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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라면·나가사키짬뽕·불닭볶음면 개발자들의 합작품

실패 거듭하던 라면 사업 일으킨 히트 상품 '육칼' 개발자와 마케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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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육개장 칼국수’ 탄생 주역들
서익진·박준석 연구원, 박준경 PM
‘건강하면 싱겁다’는 편견 깨고 승승장구

식품 회사 풀무원은 과거 라면사업에서는 실패를 거듭했다. 1995년 첨가물을 줄여 ‘건강’을 강조한 라면을 내놨지만 1년 만에 철수했다. 2005년 '생(生)라면'으로 다시 라면 시장에 뛰어 들었지만 '라면이 아니라 우동'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시 1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굴하지 않고 2011년 한번 더 도전했다. 이번에는 반응이 좋았다. 건강을 강조한 '자연은 맛있다' 브랜드가 다이어트에 관심있는 여성과 아이를 둔 주부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여전히 라면 매니아에게는 좀처럼 인기를 얻지 못했다. '라면은 맵고 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의 벽을 뚫지 못한 것이다. 2013년 라면 매출은 200억원 후반대까지 늘었지만 300억원이란 벽에 가로막혀 전진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뒤집은 것이 바로 '육개장 칼국수(육칼)'다. 2016년 2월 내놓은 육칼이 풀무원의 라면 사업을 궤도에 올려 놓았다. 2016년 풀무원의 라면 매출액은 383억원. 전년보다 42.8% 성장했다. 작년 육칼의 매출은 200억원에 달한다. 풀무원이 판 7개 라면 전체 매출 가운데 절반을 넘는다.


풀무원은 라면 중에서도 면발을 기름에 튀기지 않은 '비유탕 라면'만 만든다. 작년 국내에선 비유탕 라면이 약 731억원 어치 팔렸다. 풀무원은 2016년 비유탕 봉지라면 시장점유율(52.5%·닐슨코리아) 1위를 차지했다. 비유탕 라면에서는 라면 절대강자 '농심(46.8%·342억원)'도 제쳤다.


2016년 2월 이후 1년 4개월 동안 육칼 누적매출액은 400억원이다. 4개입 1봉지에 5450원인데, 개당 1300원씩 3000만개 넘게 팔린 것으로 추정한다. 라면의 대명사 신라면(780원)보다 1.6배 비싸지만 육칼을 사기위해 사람들이 지갑을 연다.


육칼의 성공 뒤에는 개발자의 노력이 숨어 있다. 면 개발자 서익진(34) 연구원, 스프 개발자 박준석(36) 연구원, 마케터 박준경(32) PM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육칼을 탄생시키기까지 이야기를 들었다. 

(왼쪽부터) 서울 신촌 풀무원기술원에서 만난 서익직 연구원, 박준경 PM, 박준석 연구원

출처jobsN

3년 동안의 노력 끝에 개발 

육칼은 3년 간 노력 끝에 탄생했다. 개발자들은 2013년 부터 사전 조사를 했다. 스프 개발자 박준석 연구원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박준석 PM은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육개장 맛집을 돌아 다녔다.


“‘육개장’이라 써있는 곳은 모두 들어갔습니다. 대전·대구식 육개장은 빨갛지 않아요. 고춧가루 조금 들어간 ‘소고기 무국’에 가깝습니다. 빨간 국물에 고사리가 듬뿍 들어간 건 서울식입니다. 육개장 역사를 보니 원래 육개장은 맑은 국물이었어요. 기존 라면과 차별화 하면서 낯설지 않게 만드려면 어떻게 할까 고민했습니다. 결국 사골을 기본으로 한 지금의 서울식 육개장을 본따기로 했습니다.” (박준석 연구원)


두 사람이 육개장을 맛보러 다니는 사이, 서 연구원은 칼국수 면발 같은 넓은 면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우리가 평소 먹는 라면은 면발을 기름에 튀기는 ‘유탕면’이다. 튀긴 면발에서 기름이나 전분이 녹아나오며 고유한 라면 맛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다.


