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골프·볼링..신수지가 은퇴 후 정착한 직업은

조회수 2020. 9. 22.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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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원조요정' 신수지, 은퇴후 만능 스포테이너로 새 삶
리듬체조선수 은퇴 후 볼링에 푹 빠져
볼링공 잠시 내려놓고 골프에 도전
남과 경쟁하기보다 즐기며 운동할 수 있어 행복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 신수지(26)씨는 한국 체조계의 간판스타였다. 2008년엔 베이징올림픽 여자 체조 국가대표 선수로, 2010년엔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그녀에게는 ‘원조 리듬체조 요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체조를 접했다. 이후 2006년 전국체육대회 리듬체조 고등부 금메달을 시작으로 각종 전국 대회를 휩쓸었다.


하지만 2011년 은퇴한 뒤 체조와는 거리가 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프로볼러(볼링선수), 아마추어 골프선수, 방송인, 홈쇼핑 쇼호스트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뛴다.


“먹고 싶은 거 다 먹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라면도….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서 좋은데요.”


이제는 그녀는 원조 리듬체조 요정 대신 스포테이너로 불린다. 스포츠 선수와 엔터테이너를 결합한 단어다. ‘강호동, 서장훈, 추성훈…’ 등 방송에서 종횡무진하는 전직 스포츠 선수들이 대표적인 스포테이너다. 자기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뒤 은퇴 후 새로운 길을 걷는 사람들이다. 

출처: jobsN
신수지 선수.

리듬체조선수 은퇴 후 볼링에 푹 빠져 

-하는 일이 많습니다. 직업을 뭐라고 해야 합니까


“스포테이너라고 많이들 불러주세요. 지금 하는 일이 워낙 다양하거든요. 프로볼러라고 해서 ‘신프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런닝맨, 라디오스타 같은 예능에도 출연했습니다. 방송인으로도 볼 수 있죠. CJE&M에서 진행하는 쇼핑몰에서 스포츠 용품 판매도 하고 있어요. 종종 모델 일도 하고요.”


그는 2014년 정식 프로볼링 선수가 됐다. 프로선수가 되려면 볼링협회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 여자 선수는 평균 점수가 185점, 남자 선수는 190점을 넘어야 1차 시험에 통과한다. 신수지 선수는 1차에서 190점을 받았다. 프로볼러가 되기 위해선 2차 시험도 통과해야 하지만, 2차는 치르지 않았다. 볼링협회 관계자는 "극소수이지만 한국 볼링시장을 알리는데 공이 있는 사람에게는 1차 시험을 통과하면 프로 자격을 준다"고 밝혔다.


-원래 볼링을 좋아했습니까


“웬걸요 초등학교 때부터 체조가 아닌 다른 것들은 접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볼링공은 체조를 그만두고 처음 만져봤습니다.”


-볼링에 소질이 있었나 봅니다


“전혀 아니었습니다. 친구들이랑 볼링장에 처음 갔는데, 제 점수가 50~60정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3대 3으로 편을 나눠야 하는데 제가 팀 평균을 깎아먹었죠.”


자존심이 상했다. 오기가 생긴 그는 다음날 저녁부터 볼링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제가 다니는 볼링장이 보통 저녁 6시쯤 문을 열었는데 저는 30분 전부터 문 앞에서 기다렸어요. 그리고는 새벽 2~3시까지 볼만 굴렸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하니 평균점수가 180점까지 나왔다. 매일 새벽 부모님이 볼링장으로 찾아와 잡아끌다시피 데려갔다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실력이 늘지 않았다. 180점도 좋은 성적이었지만, 200점을 따내고 싶었던 그는 옆 레인에서 프로선수가 볼을 굴리는 것을 지켜봤다. 프로는 달랐다. 자연스러운 자세와 공굴림. 경쾌하게 넘어가는 핀 소리. 주저하지 않고 달려가 볼링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출처: 신수지 선수 제공
모델로 활동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신수지 선수.

“자세가 나쁘다고 야단을 치시더군요. 교정하는 데만 서너 달이 걸렸습니다.”


체조에서나 하는 우아한 손동작을 볼링을 할 때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몸에 밴 10여년의 리듬체조 경험이 오히려 볼링에 방해가 됐던 것이다. 그녀 나름대로 연습했던 한 달의 훈련 기간에 그런 잘못된 자세가 굳어졌다.


더 연습에 매달렸다. “볼링장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으며 공을 굴렸습니다.” 15파운드 공을 굴린다는 그녀는 체조를 했던 경험이 결국 도움이 됐다고 했다. 7kg에 가까운 공을 하루 8시간씩 들었다 놓을 수 있는 힘과 체력의 바탕이 체조였다. “몸이 유연해서 다치지 않았던 것도 큰 힘이 됐습니다.”

출처: Korean National Sports Festival 2010 영상 캡처
리듬체조 선수 시절 신수지씨.

