이 강해도 ‘수정과’나 ‘옛날 과자’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초미-중미-후미의 궁합, 염도 등 미세한 차이에도 맛이 크게 변했다. 적절한 맛을 찾는 데 1년이 걸렸다. 

과자를 주로 소비하는 연령대는 중·고등학생이다. 한달에 20억 원어치 이상 팔리면 히트 상품이다. 아무래도 돈이 없는 학생들이 주 고객이기 때문에 국내 시장선 20억원 이상 팔리면 대박 소리를 듣는다. 계속 20억원 이상 팔리면 베스트셀러다.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으려면 남녀노소 모두 사 먹어야 한다. 꼬북칩은 소비자 평가에서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생, 직장인 등 남녀노소에게 반응이 좋았다. 9점 만점에 7점 아래 점수를 받아본 적이 없다.


꼬북칩은 원래 2016년에 나올 예정이었다. 제품을 개발하고 대량생산을 시작하는 걸 전문용어로 ‘스케일업’한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 의도했던 맛이나 모양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꼬북칩도 대량생산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대량생산을 했는데 불량이 많았습니다. 과자가 붙어서 나왔어요. 시간과 돈을 엄청나게 투자한 상태였는데 눈앞이 캄캄했죠. 하지만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은 안했습니다. 이때 저도, 엔지니어들도 '안되면 회사 그만두겠다'는 각오였어요. 다행히 기계설비를 바꾸니 의도했던 대로 과자가 나왔어요.”

광고에 싸이가 등장해 '꼬북송'을 부른다.

출처꼬북칩 CF 영상 캡처

우여곡절 끝에 3월 꼬북칩이 세상에 나왔다. 꼬북칩의 인기를 놓고 아직 ‘두고 봐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히트 제품이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과자의 유행주기가 점점 짧아지면서 한때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 ‘반짝 상품'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신 부장은 "자신 있다"고 했다.


“보통 히트 제품이 나오면 그걸 따라 하는 ‘미투 상품’이 나옵니다. 하지만 꼬북칩은 그렇지 않습니다. 4겹 식감을 따라 하기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꼬북칩 출시 후 표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본의 사쿠사쿠콘과 모양이 같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두 과자는 서로 만드는 기술도 맛도 다르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오리온은 꼬북칩을 만드는 기술을 특허출원 했다.


꼬북칩은 초코파이와 포카칩에 이어 앞으로 ‘오리온을 책임질 과자’라는 평을 듣는다. 오리온이 만든 과자는 중국에서 인기가 높다. 초코파이와 오감자는 한해 2000억원 넘게 팔린다. 이외 예감·고래밥·스윙칩·큐티파이·자일리톨껌도 각각 연매출이 1000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015년 포카칩 이후 연매출 1000억원을 넘는 과자가 없다. 오리온은 꼬북칩이 자사 히트상품의 대를 이을 제품이라고 보고 있다. 

'꼬북칩'은 과자 표면이 거북이 등껍질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처음에는 '4겹'을 강조하기 위해 페이스트리에서 따온 '포츄리'라는 이름이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출처오리온 제공

맛도 잘 못보던 신입사원에서 진짜 전문가로 

경기대 식품생물공학과 93학번인 신 부장은 2015년 회사에서 지원을 받아 연세대에서 MBA를 받았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 까진 제 흥미와 적성을 몰랐어요. 아마 그때 제 또래 학생 대부분 그랬을 겁니다. 과를 정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죠. 하기 싫은 것들을 지우고 나니 식품공학과가 남았어요. 취업도 잘되고 전망이 좋다고 했습니다. 막상 들어가 보니 전공 공부가 재밌었습니다. 다른 수업은 안 듣고 필수 교양과 전공수업만 들었어요. 취업도 관련 회사에 하고 싶었죠.”


식품 연구원은 미각과 후각이 예민해야 한다. 주 업무가 오감(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을 이용해 식품을 맛보는 ‘관능평가’이기 때문이다. 신 부장은 처음 연구원으로 일할 때만 해도 관능평가를 잘 하지 못했다고 한다. 

"관능평가를 할 때 세계 여러 나라 과자를 먹어볼 때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태국 과자가 다양합니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은 좀 심심해요. 감자칩, 나초, 치토스 정도입니다. 또 굉장히 짜요. 우리나라 과자는 섬세한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세계 어디에 가도 인정받는 것 같습니다."

출처jobsN

“이 과자가 저 과자 같았죠. 자질이 있는 건가 스스로를 의심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건 무슨 맛일까' 생각하면서 먹다 보니 차츰 혀가 예민해졌어요. 계속 맛보다 보면 한쪽 혀가 마비되니까 오른쪽, 왼쪽 번갈아 가면서 씹어보기도 했어요. 녹여먹기도 하고, 씹는 회수도 다르게 해보구요. 제품이 잘 안 나와 고민하느라 원형탈모를 겪은 적도 있습니다. 과자를 너무 먹어서 입안이 까끌까끌해 입맛을 잃을 때도 많죠.”


그는 가족과 함께 장을 보러 가면 과자 코너에서 1~2시간 붙어있는 과자 마니아이자 전문가다. 그는 특히 ‘제조일자’를 눈여겨본다. 제조일자가 최근일수록 인기가 좋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메뉴판을 볼 때도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꼼꼼히 살핀다.


식품공학을 전공한 사람은 대부분 음식의 생산과 공정의 이해도를 측정하는 식품 기사(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 자격증을 딴다. 일부 식품회사에서는 연구원은 석사 이상 자격자만 뽑기도 한다. 오리온에는 이런 기준이 없다.


“자격증이 없어도, 석사 출신이 아니어도 식품회사에 관심이 있으면 상관없습니다. 다만 정말 식품회사에 관심 있는지는 면접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연구원, 개발자는 전공 지식이 중요합니다. 학부 수준으로 충분합니다. 실제 면접에 들어가서 전공 질문을 하면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제법 있어요. 정답은 아니어도 관심이 있다면 답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또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유럽, 미국, 중국, 일본, 태국, 이스라엘 등 해외에 있는 식품 연구원들과 연락할 때가 많아요.”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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