풀무원은 2011년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비유탕면)’을 개발했다. 바로 뽑은 면을 고온에서 건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스프가 면발에 잘 베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라면 맛이 살아나지 않았다. 게다가 칼국수처럼 면발을 굵게 하니 웬만해선 면이 잘 익지 않았다. 그렇다고 '건면'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원료, 건조 시간, 온도, 풍속 등을 조절하다보면 면발에 구멍이 생깁니다. 스프를 잘 머금으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내도록 했어요.” (서익진 연구원)

서 연구원은 관능평가(시식품평)를 할 때 끊임없이 맛본다. 주변 평가보다 자신의 생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시간이 흐르면 면발이 퍼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먹어봅니다. 면발이 얼마나 불었는지, 스프가 잘 스며드는지를 확인해요.” 서익진 연구원

출처jobsN

“‘라면 맛은 국물이 좌우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면이 가장 중요합니다. 스프가 적절히 베어들었을 때 씹는 맛이 결정적이에요. 육칼의 공로는 면 개발자에게 있어요. 이렇게 좋은 면을 만들었으니 스프도 잘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박준석 연구원)


스프 개발자는 여러가지 원료를 ‘배합’해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원료의 원산지, 초미-중미-후미의 궁합, 염도 등 미세한 차이에도 맛이 크게 변한다. 산책을 하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배합비율이 떠오르면 연구실로 달려갔다.


"라면인데 완벽하게 육개장 맛이 나면 그건 라면이 아니예요. 육개장 맛을 내면서 ‘라면’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박준석 연구원)


완벽한 맛을 내기까지 ‘시식 품평’은 끝이 없었다. 개발자 사이에선 이를 ‘관능평가’라 부른다. 미각이 예민한 아침마다 전날 만들어 놓은 스프를 맛보고 다시 수정해 오후에 맛보기를 반복했다. 또 한달에 한번씩 모든 연구원과 센터장, 경영진이 모여 시식을 했다. 두 연구원은 육칼을 만들 때 하루에 라면을 30봉지 가량 먹기도 했다. 나중에는 목으로 넘기지 않고 씹고 나서 뱉었다. 

박 연구원은 서 연구원과 달리 관능평가 때 한·두숟갈로 끝낸다. “첫번째, 두번째 먹었을 때 맛없으면 끝까지 맛없는 거라 생각해요. 또 제 생각보다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더 중시해요. 주변 사람들이 첫숟갈 먹고 맛있다고 해야만 성공입니다. 최종적으로 완성했을 때 한그릇을 먹어봐요. 그때 ‘이 제품을 다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합니다. 육칼이 그랬습니다.”

출처박준석 연구원 jobsN

최종적으로 탄생한 육칼 스프에는 100여가지 원료가 들어간다. 이전 라면과 달리 ‘액상’으로 만들었다.


“보통 라면스프는 식재료를 원액으로 만든 뒤 이를 말려 분말로 씁니다. 저희도 처음에 사골과 양지를 우려낸 뒤 분말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원재료의 향과 맛이 사라졌습니다. 액상으로 만드니 육개장 전문점에서 먹는 것과 같은 맛이 났습니다. 또 진짜 육개장 맛을 내기 위해 ‘고사리’를 갈아 넣기도 했어요. 하지만 고사리 향은 호불호가 강하게 갈려 결국 빼기로 했습니다.” (박준석 연구원)

박준경 PM

출처jobsN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변화

소비자 평가도 좋았다. 이전과 달리 정통 라면 매니아나 30~40대 남성도 ‘맛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전에는 깔끔하고 건강한 맛이지만, ‘라면답지는 않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육칼은 ‘라면답다’는 소리를 들어서 '이번에야말로 가능성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준경 PM)


하지만 경영진의 의견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진하고 얼큰한 육칼은 그동안 풀무원이 추구하는 ‘자극적이지 않은 자연의 맛’과는 거리가 있었다. '풀무원 답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해 마케팅 부서에서 나섰다. 박준경 PM은 “면·스프 개발자가 오랫동안 고생 했기 때문에 이건 반드시 된다는 촉이 왔다”고 했다.


