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동일 인물? 생얼로 돈버는 여자, 42만 팔로워 거느린 '곽토리'

조회수 2020. 9. 22. 11:2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홍대 미대 출신 인기 '뷰티 크리에이터' 곽토리..어린 시절 동경한 상상의 세계가 직업으로
메이크업으로 '마법소녀'가 되고 싶나요?

홍대 미대 출신 뷰티 영상 인기 제작자 '곽토리'

어린 시절 본 '세일러문'에서 영감 얻은 메이크업

쇼핑몰 사장, 대학원생으로도 활동 


‘어린 시절 본 만화가 그 사람의 인생을 결정했다.’


극단적인 말로 들릴 수 있다. 대부분은 ‘영향은 받겠지만 만화 한 편이 어떻게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단 말인가’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한 여성에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1인 뷰티 영상제작자 곽토리

인기 뷰티(beauty) 영상제작자인 곽토리(본명 곽경민·29)는 초등학생 때 ‘마법소녀’ 계열의 만화에 푹 빠져있었다. 특히 일본 만화 ‘세일러문’을 좋아했다. 주인공이 펼치는 꿈과 희망,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밝고 건강한 에너지, 만화 전체의 몽환적인 느낌. 모든 것에 마음을 뺏겼다. 자연스레 세일러문의 옷과 헤어 스타일에도 관심이 갔다.


이쯤 되면 보통 ‘덕후’를 떠올린다. 덕후란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일본어로 ‘오타쿠’)을 빗대 쓰는 신조어다. 곽토리처럼 애니메이션 ‘덕질’이 심해지면, 코스프레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코스프레는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시대극)라는 연극 용어에서 따온 일본말이다. 만화나 게임, 영화 등의 주인공을 흉내 내는 ‘분장 놀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에선 쓴다.


곽토리는 마법소녀 계열의 만화 덕후가 맞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코스프레를 하진 않는다. 대신 그들을 재해석해 자신만의 색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작업은 직업이 됐다. 메이크업(뷰티 영상제작자), 의상(온·오프라인 쇼핑몰 운영), 공부(홍대 미술대학원생)의 뿌리가 모두 여기에서 나온다. 덕후 짓을 하다가 직업이 생긴 ‘덕업일치’의 전형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세일러문'

“화장할 때나 의상을 고를 때도 파스텔리하면서 몽환적이고, 꿈 속에 있는 것 같이 은은하면서 뽀얗고 소녀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해요. 어린 시절 마법소녀 계열의 만화를 좋아하던 감정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대학 입학과 함께 분출된 표현욕

홍대 미대(회화과) 출신인 곽토리는 뚜렷한 개성의 젊음이 넘치는 홍대 거리에서도 단연 주목받는 ‘패피’(패션피플)였다. 중·고등학교 시절, 답답한 교복 속에 억눌린 표현욕은 대학 입학과 함께 폭발했다.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 백발에 가까운 탈색, 형광색의 원피스, 한 뼘 길이의 미니스커트, 갸루(영단어 girl의 일본식 발음)족을 연상케 하는 일본식 짙은 화장.


지나가던 이들이 뒤돌아봤다. 처음에는 시선이 불편했지만, 곧 아무렇지도 않았다. 부모님은 성인이라는 이유로 딸의 ‘과한’ 패션을 존중해줬다.


“대학 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외출 전 메이크업 할 때였어요. 1시간은 기본이고, 마음에 안 들면 3시간 넘게 걸리기도 했어요. 화장하느라 수업 늦는 일이 부지기수였죠.” 

출처: 곽토리 제공
곽토리가 메이크업을 시연하는 모습(오른쪽)

대학 3학년때인 2009년부터 블로그 활동을 시작했다. 메이크업 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올리고 설명을 붙였다.


2011년에는 3개월 가량 매일 스튜디오 촬영을 했다. 작품 주제는 ‘매일 변하는 나’였다. 그 날의 느낌에 따라 옷을 고르고, 화장을 하고, 소품을 챙겨서 촬영장으로 갔다.


“블로그로 화장하는 모습을 남기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졸업 작품때문이었어요. 저를 촬영하고, 자아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했기 때문에 연장선상에서 블로그 활동을 하게 된 거죠. 매일 다른 옷과 새로운 화장을 통해 하루하루 다르게 창조해내는 오늘의 나, 모레의 나를 만드는 시점이었어요. 그 속에서 화장은 특히 애정 깊게 생각한 분야여서 따로 어떻게 하면 기록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출처: 곽토리 제공
곽토리는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델로도 활동한다.

◇온라인 쇼핑몰 창업

대학 4학년때인 2012년에는 온라인 쇼핑몰(유니팝콘)을 열었다. ‘마법소녀’ 느낌의 의상과 소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매니아층에선 인기가 많다.


온라인 쇼핑몰을 연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원하는 옷과 액세서리를 모으기 위한 목적이 컸다.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어렵게 구했거나 오랜 품을 들여 만든 의상을 공유하고 싶었다. 2016년에는 홍대에 ‘라벤더 그레이’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매장도 냈다.


