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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음감’ 한국 피아니스트의 놀라운 연주 실력

발달장애 1호 연주자, 은성호씨를 일으켜 세운 모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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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지 않은 아들의 장애…1초 눈 마주치기 교육부터
"성호에겐 음악이 전부", 몰랐던 절대음감 능력 발견
발달장애인 모인 예술인 협동조합 '드림위드앙상블'

“제발 3초만…”


30년 전, 손혜숙씨(60)가 태어난 지 40개월 된 아들 은성호씨에게 바랐던 것은 하나였다. 3초만 다른 사람의 눈을 마주 보는 것. 어린 성호는 사람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낯선 사람뿐 아니라 엄마 눈도 피했다.


병원에서 치료 방법을 찾았지만 퇴짜를 맞았다. “적어도 3초는 선생님과 눈을 맞출 수 있어야 가르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1초도 집중을 못하네요.” 3초 정도는 바라볼 수 있는 훈련을 시켜오라는 소리를 듣고 손씨는 병원 문을 나서야 했다. 


30년이 지난 2017년 7월, 은성호씨는 피아니스트 겸 클라리넷 연주자로 첫 연주회를 열었다. 보통 사람도 하기 어려운 연주를 은씨는 2시간 동안 실수 없이 해냈다. 대화 능력은 초등학생 수준이었고, 여전히 자폐성 장애를 안고 있었지만, 어엿한 음악가로 일어섰다. 발달장애인 1호 연주자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은성호씨에게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불가능해 보였다. 그는 “안녕하세요”라는 한 마디를 하고는 곧장 피아노 소리가 나는 연습실을 찾아 들어갔다. 놀이방에 온 아이가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좋을지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머니 손혜숙씨의 이야기를 대신 들었다. 

은성호씨(왼쪽)와 어머니 손혜숙씨 모습.

출처손혜숙씨 제공

믿고 싶지 않은 아들의 장애…1초 눈 마주치기 교육부터

-장애가 어느정도였나요.


"서울대병원에서 ‘자폐성 장애 2급'이라고 하더군요. 아이가 크더라도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결혼생활을 할 수 없는 정도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믿고 싶지 않았다. 세브란스, 이대병원을 차례로 찾아가 상담을 받았지만 진단은 똑같았다. 성호가 적어도 또래 보통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교육만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코 작은 바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선 말과 글을 가르쳐야 하는데 아이가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으니까요.”


유명한 병원이나 대학교수를 찾아다니며 어떻게 교육을 해야하는 지 조언을 들었다. "‘1초 교육’부터 시작했어요. ‘성호야’하고 불러서 과자나 과일을 보여줍니다. 그때 아이가 과자를 1초 이상 봐야 해요. 그렇게 10번 해서 7번 성공하면 2초 교육으로 넘어갑니다. 3초, 5초, 10초로 늘어나면 나중에는 1분 앉아있기 교육을 했습니다.”


의자에 10분 앉아있게 하기까지 5년이 걸렸다. 초등학교에서 1교시(40분) 수업을 듣는 동안 서너번은 일어나 밖에 나갔다 와야했다. 손씨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들의 손을 잡고 학교를 다녔다. “교실 뒤에서 아이를 보고 있다가 10분에 한 번씩 나갔다 왔습니다. 아이가 집중을 못했어요. 하지만 5학년이 됐을 무렵에는 곧잘 앉아있더군요.”


은씨가 특수학교에서 중·고등학교 교육을 마치고 백석예술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하기까지 손씨는 아들의 곁을 지켰다. 하루하루가 초등학교 입학식에 아들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가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성호씨가 학교 수업은 잘 따라갔나요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인지능력은 좋아요. 특히 수학이나 컴퓨터는 잘했습니다.”


은씨는 2002년 SK텔레콤 장애청소년 정보검색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2002~2003년, 경기도 특수학교 학생 정보 경진대회에서 경기도 교육감상을, 2006년에는 수도권 장애인 기능경진대회에서 워드프로세서 부문 금상을 받기도 했다.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는 은성호씨(왼쪽)와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드림위드앙상블 모습.

출처손혜숙씨 제공

"성호에겐 음악이 전부", 몰랐던 절대음감 능력 발견

-피아노는 언제부터 배웠습니까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성호가 소질이 있는 것 같은데 가르쳐 보면 어떻겠느냐’고 하셨어요.” 은씨는 유독 음악시간을 좋아했다. 오르간을 연주하는 선생님 곁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선생님이 연주한 곡은 이내 똑같이 연주했다.


피아노 학원에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학교 앞 학원에선 은씨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아이가 산만해서 못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멀리 떨어진 동네로 가서 하루 15분씩 배웠습니다.” 은씨는 피아노 연주에 싫증 내지 않았다. 악보를 읽는 법도 쉽게 배웠다. “성호가 악보를 컴퓨터나 수학처럼 이해하는 것 같았어요. 어떤 줄에 걸려있는 음표를 보면 피아노의 어떤 건반을 눌러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아는 것 같았습니다.”