‘라면다운 맛’과 ‘건강한 맛’을 함께 표현할 콘셉트로 브랜드명을 ‘생면식감’이라 바꿨다. ‘튀기지 않아도 라면처럼 쫄깃하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거라 봤다. 라면 봉지 디자인에도 변화를 줬다. 그동안 고집했던 미색, 파스텔톤을 버리고 강한 금빛과 빨간색을 넣었다. 

풀무원의 라면 사업 방향도 바뀌었다. 이전처럼 ‘자연’을 강조하기보다 ‘생면식감’을 먼저 말한다. 건강과 라면 맛을 둘다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라면사업부 이름인 ‘자연은 맛있다 팀’도 ‘생면식감팀’으로 바꿀 예정이다.

출처jobsN

“육개장은 조선시대 궁중음식이었어요. 놋그릇에 가득 담아 뜨겁게 먹었습니다. 놋그릇을 형상화하기 위해 금빛을 쓰고 육개장의 칼칼함을 떠올릴 수 있게 빨간색으로 글씨를 썼습니다.” (박준경 PM)


우여곡절 끝에 최종 제품 출시일이 정해졌다. 연구원들은 공장에서 한달 동안 숙식하며 완성도를 올리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시행착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초도 물량 생산을 이틀 앞두고 위기가 닥쳐왔다.


“대량생산을 하니 저희가 원래 의도했던 맛과 달리 나왔어요. 아찔했습니다. 새벽 1시에 박준경 마케터에게 비상전화를 걸었어요. 공장에 모여서 긴급회의를 했죠. 배합비와 생산량을 다시 조정해 간신히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박준석 연구원)


“최종 제품이 나왔을 때 묵은 때를 벗기는 느낌이었어요. 육칼에 질려서 한동안 안먹었습니다.” (서익진 연구원)  

웹툰작가 ‘김풍’이 등장하는 광고도 파격적이었다. 그동안 풀무원 광고에는 연예인이 등장하지 않았다. 게다가 김풍은 주로 자극적인 요리를 만들었다. 여러모로 기존 풀무원의 이미지와 달랐지만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풍(風)이라는 이름에서 ‘바람에 말렸다’는 콘셉트를 소비자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출처육개장칼국수 CF 캡처

라면 개발자·마케터에게 필요한 자질은   

서익진 연구원과 박준석 연구원은 2013년 풀무원으로 이직했다. 서 연구원은 오뚜기에서 컵라면 밖에 없던 참깨라면을 봉지로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 박 연구원은 삼양에서 나가사키 짬뽕 스프를 개발했고 불닭볶음면을 만들 때도 일부 참여했다.


두 사람은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후 바로 연구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연구원이 석사 학위를 갖고 있지만 두 사람은 예외다. 라면 개발자와 마케터에게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육칼 액상소스로 육수를 만든 다음 '샤브샤브'를 해먹으면 맛있어요. 마지막에 육칼 면을 넣어서 칼국수를 해먹고 마지막에 죽으로 마무리하면 최곱니다. 육칼 자체로 즐기려면 '파'나 '마늘'을 넣어도 좋아요." (박준석 연구원). "5분 동안 면발을 1~2분 간격으로 풀어주는 게 좋습니다. 간혹 면을 들었다 놨다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면이 안익는 거예요. 저희 면발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쫄깃거립니다." (서익진 연구원)

출처'김풍이 들려주는 육칼 ASMR' 영상 캡처

“자격증 같은 스펙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회사에 들어와서 공부해야 할 게 많아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니 이 분야에 얼마나 흥미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20~30년차 개발자들도 지금까지 공부해요.” (박준석 연구원)


“면 개발자는 기계 설비, 숫자와 친해야 합니다. 일주일에 2~3번은 음성 공장에 가서 설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살펴봅니다. 또 수시로 수치 분석을 합니다. 수분량, 단면 모양, 탄성 등을 봅니다. 저희 제품끼리 비교하기도 하고, 경쟁 제품을 분석하기도 해요.” (서익진 연구원)


“인내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수많은 실패, 오랜 기획·개발 기간에 지칠 법도 해요. 그런데 이렇게 실패가 쌓여야 노하우도 같이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실패가 없었다면 육칼도 없었을 거예요.” (박준경 PM)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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