“대학 생활하며 모은 200만원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어요. 6년째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상품을 자주 올리진 못해요. 제가 정말 원하는 것들만 올려야 하기 때문에 물건을 많이 올리지 않았습니다. 방송 등 다른 일도 많았습니다. 사실 열 때부터 ‘망하지만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곽토리의 화장 전(아래)과 후의 모습

◇1인 방송 제작자의 세계로

곽토리라는 이름을 알린 유투브 1인 방송은 2013년부터 시작했다. 방송 아이템은 자신만의 독특한 메이크업 방법이었다. 화장하는 모습을 40만원짜리 중고 DSLR 카메라로 찍어서 유투브 채널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반응은 바로 왔다. 마법소녀 느낌의 화장법을 독특하게 재해석한 곽토리의 메이크업에 열광하는 매니아들이 몰려왔다. 현재 곽토리 채널의 팔로워 수는 42만명이다. 100만 클릭이 넘는 게시물은 전체 242개의 게시물 중 4개다.


영상 편집을 하면서 시행착오가 많았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어서 10분짜리 영상을 한 달에 1~2개 올리는 것도 벅찼다. 영상 편집이 차츰 익숙해지면서 요즘에는 주당 1~2개의 영상을 올린다. 10분 분량을 올리기 위해서 2~3시간 정도를 촬영한다. 인기가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방송 촬영용으로 90만원짜리 소니 DSLR 카메라를 구입했다.


홍대에 있는 가게에서 오후 9시 폐점 후, 간이 조명을 설치하고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시킨 채 영상을 찍는다. 아이폰으로 찍을 때도 있다. 촬영부터 진행, 편집, 인터넷 업로드까지 모두 혼자 한다.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1인 뷰티 영상 제작자 곽토리

“지친다 싶으면 스스로 템포 조절을 합니다. 방송을 하는 목적은 경쟁해서 이겨야지, 돈 왕창 벌어야지 보다는 제가 재미있는 것들을 꾸준히 해서 저의 스타일을 좋아해주는 분들과 별탈 없이 좋은 관계를 가져가는 거예요.”


◇벌이보다는 자아 실현을 위한 방송

방송을 통한 수입은 하는 일에 비해서는 많지 않은 편이다. 조회수 1당 1원 정도를 번다. 곽토리는 “투입하는 노동 시간과 노동력 대비 결코 많이 버는 것은 아니다”며 “방송 활동만 따지면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버는 정도”라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방송 수익이 통장에 들어온다. 곽토리는 2015년부터 CJ E&M과 파트너 계약을 맺고 마케팅, 저작권 관리, 콘텐츠 유통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특정 화장품 브랜드와의 공동 촬영, 제품 협찬 등을 통해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지만 곽토리는 이 부분에 있어서 매우 신중한 편이다.


“뷰티 영상의 묘미는 남들이 잘 모르고 안 쓰는 아이템인데, 효과가 좋은 것을 발굴해서 소개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돈을 생각해 광고에 집착하면 절대 그런 효과를 낼 수 없어요. 광고는 제가 하는 메이크업에 아무런 방해가 안 되는 아이템 중 가성비가 좋은 것으로만 엄선해 광고를 합니다. 계속 협찬 받고, 브랜드 협업하는데 치중하면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어요.” 

곽토리가 영상 촬영을 하는 모습

◇“수치화된 목표보다는 나만의 미적 지향점 향해 묵묵히 갈 것”

곽토리에게 ‘팔로워 100만, 조회수 1000만 돌파, 억대 연봉’과 같이 수치화된 꿈은 없다. 미적 지향점을 향해 묵묵히 걸어갈 것이고, 그 길을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싶다는 꿈을 꾸는 정도다. 메이크업 아카데미 등에서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아서 대회에 나간다거나 유명해지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메이크업을 전문적으로 배우게 되면 화장할 때 정형화된 틀 같은 것이 생겨버릴까 봐 겁이 난다”는 설명이다.


“제가 쇼핑몰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은 무드가 있고, 메이크업·패션·영상을 통해 창조하고 싶은 예술적 가치가 있어요. 이런 것 모두 궁극적 방향성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터, 온·오프라인 쇼핑몰 사장, 공부 어떤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제 색깔로 세상 어디까지 물들일 수 있는지 가보고 싶어요. 상업적으로든 예술적으로든요.”  

곽토리가 화장을 지운 민낯은 ‘같은 사람인지’ 분간이 어려울 만큼 차이가 크다. 메이크업을 통해 얼마나 극적으로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을 하기 때문에 민낯을 대중에 공개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한다.


곽토리는 얼굴에 손 하나 대지 않았다. 외모에 그렇게 집착하면서도 그 흔한 ‘쌍수’(쌍꺼풀 수술)조차 안 한 것이 의외였다. 계속 더 예뻐져야 하고, 그래서 인기를 얻어야 하고, 기회 되면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틀렸다. 그가 왜 인터뷰에서 수 차례 ‘파인아트(fine art·순수미술)’를 강조했는지, 추구하는 가치나 지향점을 설명할 때 다소 ‘뜬구름’ 잡는 듯한 느낌을 줬는지 알 것 같았다.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