볼링공 잠시 내려놓고 골프에 도전  

-볼링 연습을 계속합니까


“요즘은 골프 연습에 빠져있습니다. 저보다 훨씬 작고 마른 선수들이 공을 멀리 날리는 걸 보고 희열을 느껴 시작했어요. 공을 칠 때 기분이 좋습니다.”


-골프는 어떻게 시작했습니까


“지애 언니랑 친하게 지낼 때 언니 연습장에 놀러 간 일이 있어요. 거기서 처음 공을 쳐봤는데 언니가 보더니 ‘너 골프 해볼래’라고 하더군요.”


그녀는 프로골퍼 신지애 선수를 언니라고 불렀다. 신지애 선수는 KLPGA, LPGA 등 국내외 골프 대회를 수차례 휩쓴 한국 대표 골프선수다. 골프 연습장에 찾아와 자신을 기다리는 후배에게 신지애 선수가 골프채를 내어줬다. 채를 조금만 들었다가 내려놓으며 공을 ‘톡’하고 치는 이른바 ‘똑딱이’ 연습을 권했다고 한다. 신수지 선수는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신지애 선수가 그 끈기에 감탄한 것이다. 

출처: 신수지 선수 제공
골프채를 들고 자세를 스윙 하는 신수지 선수 모습(왼쪽).

신수지 선수는 “재미를 느끼면서 ‘내가 이제 조금 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까지 2년이 걸렸다”고 했다. “처음엔 말도 안 됐죠. 공 윗부분을 때리면 공이 조금 굴러가다 마는 ‘쪼르륵’이 되기 십상이었어요. 공 뒤쪽 땅을 자주 때려서 손목이 얼얼할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200m까지 공을 보낸다. 하루 6시간, 많게는 8시간 까지 매일 연습한 결과다. 해외에서는 골프에서 공이 날아간 거리를 표현할 때 야드(yard)를 사용하지만 한국에서는 미터(m)를 쓴다. 1야드는 0.9144m. 약 220야드까지 공을 보낸다는 뜻이다.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이 2016년 전국 회원 199만명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남녀 평균 비거리는 각각 197.5m, 146.7m였다. 신수지 선수는 보통 성인 남성 이상의 비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셈이다.


-볼링이나 골프로 수입이 나옵니까


“수입은 주로 쇼호스트나 방송 출연을 통해 나옵니다. 평생 운동복만 입었던 제가 어떤 운동복을 입을 때 편한지 홈쇼핑에 나가 이야기해요. 몸을 움직이는 방송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한 종합편성채널 골프 프로그램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연수입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대기업 평균 연봉보다 조금 더 버는 정도로 알고 있다고 했다. 2016년 우리나라 300대 대기업 평균 연봉은 7400만원이다. 체조 국가대표 선수로 국내 최정상에 올랐던 그의 경력을 고려하면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하는 일은 다 재밌어요. 그중에 골프와 볼링이 특별히 더 재밌고요. 운동을 좋아하는데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건 정말 행운인 것 같습니다.”


-체조할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까


“항상 체중관리를 해야 했으니까요. 먹고 싶은 대로 먹을 수도 없고, 시합을 앞두면 고통스러울 정도로 운동을 해야 했죠. 신경이 예민해질 때면 옆 사람이 말을 못 걸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먹고 싶을 때 눈치 안 보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좋아요. 라면, 치킨, 피자…” 

출처: jobsN
신수지 선수.

남과 경쟁하기보다 즐기며 운동할 수 있어 행복

-지금은 뭐가 즐겁습니까.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제 기록을 목표로 잡는다는 것? 주로 자신과의 싸움이 많습니다. 볼링이나 골프 모두 목표를 조금씩 단계별로 설정합니다. 예를 들어 볼링을 할 땐 100점 칠 때 120점, 이후에 140점으로 점차 목표를 올리죠. 제 기록을 제가 깨는 게 즐거워요. 그렇게 성적이 좋아져서 프로선수까지 할 수 있다면 기쁜 일 아닙니까.”


-재능과 노력 중 운동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저는 1%의 재능과 99%의 노력이라는 말을 믿어요. 물론 재능 1%가 부족한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재능을 믿고 노력을 20~30% 게을리하면 아무 소용없거든요. 99% 노력한 사람에게 1%의 재능을 꽃피울 기회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프로 골프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열심히 실력을 더 갈고닦아야죠, ‘내년까지 하겠다’는 단기 목표가 아니라 희망 같은 목표입니다. 또 하나 기회가 오면 체조 학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말 질릴 만큼 해서 너무 힘들기도 했지만, 제가 가장 열심히 했고 잘했던 분야입니다. 이제는 학생들에게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는 학생들이 체조를 즐기면서 건강하고 예쁜 몸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입니다. 잘해서 세계 최고 선수가 되라고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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