은씨에게 음악은 취미가 아니라 삶의 전부인 것 같다. 길을 가다가도 좋아하는 음악이 들리면 멈춰 서서 곡이 끝날 때까지 들었다. 어머니 손씨는 그런 아들 곁에 함께 서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검색하고 하루 종일 듣는다. “흔한 말로 꽂혔다고 할까요. 드라마를 보면 배우들이 아니라 노래나 OST에 집중합니다. 식당에 가면 음악이 나올 때가 있어요. 그 음악 마음에 들면 밥을 다 먹고도 안 일어납니다.”


아들은 음악적인 부분에서 예민했다. “한 번은 외국 피아니스트 연주를 들으면서 막 울더라고요. 왜 우냐고 물었더니 슬프대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성호가 느끼는 무언가가 있었나 봐요.”


-절대음감의 능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방송국에서 촬영을 나온 적이 있습니다. 한 대학교에서 성호의 음악 능력을 테스트한다고 데려갔어요. 피아노 건반 10개를 한꺼번에 누른 것을 소리만 듣고 어떤 건반을 눌렀는지 맞히는 시험이었습니다. 성호가 10개를 다 맞췄다고 하더군요.”


함께 실험에 참가했던 대학생들은 은씨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테스트를 했던 교수님이 ‘이게 방송으로 나가면 ○○대 학생들이 장애인보다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미안하지만 방송에 내보내지 말자’고 했습니다.”

2017년 7월 9일, 은성호씨의 첫번째 콘서트 포스터와 초대장.

출처손혜숙씨 제공

발달장애인 모인 예술인 협동조합 '드림위드앙상블'

은씨는 피아노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10년간 송파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에서 매일 연습하고 공연했다. 2015년엔 함께 연주하던 발달장애인 7명의 부모들이 모여 예술인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장애가 있는 자녀들이 오로지 연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따로 법인을 차린 것이다. 이름은 ‘드림위드앙상블’, 성남시 사회적경제 창업공모사업 창업팀에 선정돼 약 2500만원을 받았다. 부모들이 100만~300만원씩 2200만원을 모아 협동조합을 세우는데 보탰다.


드림위드앙상블은 각종 공연비와 개인·비영리 단체의 정기 후원으로 운영된다. 조합에 속한 장애인 연주자들은 매달 월급도 받는다. 이들이 하는 일은 ‘음악 연습’이다. 일주일에 16시간 이상, 한 달에 75시간 이상 연습하는 조건으로 월급 60만 원가량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의 개인 연습시간은 훨씬 많다.


앙상블 연습 3시간, 개인 연습을 따로 3시간 가량 한다. 하루 평균 6시간 이상 연주한다. 일주일에 30시간, 한 달 평균 120시간가량 연습하는 셈이다. 하지만 연습시간에 비례해 월급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이지만 본인도 좋아하고 듣는 사람들도 행복하게 만드는 가치있는 삶을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영비가 모자라지는 않나요


“넉넉하지는 않습니다. 고정비가 월 1000만원 정도 들어요, 레슨비, 직원들 월급, 사무실 임대료 등을 모두 더하면 그 정도 됩니다. 그런데 정기 후원금이 400만원 정도였거든요. 나머지는 아이들이 학교나 기업에서 공연하고 받는 돈으로 충당했습니다. 최근에는 후원자가 늘어서 사정이 나아지고 있습니다.”


한시도 아들의 곁을 떨어지지 않는 손씨를 보면서, 가정생활은 어떻게 유지하는지 궁금했다. 가정형편이 넉넉한 지 물었더니 “둘이서 어떻게 살아지더라고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은성호씨와 손혜숙씨가 함께 있는 모습.

출처손혜숙씨 제공

"포기하지 않고 살아줘서 고마워요"

은성호씨 월급 60만원, 기초생활수급비 14만원, 장애연금 일부가 주 수입원이라고 했다. 주말에 한 번씩 손씨가 아르바이트를 나가 월 30만원 정도를 더한다. 100만원 남짓으로 한 달 생활을 한다. 집은 월세 13만원짜리 LH 임대 아파트다. 두 사람이 살기엔 충분하다고 했다.


“쟤가 김치만 좋아해요. 비싼 음식이나 과자, 햄버거 이런 거 사달라고도 안 해요. 먹어보질 않아서 그런가, 고맙고 미안하고…”


-앞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협동조합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엄마가 죽어도 아이들이 음악 활동하면 그걸로 최저 생활은 보장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 아이들도 예술인으로서, 음악 공동체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손씨는 아들과 지난 30년을 ‘전쟁같이 살았다’고 했다. 그런 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감사하다”고도 했다. “특히 성호에게 포기하지 않고 살아줘서, 엄마와 함께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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